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DVD 가격경쟁 '점입가경'

차세대 DVD 표준경쟁이 극에 달한 가운데 100달러에도 못 미치는 플레이어 가격에 무료 타이틀까지 대거 지급하는 마케팅이 진행되면서 경쟁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1월 들어 베스트바이, 월마트, 프라이스 등 해외 대형 유통업체들은 98~99달러의 특별가격에 HD DVD를 판매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이는 해당제품 소비자 가격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와 함께 블루레이 진영에서도 최저가 마케팅과 함께 다수 무료 타이틀 제공 및 관련 가전제품의 할인행사를 동시 진행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그동안 차세대 DVD가 본격 보급되지 못했던 요인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 ▲전용 타이틀이 부족하다는 점 ▲업그레이드 DVD플레이어의 만족도가 높다는 점 ▲HD DVD와 블루레이 간 우열이 불분명하다는 점 등이었다. 이중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높은 가격 문제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면서 두 진영 간 경쟁이 점입가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HD DVD "갈데까지 가자"…'반값' 마케팅

그동안 상대적으로 싼 가격과 온라인을 활용한 부가콘텐츠 제공 강점을 활용했던 HD DVD 진영은 극한의 가격경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11월 초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프라이스 등 유통업체는 도시바의 'HD-A2' HD DVD플레이어를 98~99달러에 내놓는 특판행사를 한시적으로 진행했다. 이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199달러로 이번 특판가격은 원래 가격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아마존닷컴과 서킷시티, 시어스 등 온·오프라인 유통점이 가세하면서 'HD-A2' 제품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인하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을 활용해 최대 10장의 무료 타이틀을 지급하는 행사가 이어졌다. 프라이스는 'HD-A2'의 뒤를 잇는 'HD-A3' 제품마저 99달러 판매하고 있다. 'HD-A3'의 소비자가격은 299달러다.

이미 200달러선을 깨고 내려간 도시바의 'HD-A2'는 지금까지 출시된 HD DVD 중 가장 가격이 싼 제품이었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현재 'HD-A3'에 대해서도 가격인하를 단행하면서 판매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HD DVD 진영은 올해 든든한 후원자로 손을 잡은 파라마운트에서 최근 인기작 '트랜스포머'를 출시하면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의 바울 에릭스 연구원은 "'트랜스포머'는 HD DVD 타이틀 가운데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제품으로 기록되고 있다"며 "이에 힘입어 HD DVD플레이어 매출은 지난 6월 이후 처음 주간 단위로 처음 블루레이를 압도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블루레이 진영도 최저가+관련제품 할인행사

블루레이 진영은 다수의 영화제작사 및 가전업체를 자기편으로 확보한 데다, 제품의 성능과 용량 면에서 우월하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HD DVD 진영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블루레이 쪽의 대표주자 소니는 최근 역대 블루레이 제품 가운데 가장 가격이 싼 제품을 내놨다. 소니는 블루레이를 지원하는 40기가바이트(GB) 용량의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을 399달러에 대형 유통점에 내놨다. 80GB 용량의 같은 제품 가격은 499달러.

최근 국내에서 60만원 정도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차세대 블루레이플레이어 'BD-P1400'은 해외 유통점에서 499달러 이하의 가격에 판매됐다. 일본 샤프와 파나소닉의 일부 블루레이 제품 역시 500달러를 넘지 않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스파이더맨3'을 포함한 인기 타이틀 다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마케팅이 병행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베스트바이, 아마존, 서킷시티 등 유통업체는 소니픽쳐스와 디즈니 등의 인기 블루레이 타이틀 가격을 10~15달러 인하하거나, 1장 가격에 2장의 타이틀을 제공하는 할인행사도 진행했다.

이와 함께 블루레이와 HD DVD 진영에선 고화질(HD) 액정표시장치(LCD) TV나 홈씨어터, 콘솔게임기 등 차세대 DVD 관련 제품을 동시에 구매할 경우 100~200달러까지 깎아주는 저가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직까지 블루레이와 HD DVD의 우열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아직까지 두 진영에서 차세대 DVD 구매층을 확실히 선점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내년엔 400편 이상의 차세대 포맷을 채용한 타이틀이 등장하고, HD TV의 구매가 더욱 확대되면서 차세대 DVD플레이어의 판매량 또한 늘어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