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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대면'에 '물가' 이중고 겪는 전통시장…명절특수 없다


먹거리 시장만 북적북적…돌파구 찾기 위한 시도 다방면서 이어져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30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런 명절 분위기는 처음 느껴봅니다. 일부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먹거리 가게 말고는 다들 비슷비슷하게 어려운 분위기일 거예요."

지난 6일 서울 광장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65·여) 씨는 명절을 앞두고 다소 나아진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을 닫고 있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며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지원은 물론, 상인들 스스로도 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전통시장에서 '명절 특수'가 사라진 모습이다. 제수용품 등을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주말임에도 인적은 드물었다. 시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형성된 먹거리 장터를 메꾼 젊은이들 외 물건을 보기 위해 시장을 찾아온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대면 트렌드 속 '급속 침체' 빠져…백화점·대형마트 설 선물세트는 흥행

이날 만난 상인들 대부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50% 이상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상인회를 중심으로 온라인 주문을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는 있지만 상인들이 기술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고, 가격 경쟁력 또한 경쟁자에 비해 높게 가져가기 어려운 만큼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많은 점포가 문을 닫았다는 설명이 이어졌고, 실제 곳곳에 임대인을 찾는 안내문을 붙여둔 상가가 눈에 띄었다.

지난 주말 찾은 광장시장은 먹거리 장터를 제외하고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지난 주말 찾은 광장시장은 먹거리 장터를 제외하고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특히 지난해 추석부터 촉발된 '비대면' 트렌드는 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높은 편의성을 갖추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대기업 이커머스 플랫폼은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다수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또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시장 수요는 대거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몰렸다.

실제 백화점 업계의 설 선물세트는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6일까지 진행한 설 선물세트 판매 매출은 전년 대비 46%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51.3%, 현대백화점은 48.3%의 설 선물세트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이 같은 실적은 대부분 역대 최고에 준하는 수치로, 청탁금지법 완화 등 각종 호재에 힘입어 프리미엄 상품군의 매출이 성장을 이끌었다.

반면 전통시장에서는 이 같이 작용할 수 있는 '모멘텀'이 모자라다는 평이다. 정부가 온누리상품권 할인 판매 등 적극적인 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상품 라인업 등에서는 대규모 유통업체에 비해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최근 높아진 농산물 및 생필품 물가로 인해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과일 점포에서 만난 윤모(70·여) 씨는 "지난해 명절때도 힘들었는데 올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귀성을 막고 있어서인지 더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안 그래도 시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데,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고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각심이 커져서인지 올해는 앞선 명절때보다도 상황이 썩 좋진 않다"고 토로했다.

◆먹거리 시장은 대조 이루며 '북적북적'…코로나19 확산 우려도 높아져

반면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는 먹거리 시장 구역은 대조를 이뤘다. 통로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다양한 먹거리 상점에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고객들이 식도락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상인들 역시 다른 구역과는 다르게 활기를 띈 모습이었다. 다만 방역에 대한 염려 때문인지 적극적인 판촉 활동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 곳에서 간식을 즐기고 있던 대학생 신윤정(22·여) 씨는 "간단히 산책도 하고 먹을 것도 먹기 위해 나왔다"며 "젊은 세대에게 전통시장은 '먹거리 장터'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고 이는 광장시장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대로변에 위치한 한 의상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대로변에 위치한 한 의상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다만 명확한 '문'으로 공간이 구분돼 있는 입구가 대로변과 맞닿아 있어 출입 인원에 대한 통제는 어려운 모습이었고, 각 점포별로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는 있지만 몰려드는 손님이 많아 간혹 방역 혼란이 발생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은 상인들 스스로가 느끼고 있어 더욱 철저히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먹거리 장터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37·남) 씨는 "밀폐된 공간이 적어서인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발병한 적은 없었던 걸로 알고 있지만 시장 구조상 방역에 취약할 수는 있을 것 같다"며 "다만 모든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방역에 철저히 임하고 있고, 시장에서도 주기적인 전면 방역을 실시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전통시장 상인들인 만큼, 방역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믿고 시장을 찾아와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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