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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공정위, 요기요·배민 합병 불허…"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왜?


옥션·G마켓 허용 때와 달라…DH "조만간 공식입장 발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8일 DH에 요기요 매각 조건으로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28일 DH에 요기요 매각 조건으로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1,2위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기업결합을 끝내 불허했다. 양 사 합병 시 국내 배달앱 시장 독과점 사업자가 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지난 2009년 같은 오픈마켓인 이베이의 G마켓 인수 허가 때와는 달라진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와 달리 배달앱 시장 역동성이 낮은 것으로 봤으나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공정위는 28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요기요를 운영하는 국내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 지분 100% 매각하는 조건으로 우아한형제들과의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로 했다. 합병 조건이 요기요 매각인 만큼 사실상 양사 합병을 불허한 셈이다.

공정위는 양 사 합병 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돼 ▲플랫폼 경쟁 감소 ▲음식점 수수료 인상 ▲소비자 혜택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으로 전국 배달앱 시장에서 DH와 우아한형제들 점유율이 총 99.2%에 달하는 만큼, DH는 배달통과 푸드플라이를 통해서만 우아한형제들과 시너지를 내란 뜻이다. 배달통과 푸드플라이 점유율은 2% 미만으로 알려졌다.

DH가 이 같은 공정위 조건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 공정위 판단을 따르면 DH는 시정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6개월 내에 DHK 지분 전부를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또 공정위는 DH가 지분 매각 전에 요기요의 실질 수수료율을 변경하거나, 배달원과 이용자 정보 등을 우아한형제들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행태적 시정조치도 내렸다. DH는 매월 전년 동월 이상의 프로모션 비용을 지출하는 등 기존 요기요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전국 배달앱 시장 한정?…'시장 획정' 두고 공정위·업계 이견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시, 시장점유율이란 정태적 요소와 시장진입가능성이란 동태적 요소를 모두 고려한다. 해당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가졌는지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시장을 어디까지로 봤느냐(시장 획정)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에선 전국 배달앱 시장을 기준으로 DH와 우아한형제들의 지배력을 평가했다.

 [로고=각 사]
[로고=각 사]

그러나 업계에선 공정위의 시장 획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현재 배달앱 사업자뿐 아니라, 앞으로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사업자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가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음식배달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을 외면했다"며 "쇼핑 사업자가 음식배달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 연이어 진출하고, 포털이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는 등 경계가 허물어지는 게 디지털 경제 현주소"라고 꼬집었다.

DH와 우아한형제들 역시 이용자가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주문하거나, 포털·지도앱 등 인터넷 검색 연계 주문 시장까지 포함해 지배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영국 경쟁시장청(CMA) 역시 배달앱 '저스트잇'과 '헝그리하우스' 합병 심사 때 전화주문을 같은 시장으로 인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한국과 영국 소비자의 소비행태 및 시장구조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국내 배달앱 이용자의 76%는 음식점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앱을 이용하므로 음식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직접 전화주문은 이들 회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라며 "반면 영국 소비자들은 배달앱도 음식점을 정해놓고 이용하는 데다, 영국 CMA도 전화주문이 주요 경쟁 대상은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는 DH·우아한형제들의 시장 점유율이 네이버·카카오보다도 월등히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거래금액 기준으로 이들 회사의 시장점유율과 카카오 주문하기 격차는 25%포인트 이상 차이나는 데다, 네이버 간편주문 거래실적은 배민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배달앱은 주문 후 30분 내 배달이 가능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데, 공정위가 전국시장을 기준으로 점유율을 계산해 서울·수도권에서 약진하고 있는 쿠팡이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앱 시장을 지역으로 쪼개 획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배달앱 사업자는 전국에서 같은 종류의 할인·수수료 체계로 서비스하고 있다"며 "쿠팡이츠가 서울 강남권에서 두각을 나타내곤 있으나, 전국 규모 사업자로 거듭나지 않으면 배민·요기요에 경쟁압력으로 작용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판단 '시장 진입 가능성'에서 갈렸다

옥션·G마켓과 배민·요기요 운명을 가른 것은 시장 진입 가능성에 대한 공정위 판단이다.

당시 공정위는 옥션과 G마켓이 합병해도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2000년대 초 옥션이 독주하던 오픈마켓 시장에 G마켓이 등장한 후 단기간 내 업계 1,2위가 뒤바뀔 정도로 시장 역동성이 높은 데다, 포털·종합몰 등도 오픈마켓 시장 진출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자인 11번가가 약 1년 만에 점유율을 11%로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현재 배달앱 시장은 지난 5년간 시장점유율 5%를 넘는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아 시장 동태성이 낮다는 게 공정위 견해다. 최근 쿠팡이츠가 약진하고 있으나, 서울 강남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점유율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쿠팡이츠 서비스 지역에서도 DH와 우아한형제들의 점유율(거래금액 기준)은 90.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성욱 위원장은 "오픈마켓 시장은 지마켓이 옥션을 제치고 1위로 등극한 반면, 배달앱 시장에선 배민과 요기요를 제외하고 점유율을 5% 이상 늘리면서 시장에 안착한 사업자가 없다"며 "쿠팡이츠가 '1주문1배달'이라는 고비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문 밀도가 높지 않는 지방에서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더라도 진입 초기 소비자와 음식점 확보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신규 사업자가 2년 내 이들의 수수료 인상이나 프로모션 축소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전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달앱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이츠가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과거 옥션·G마켓 합병 승인 당시에도 쿠팡이라는 신규 사업자가 나타나 이커머스 시장을 넘어 음식배달 시장까지 진출할지는 몰랐던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공정위 판단과 관련 DH는"오후 중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며 더 좋은 서비스로 거듭날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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