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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화 둘러싸고 산·관·학 '동상이몽'


시각차 커…정남준 제2차관 "의견수렴 자리 더 자주 마련"

국가의 정보화 사업 추진과 관련해 정부 실무자와 학계, 기업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주장을 펼쳤으나, 시각차만 확인됐다.

행정안전부는 2일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정남준 제2차관이 주재한 가운데 '정보화 사업 추진 관련 의견 수렴을 위한 산·관·학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정 차관 외에 정보화전략실장 및 실무자와 지식경제부 정보화 담당 실무자, 지방자치단체의 정보화 담당관들이 참석했고 학계와 중소 소프트웨어 및 IT 서비스 업체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자정부 개발 프레임워크 추진 현황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및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 활성화 전략 ▲전자정부 국산 소프트웨어 활성화 및 대기업 집중 해소 방안 ▲행정안전부 공통업무시스템 보급 추진 현황 등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고, 이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학계 "정부가 SW 기업인가" 비판

이날 학계는 정부가 섣부른 개입으로 '시장 경쟁 논리'를 무력화 하고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KAIST 김준형 교수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를 유지보수 하며 업그레이드를 위한 연구개발(R&D)을 병행하면서 패치를 보급하는 것은 모두 소프트웨어 업체가 할 일인데, 지금 정부가 하겠다고 나섰다"면서 "정부가 소프트웨어 업체냐"고 강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행안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발 프레임워크 개발이나 공통업무시스템 보급 등이 그 대상이다.

김 교수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도 상용 패키지를 구매해 약간만 고친 후 무리없이 사용하는데, 우리 정부는 어떤 점이 그렇게 특이해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정부가 사용할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일침을 놨다.

이어 그는 "해당 제품 개발에 인력이 투입되면서 산업이 활성화되리라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국내서 가장 큰 구매력을 보유한 곳 중 하나인 정부 기관이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고 자체 개발해 쓰겠다는 것은 해당 업체들을 결국 '굶겨' 죽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중앙대학교 김성근 교수 역시 "시장 경제의 논리에 따라 산업이 자연스럽게 육성되고 활성화돼야 하는데, 정부가 섣부르게 개입하면 오히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어설픈 정부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수십억원씩 쏟아붓지 말고, 그 돈의 10%만이라도 국내 유능한 개발자 커뮤니티에 투자하면 공개소프트웨어의 활성화나 이공계 인력 이탈과 같은 문제가 오히려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이해관계 따라 시각 엇갈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와 IT 서비스 업체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오픈소스 기반 프레임워크 개발업체 크로센트와 솔리데오시스템즈 등은 국가가 10여년 동안 정보화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이제 호환성을 확보하고 표준화를 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했다.

또한 개발프레임워크의 경우 패치나 업그레이드에 그렇게 많은 노력이 들지 않으며, 오히려 대기업들이 개발해 놓은 폐쇄적인 프레임워크 때문에 중소업체들의 진입 장벽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아 정부 주도의 개방형 표준 정립은 환영할만 하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메타필드의 조풍연 대표를 비롯 몇몇 업체들은 "전문 소프트웨는 마치 생명체처럼 진화한다. 패치나 업그레이드, 유지보수가 얼마나 빨리 되느냐가 생명력이 강하다는 증거이며 사업자들은 이를 위해 R&D를 하고 개발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경쟁력이자 수익의 원천이 되니 당연한 일인데, 정부가 이를 하겠다는 것은 다소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이 업체들은 또 "정부도 생명력이 인정되는 소프트웨어에 GS라는 인증도 내려주는데, 그렇다면 사서 쓸 의무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부분도 있다. 정부 기관의 정보화 사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박환수 전략사업실장은 "결국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국가정보화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적자를 내는 이유는 일단 사업이 발주되고 난 후 요구사항이 자꾸 변경되기 때문"이라면서 "발주기관들이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정확한 개발 요구를 하거나, 불가피하게 요구사항이 변경되면 추가 보상을 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중앙정부와도 손발 안맞고, 업체도 이기적"

지방자치단체 정보화담당관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구광역시 정익채 정보통신과장은 "중앙정부에서 개발한 표준시스템을 지방에서 적용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그러나 업체 역시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개발해 놔 차후 다른 업체를 통해 정보화 사업을 추진할때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 u시티 사업 등으로 지방행정기관의 정보화 및 각종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전문 인력이나 행정 절차 등이 속히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정남준 행안부 제2차관은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세계 1위인데, 이를 만들어낸 사업자들은 배를 곯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새 정부 들어 중장기적인 정보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에서 학계 및 기업의 의견을 직접 듣고 수렴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는데, 앞으로도 더 자주 자리를 마련해 업계 의견을 듣겠다"고 다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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