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진 한 장이면 어디서든 볼 수 있죠”…AR콘텐츠로 즐기는 ‘권민호: 회색 숨’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야외공간 설치 프로젝트…3개 방식으로 연초제조창 75년 역사 담아

권민호 작가가 MMCA 청주프로젝트 2020 ‘권민호: 회색 숨’ 언론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MMCA 청주프로젝트 2020 ‘권민호: 회색 숨’(Kwon Minho: Clouded Breath)이 29일 청주관에서 개막한다.

MMCA 청주프로젝트는 한국 신·중진 작가를 지원·육성하고자 기획된 청주관 특화 사업이다. 야외공간을 활용하는 설치 프로젝트다.

권민호 작가는 건축 도면에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리고, 디지털 사진을 콜라주해 한국 근현대사의 풍경을 담아내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 산업화 시기에 관심을 두고, 공장·기계·거리 간판 등의 시대 상징물을 중첩해 치밀하게 그려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옛 연초제조창이었던 청주관의 건축 도면 안에 제조창의 역사를 펼쳐 놓은 신작 ‘회색 숨’을 선보인다. 지난 2월부터 8개월 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다.

‘회색 숨’은 제조창의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와 담배 연기,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던 노동자들의 숨 등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며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한국 산업화 시대를 압축적으로 표상한다.

‘권민호: 회색 숨’(2020) 아연도금 철판에 유성 잉크 실크스크린 인쇄, 240 x 500cm. [국립현대미술관]

권 작가는 지난 28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언제부턴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과 도구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보이는 풍경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할아버지·아버지 세대가 만들어낸 반짝반짝 화려한 결과물 안에서 살고 있다”며 “지금의 풍요를 만들기 위해 일했던 산업화시대 아버지·할아버지 세대가 내뿜었던 연기들과 우리가 누리고 있는 화려할 불빛들을 실제 그 공간 안에 같이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그 공장에서 일했던 분들이 지금은 반짝거리고 여러 색을 내뿜는 공간을 다시 보고 다른 방식으로 즐겼으면 좋겠다”며 “이것이 ‘회색 숨’의 큰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권민호: 회색 숨’(2020) 애니메이션, 컬러 HD 1200px, 45초, 220 x 400cm(스크린). [국립현대미술관]

권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제작한 3점의 ‘회색 숨’을 선보인다. 실크스크린과 영상을 결합한 하나의 평면 작품을 로비에 구현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판화의 일종인 실크스크린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한때 공장이었던 장소에서 전시한다는 점을 고려해 금속이라는 산업재료를 사용했다. 금속의 날카로움, 기계의 묵직함, 단단함 등 공장의 분위기를 작품으로 형상화하고자 했다.

미술관 건물 외벽에는 드로잉 이미지를 컴퓨터로 재조합하고 크게 확대해 간판처럼 설치했다. 도면을 실제 건물에 설치하기 위해 그림의 선을 망점 처리해 픽셀처럼 만든 후 실사출력했다.

작은 점들이 모여 만들어낸 담배 생산 기계, 공장 노동자, 공장에서 생산된 담배 등의 형상들은 건물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감각을 제공한다.

‘권민호: 회색 숨’(2020) 파나플렉스 간판 패널, LED 투광기, 경광등, 570 x 670 x (10)cm_낮. [국립현대미술관]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존의 작품을 증강현실(AR) 콘텐츠로 제작해 선보인다는 것이다. 연초제조창이 세워지는 1946년부터 미술관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건물이 쌓아온 역사를 3D 영상으로 시각화했다.

텅 비어 있는 벽면에 타워크레인과 비계가 구축되면서 연초제조창의 기계가 들어서고, 굴뚝이 생성된다. 연초제조창의 상징인 담배갑이 시대별로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장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물도 등장한다.

1950년대 한국전쟁 때 폭파된 한강대교, 탱크, 피난열차 등과 1960~1980년대 새마을운동 구호, 조선소, 88올림픽 오륜기 등에 이어 1990~2000년대 KTX, 컴퓨터 등의 이미지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 외 청주 거리에 있는 간판, 청주역, 청주국제공항 등의 이미지를 넣어 장소를 반영했다.

MMCA 청주프로젝트 2020 ‘권민호: 회색 숨’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 [국립현대미술관]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모바일 화면을 미술관 외벽에 비추면 작가의 평면 작품 속 공장 기계, 운송 수단, 청주 시내 간판 등이 시대별로 등장한다. 미술관에 방문하지 않아도 청주관 건물 정면 사진만 있으면 AR 콘텐츠 감상이 가능하다. 애플리케이션을 사진에 대면 산업화 과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AR 콘텐츠는 관람객이 직접 사진촬영을 해서 소장할 수 있고, 브로슈어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언제 어디서나 작품 맛보기 영상을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1월 14일까지 이어진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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