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i동네방네]비좁은 제주 서귀포항… 무늬만 항구?


"위탁판매시설 이전해야"

[아이뉴스24 박태진 기자]제주도 서귀포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서귀포항은 낡은 물류시설로 무역항의 기능을 잃어버린 지 꽤 오래 됐다. 지난 2021년 기준 제주도내 연간 항만 물동량은 2천680만 톤이다. 그러나 서귀포항의 물동량은 56만 톤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2.1%에 불과하다. 서귀포에서 수확한 감귤을 인근 성산항, 한림항, 애월항 등을 통해서 육지로 운송하는 실정이다.

사용한 지 30년이 지난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 건물 전경 [사진=박태진 기자]
사용한 지 30년이 지난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 건물 전경 [사진=박태진 기자]

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협소한 수산물 위탁판매시설을 30년 이상 사용하면서 선박 충돌이 자주 일어나고 대형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새벽 경매시간 비좁은 이면도로에서는 지게차와 중매인, 도소매인, 시민들이 엉키면서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조합원, 상인, 시민의 인내가 한계점에 다다랐다.

낡고 협소한 서귀포수협 위탁판매시설로 인해 선박충돌 사고가 발생하고, 대형화재에 노출되어 있다. [사진=박태진 기자]
낡고 협소한 서귀포수협 위탁판매시설로 인해 선박충돌 사고가 발생하고, 대형화재에 노출되어 있다. [사진=박태진 기자]

◆ 선박사고 빈발

현재 서귀포수산업협동조합 조합원 수는 1천여 명이나 된다. 등록된 선박 수는 355 척이고 수산업 활동 선박은 150여 척이다. 어부들은 갈치채낚기, 옥돔낚기, 선상냉동 어업에 대부분 종사한다. 지난 해 위판액은 1천220억원이다.

문제는 7~9월 성어기 때 발생한다. 이 때는 하루 평균 20톤 미만 소형 어선 100여 척과 20톤 이상 중대형 어선 40여 척이 하역에 나선다. 항구에서 직접 위판 장소로 생선을 하역하려는 배들이 늘어서 있다.

접안 시설이 협소해 하역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톤 이상 중대형선박은 2~3대 정도만 동시 접안이 가능하다. 선원들은 먼저 하역하려는 선박들이 줄 서고 엉키면서 크고 작은 충돌사고가 일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료를 채우려는 선박이 뱃길을 막아서면서 선원들 간 언쟁도 벌어진다.

◆ 대형화재에 무방비 노출

항구가 대형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새벽 시간에 정상적으로 하역을 하지 못한 대형선박은 항구 내 정박 중에도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관실을 계속 가동해야 한다. 이로 인해 엔진이 과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원인은 또 있다. 큰 태풍이 예보되었을 때 서귀포항은 도외 선박과 외국 선박의 임시 대피소로 이용된다.

늦게 귀항한 서귀포 선적 어선도 정박할 곳이 없어 인근 항구로 피항할 때가 있다. 비좁은 항·포구에 많은 선박들이 촘촘히 결박되면서 연쇄 대형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0년 9월 7일 서귀포항 내에서 발생한 화재로 9척의 배가 불타고 있다. [사진=서귀포수협 제공]
지난 2010년 9월 7일 서귀포항 내에서 발생한 화재로 9척의 배가 불타고 있다. [사진=서귀포수협 제공]

지난 2010년 9월 7일 새벽에 일어난 선박화재로 6대가 전소되는 등 9대가 피해를 입었다. 재산피해는 70억원에 달했다. 만약 지난여름 ‘힌남노’ 같은 태풍이 올 때 당시와 같은 화재가 발생한다면 수십 척의 배가 한꺼번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 "위탁판매시설 이전 신축 절실"

협소하고 낡은 위판시설 때문에 일어나는 잦은 선박 충돌사고, 대형화재 위험 노출, 교통정체 등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위판시설을 이전 신축하는 것이다. 조합원이나 어민들은 현 장소에서 약 500미터 동쪽 지점으로 이전하기를 바라고 있다.

서귀포항운노조와 어려운 협의 과정을 거쳐 희망부지도 마련됐다. 노조가 소유한 창고부지와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지를 합해서 약 2천500 평이다. 수협이 자부담할 건축비도 이미 마련되어 있다.

서귀포수협 조합원과 어민들이 이전 확장을 원하는 위치의 2천500 평 부지 평면도 [사진=서귀포수협 제공]
서귀포수협 조합원과 어민들이 이전 확장을 원하는 위치의 2천500 평 부지 평면도 [사진=서귀포수협 제공]

위판장 이전 신축의 선결과제는 우선 상항구를 어항구로 지정하는 제주도의 행정조치다. 물론 도의 예산지원도 필요하다.

전임 원희룡 지사가 중도 사퇴하면서 위판장 신축이전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 그러나 서귀포수협은 오영훈 도지사 취임 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미자 서귀포수협조합장은 “위생적인 저온 위판장이 신축되고, 어선 선수품 판매 공간, 중도매인 사무실 공간, 외국인 근로자 휴게 공간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박태진 기자(ptj1957@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i동네방네]비좁은 제주 서귀포항… 무늬만 항구?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