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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약·바이오업계, 잇단 바이오벤처 자회사 설립…배경은


바이오 벤처 설립, 임상 실패로 인한 주가 하락 피하고 투자 유치에도 용의

대웅제약 연구원들이 신약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연구원들이 신약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웅제약]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제약업체들이 연구개발(R&D) 중심의 바이오 전담 자회사를 설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동아쏘시오그룹을 비롯해 휴온스그룹, 대웅제약, 일동홀딩스 등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잇따라 바이오벤처 자회사 설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바이오 벤처 설립은 최근 3~4년 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행보는 제약·바이오업계가 개발 실패에 따른 주가 하락 등 위험 요소를 피하기 위한 안전정치와 함께 투자유치를 용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전통 제약사들의 바이오 벤처 설립 후 신약 개발 성과 '쑥쑥'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에스티팜은 지난 5일 미국 샌디에이고에 RNA 및 CAR-NKT 신기술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텍 '레바티오 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특히 미국 샌디에이고는 화이자, 머크, 노바티스 등 글로벌제약사의 연구소와 여러 바이오텍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어 활발한 공동연구와 기술수출 협의가 용이하다.

휴온스그룹의 지주회사인 휴온스글로벌은 지난 1일 바이오사업 부문을 분할해 독립 법인 휴온스바이오파마를 설립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 관계자는 "휴온스바이오파마는 국내 시장에 국한되기 보다는 세계 시장에서 기회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올해는 중국 임상 개시,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휴온스그룹의 보툴리눔 톡신 사업이 한 차원 더 성장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5월 신약 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바이오업체 '아이엔 테라퓨틱스'를 설립했다. '아이엔 테라퓨틱스'는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 플랫폼과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 치료제, 뇌질환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일동홀딩스도 지난 2019년 개발 중심 바이오벤처 모델 기반 신약개발 회사인 아이디언스를 설립한 뒤 관계사인 일동제약의 항암 파이프라인 신약 후보물질을 양도했다. 아이디언스는 올 초 재무적 투자자(FI) 자금 유치와 관련해 총 400억원 규모의 투자금 수령하면서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밖에 유한양행은 항암 신약개발 사업의 전략적 추진을 위해 지난 2016년 미국 바이오회사 소렌토와 합작투자회사 이뮨온시아를 설립했고, SK케미칼도 같은 해 신약 개발부서를 스핀오프 해 항암제와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티움바이오를 독립시켰다. 안국약품 역시 해외 시장을 겨냥해 특수항체를 중심으로 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2019년 100% 자회사 빅스바이오를 설립한 바 있다.

차바이오랩에서 바이오 회사에서 신약 연구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차바이오랩]
차바이오랩에서 바이오 회사에서 신약 연구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차바이오랩]

◆ 바이오 벤처 설립, 임상 실패로 인한 주가 하락 안전장치

이처럼 제약사들이 잇따라 바이오 벤처 설립에 나서는 건 개발 실패에 따른 주가 하락 등 위험 요소를 피할 수 있어서다.

실제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종 허가를 받는 신약은 임상 1상에 진입한 후보물질의 9.6%에 불과하다. 한국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임상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과 한국에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제약 모회사가 임상 실패 시 기업 이미지 추락은 물론 주가 추락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한다. 임상 실패가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받아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모기업은 과감하게 신약개발을 추진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설립한 바이오벤처는 잠재력 있는 후보물질을 육성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사업모델로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고 모기업에 끼치는 주가 영향도 덜하다.

이 때문에 최근 사내에서 개발하던 신약 파이프라인을 자회사로 넘겨 R&D에 집중하도록 스핀오프(spin-off·분사)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본시장에서는 상장을 앞둔 비상장 기업을 선호하는 만큼 스핀오프를 통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투자금 조달에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스핀오프를 통해 대표작에 가려져 연구 성과가 부진했던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거나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금 유치가 용이해지는 경우도 있다. 스핀오프 기업의 주식시장 상장으로 전문성을 강화한 기업도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기업이 내부적으로 R&D 팀을 꾸리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R&D에 집중할 수 있는 바이오벤처를 설립하는 것은 좋은 흐름이라고 본다"며 "모회사가 R&D에 대해 꾸준한 지원을 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도 바이오 벤처 설립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같은 흐름은 향후 몇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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