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CJ제일제당이 '레드바이오' 사업 힘주는 까닭은


천랩 인수 후 마이크로바이옴 사업 본격화…"글로벌 역량 확보 위한 전략적 투자"

CJ제일제당 연구센터 블로썸파크 전경 [사진=CJ제일제당]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CJ제일제당이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매각한 지 3년 만에 '레드바이오' 사업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그린,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 이어 레드 바이오 사업까지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산업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그린 바이오는 미생물과 식물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능성 소재 등을 만들어내는 산업 분야고 화이트 바이오는 미생물 기술을 활용해서 산업적으로 유의미한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레드 바이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료·제약 분야다.

CJ제일제당은 이 세 분야 모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최근에는 레드바이오 산업에 힘을 싣고 있다. 식품과는 달리 영업이익이 높은 바이오산업을 장기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21일 약 983억원에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 '천랩'을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천랩의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다.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세균·바이러스 등 수십조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몸무게 70kg 성인 1명이 약 38조 개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종류를 선별하면 의약품·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를 원활하게 하고 콜레스테롤·혈당 수치 조절과 뇌 신경 전달물질 생성에도 도움을 준다.

◆ 제약 사업 진출 선 긋던 CJ제일제당…천랩 인수로 신약 개발 본격화?

지난 2009년 설립된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류 기술 및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제약·바이오(레드바이오) 기업이다. 천랩이 보유한 마이크로바이옴 실물 균주는 5천600여개로 국내 최대 규모다. 천랩은 2019년 간암과 대장암에 대해 종양 형성 억제 효과를 보이는 신종 균주(CLCC1)의 전임상시험에서 항암 효능을 확인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 그룹 주도로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한 이후 식품·사료 첨가제와 식물 고단백 소재를 생산하는 그린 바이오에 집중해왔다. 그간 연구원 채용도 그린 바이오 관련 분야에 집중됐다.

반면 레드바이오 사업 제기에는 지속해서 선을 그어왔다. 2019년에도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 재진출 이슈가 불거졌지만, 답변은 한결같았다. 또 다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바이오벤처 고바이오랩에 40억원을 투자한 직후였다. 당시 CJ 관계자는 "CJ헬스케어 매각 후에도 그룹 차원에서 그린바이오와 친환경 플라스틱을 비롯한 화이트바이오 등 바이오 관련 연구개발(R&D) 계속해 왔다"며 "바이오벤처와의 협업은 바이오 R&D의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이 신약개발 재개에 조심스러운 건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매각과 관련 있다. 2018년 4월 한국콜마그룹이 FI와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씨케이엠(CKM)에 CJ헬스케어 지분 100%를 1조3천100억원에 양도했다. 35년 간의 영위했던 제약사업 정리한 셈이다. 당시 CJ그룹은 CJ헬스케어를 매각하며 신약개발에서 손을 뗀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천랩 인수로 업계는 CJ제일제당이 제약·바이오 사업에 다시 도전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자사 미생물‧균주‧발효 기술과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 접목되어 사업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과 천랩 CI [사진=각사]

◆ 바이오 사업, 식품 등과 비교해 영업이익 높아…레드바이오 성과는 '아직 미지수'

CJ가 바이오 사업분야를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있는 건 수익성 영향이 크다. 바이오의 경우 식품사업보다 영업이익률이 높다. 통상 식품업체는 곡물가격이 오르면 마진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원자잿값 상승이 주가의 변수로 작용해왔다. 지난해 3분기부터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CJ제일제당도 원재료 투입단가 부담이 커지는 추세다. 하지만 화이트 바이오는 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 CJ제일제당의 사업 부문 가운데서도 바이오 사업의 수익성은 오름세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바이오 사업부문 매출은 2조9천8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4.2% 증가한 3천12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2018년(7.1%), 2019년(8.4%)보다 상승한 10.5%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식품 사업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0%를 밑돈다.

이런 영향으로 CJ는 바이오 R&D에 꾸준히 투자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에만 바이오 R&D에 1천432억원을 투자했다. 바이오 응용 분야인 화이트(친환경) 그린(농업)을 모두 포함한 액수지만 규모가 크다. 지난해엔 바이오 사업 부문에만 8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다만 CJ제일제당이 천랩 인수 후 성과를 보이기까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설립된 고바이오랩의 경우 10년 이상 축적한 한국인 3천명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확보해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신약 2상을 진행 중이다. 3상까지 여정이 아직 험난한 상황이다.

고바이오랩 매출 규모는 지난해 5억원에 불과하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73억원, 440억원에 달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기술로 여겨지고 있어 천랩 인수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투자"라며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인 그린바이오와 고부가가치 화이트바이오에 이어 레드바이오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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