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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멜론' 고법 판결문 분석…'멜론' 분사하나


시장지배력 남용 우려있지만, 불법은 아니다?

"SK텔레콤은 MP3폰을 디바이스로 하는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위에 있고 폐쇄 디지털저작권관리(DRM)로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거나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소비자 이익침해 행위는 현저하지 않고 부당하게 불법에 이른다고 볼 수 없으니,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에 부과한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한다."

지난 달 27일 서울고등법원제7특별부(김대휘, 이영진, 강상욱 판사)가 내린 판결요지다. 이로써 SK텔레콤은 폐쇄적 DRM 관련 소송에서 공정위에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휴대폰이 MP3, 카메라, 방송단말기(DMB), PC가 되는 시대에 컨버전스 상품에 대한 시장획정과 경쟁법 적용여부를 가르는 첫번째 판례라는 점에서 정보기술(IT)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아이뉴스24가 입수한 판결문에 기초해 법원 판결을 분석해 본다.

◆후방 수직통합 우려 인정…'멜론' 분사 가능성 제기

SK텔레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승소'했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처지다. 법원은 시장획정과 시장지배적지위 등에 있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서 ▲시장은 '국내의 MP3폰을 디바이스로 하는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이며 ▲경쟁제한 효과가 나타나는 시장은 MP3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 시장으로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 SK텔레콤은 'MP3폰을 디바이스로 하는 이통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위에 있으며▲ 폐쇄 DRM을 걸어 다른 음악 유료 사이트(맥스MP3, 쥬크온 등)에서 산 음악을 자사 휴대폰에서 못듣게 한 것은 경쟁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고 소비자 이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른바 이동통신서비스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온라인 음악시장(MP3파일 다운로드 서비스 시장)에 들어오면서 야기될 수 있는 후방 수직통합에 대한 우려를 인정한 것이다.

단말기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네트워크(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온라인 음악, 오픈마켓 등 플랫폼 시장에 들어오면서 공정경쟁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SK텔레콤이 공정위 심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무엇보다 "공정위가 이통시장 지배적 지위남용에 대해 확대 해석했고,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하는 모든 (사업)행위가 규제될 수 있다"는 걱정때문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SK텔레콤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 뿐 아니라, 'MP3폰을 디바이스로 하는 이통시장'에서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위에 있고 다른 사업자와 경쟁하는 별개 시장(MP3 다운로드 시장)으로 지배력이 전이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따라 이번 판결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규제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멜론' 사업부를 분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 '멜론'은 부가서비스일 뿐 음성통화료가 주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멜론'을 분사해 다른 온라인 음악사이트들과 동등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게 지속가능한 SK텔레콤의 성장에도 바람직하다는 인식도 있다.

◆경쟁법 적용 '엄격'…시장규모 작고 DRM 법제 없으니 합법

그러나 법원은 우려는 있지만, 불법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 소비자 피해가 현저하지 않고 ▲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도 부당성이 없거나 매우 약하다는 것.

법원은 소비자 피해와 관련 "같은 음악 파일이 있어도 SKT MP3폰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추가로 SKT 멜론에서 음악을 사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음악 사이트에 새로 가입하거나 가입사이트를 바꾸는 소비자에게는 침해의 현저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음악 사용자의 30%정도만 유료로 음악을 사고, 유료 이용자들의 35.8%만이 1개 음악사이트를 이용하고 나머지는 복수 음악사이트를 이용한다는 점을 들어, 멜론사이트만을 유료로 이용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2.5%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에 대해서도 "DRM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기술이며, SK텔레콤이 가장 폐쇄적인 DRM 정책을 고수하지만 이는 DRM 표준화가 의무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면서 부당해서 불법에 이른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DRM 해제 법안이나 상호호환 법안이 없는 상황에서 정통부 등이 상호호환이 가능한 '엑심' 기술을 SK텔레콤 등에 강제 의무화하는 것은 권한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까지 밝혔다.

결과적으로 막 꽃피우는 컨버전스 시장에 대한 경쟁법 적용은 '엄격'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DRM은 신규 진보성이 있는 기술이고 시장지배력이 고착화되지 않았으니 경쟁법을 통해 왜곡된 시장 환경을 원상회복 시키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고등법원의 판단은 공정위가 MP3폰, 카메라폰, IPTV 등 IT 컨버전스 서비스에 대해 경쟁법을 적용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문화부가 저작권법의 관점에서 표준DRM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고 해외에서도 DRM과 저작물의 공정활용 및 사적복제 제한과 관련된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DRM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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