SW 대기업, 甲 견제미흡…中企도 실력 갖춰야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방안도 중요하지만 업계 만연된 잘못된 관행 등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한국정보과학회, 한국경영정보학회, 한국정보처리학회 등 국내 IT 관련 3대 학회가 한 자리에 모여 개최한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 위기와 발전방안' 정책토론회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자세도 문제지만 산업 주체인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역시 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계 재야인사로서 그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KAIST 김진형 교수는 이날 발제자로 참여, 산업계 주체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서슴치 않았다.

◆대기업, 발주자 인식 전환 위한 투자 미흡

그는 주로 IT서비스업체로 표현되는 소프트웨어 대기업의 경우 '갑'을 선도하고 견제하는 역할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발주처에서 불합리한 대우와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가격, 부당한 과업 변경을 요구할 때 시장 질서를 위해 버틸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게 김진형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대기업들은 물론 정보화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을'의 입장이지만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주체"라면서 "이들이 나서서 갑에게 직접 부당함을 따지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잠재 고객들에게 기술 정보를 전수해 불합리한 발주 관행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노력을 보여야 하는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똑같이 현재의 영업 실적을 달성하는데 급급해 이같은 장기적인 고객 선도 및 계몽 등의 투자에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국내 대형 IT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이 날 김교수의 발언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며, 반성해야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3대 IT 서비스 업체만이라도 고객들의 발주 관행 개선을 위해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소위 '미운 털'이 박힐까봐 할 소리를 못하고 근본적인 고객의 인식 전환에 대한 투자도 미흡했다고 이 관계자는 인정했다.

◆중소기업, 지원 요구 앞서 실력부터 갖춰야

정부 정책의 가장 큰 관심주체인 중소기업에 대한 쓴 소리도 이어졌다.

김진형 교수는 "중소기업이라고 무조건 대우해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소기업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육성해야하는 게 마땅하며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은 함부로 시장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오히려 '규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들을 선택할 만한 독창적인 전문성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 중소업체들은 이같은 전문성이 사실상 없다는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아울러 고객이나 대기업 경쟁사와의 '담판'에서도 이길 수 있는 규모와 근성도 갖춰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문했다.

외곬수처럼 자기 기술만 고집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을 통해서라도 덩치를 키워나가 '자생력'부터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비즈니스 상황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면서 "시장 질서를 올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사업 주체들이 먼저 태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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