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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街 2·3세가 뛴다] 형제경영 닻올린 안국약품…형만 한 아우 있다


장남 안국약품·차남 안국건강 마침표 찍은 교통정리…경영성적은 희비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신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유난히 전문경영인이 드물고 2~4세로의 경영 승계가 활발해서다. 최근 분위기는 더 심화하는 분위기다. 제약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맨손으로 오늘날의 제약업계를 일군 창업 1세대 퇴진과 함께 그 자녀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뉴스24에서는 [제약街 2·3세가 뛴다]는 기획을 통해 젊은 경영인의 뒤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중견 제약사 안국약품의 엇갈린 2세 경영이 업계 안팎의 눈길을 끈다. 안국약품 오너 2세는 장남이 안국약품을, 차남이 안국건강을 맡는 식으로 교통정리가 끝난 상황이다. 둘 다 각 회사 최대주주로 있다.

어준선 안국약품 회장은 슬하에 2남 3녀를 두고 있다. 장남 어진 부회장이 안국약품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2016년 안국약품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 같은 해 12월에는 지분율을 22.68%까지 끌어올려 어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차남 어광 안국건강 대표는 회사 설립 직후인 2003년부터 대표를 맡아 기업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경영성적에서는 희비가 갈린 모양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두 형제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

장남 어 부회장은 1992년 입사해 20년 이상 안국약품에 몸담아 왔지만, 경영지표에선 현재까지 자기 색깔을 내지 못하며 있다.
장남 어 부회장은 1992년 입사해 20년 이상 안국약품에 몸담아 왔지만, 경영지표에선 현재까지 자기 색깔을 내지 못하며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의 두 형제는 서로간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독립경영 중이다. 차남 어 대표가 이끌고 있는 안국건강은 현재 안국약품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경영·재무가 연관돼 있지 않다. 어 부회장과 안국건강 간 연결고리는 안국약품이 안국건강 지분을 29.9% 갖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안국약품 창업주의 2세라는 점에서 이들의 경영 행보는 업계의 관심사다. '형만 한 아우 없다'란 말이 있지만 무색해지고 있다.

장남 어 부회장은 1992년 입사해 20년 이상 안국약품에 몸담아 왔지만, 경영지표에선 현재까지 자기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4억 원으로 전년대비 84.4% 감소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1천559억 원으로 16.1% 줄었고 순이익은 28억 원으로 79% 급감했다. 소화기계용제, 호흡기용제, 순환기용제 부문에서 매출이 크게 저하된 탓에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그는 지난해 불법 리베이트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어 부회장의 지난해 구속으로 오너리스크에 시달리며 회사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어 부회장 취임 이후 실적이 고꾸라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불법 리베이트에 손을 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고려대 경제학과와 미국 노트르담 경영대학원(MSA)을 졸업하고 대신증권에서 근무했다. 이후 안국약품에 입사해 기획실장과 총무담당 상무이사, 전무이사 등을 거쳐 1998년 사장에 올랐고, 2016년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홀로서기에 나선 동생 어 대표의 성적표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형이자 안국약품 장님 어 부회장의 오너리스크가 이어지며 자연스레 동생 어 대표와 경영능력이 비교 평가되고 있다.

안국건강은 안국약품보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눈 건강기능식품 '안국루테인' 제품군은 어 대표가 키운 대표적 제품으로, 안국건강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 그는 안국약품에서 근무하다 2003년부터 안국건강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고 안국건강 지분 56.2%를 보유하고 있다.

차남 어광 안국약품 대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늘며 외형 확장에 실속도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남 어광 안국약품 대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늘며 외형 확장에 실속도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 대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늘며 외형 확장에 실속도 챙겼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안국건강의 지난해 매출액은 423억 원으로 전년(290억 원) 대비 45.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38억 원→64억 원)과 순이익(34억 원→55억 원)도 각 60% 이상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안국약품은 창업주인 어준선 회장과 어 회장의 장남인 어진 부회장 각자 대표 체제로 구성돼 있다"며 "경영자로 나선 안국약품 오너 2세 어진, 어광 형제가 상반된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차남 간의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회사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크지만, 자신들의 경영 능력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한 신경전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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