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로금리 시대 폭락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느닷없이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생활양식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봄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만 썼던 마스크는 이제 사시사철 착용해야하는 생활 필수품이 됐고, 되도록 타인과 접촉하지 않으려하는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가 미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의 감염병이 대부분 동물을 숙주삼아 인간에게 전파돼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코로나19 사태 같은 일은 공장식 축산 등 공급 체계나 환경 파괴가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 같은 생활양식이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정착될 수 있는 셈이다.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인 요즘, 그래도 느닷없이 고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상품이 있다면 실눈을 뜨고 봐야하지 않나 싶다. 투자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는 경제 부문에서도 '제로금리 시대'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소비심리가 줄자 실물경제, 금융경제가 급격히 위축됐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 연준은 5년 만에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췄고 급기야 '무제한 양적완화' 방침까지 밝혔다.

한국은행도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1.25% 이하, 그리고 0%대 금리로 내려간 건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도 제로금리 시대를 살게 된 것이다.

제로금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 이미 정부는 앞으로 세계 경제가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처럼 V자 반등하는 게 아닌, L자 경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의 상황이 당분간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 은행 예·적금 등을 통해 이자 수익을 꾀해온 평범한 금융소비자 입장으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은 예대마진을 방어하기 위해 조만간 수신상품의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다. 그럴 경우 정기예금 쪽에선 0%대 상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만약 올 한해 한국경제가 한은이 전망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를 달성함과 동시에 이자소득세까지 제하면 실효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된다.

작년 여름이 떠오른다. 예금상품을 문의했더니 더 좋은 상품이 있다며 권유를 받았던 이들, 독일이 망하겠냐는 말을 듣고 서명을 했던 이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받을 수 없는 안전한 상품 어디 없을까.

DLF 사태는 이러한 투자자들의 심리, 그리고 실적 쌓기에 여념이 없었던 금융회사와 만나면서 발생한 비극이었다.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한 게 잘못은 아니다. 비도덕적 수단으로 실적을 쌓은 금융회사가 비난을 받는 게 마땅하다.

지난 해 일이 불현 듯 떠오른 건, 그때와 상황이 비슷해서일 테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 출시된 한 시중은행의 5% 고금리 적금에도 그토록 많은 사람이 몰렸다. 오히려 금리 수준은 더 떨어진 지금,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고금리' 상품에 혹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상장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식에 관심도 없었던 대학생, 사회초년생들도 증권사 앱을 설치해 주식 판에 뛰어드는 마당이다.

수익 추구 현상은 상수지만, 불완전 판매가 근절될지 여부는 변수다. 작년 여름 이후 금융회사들은 문제가 됐던 영업점 평가지표(KPI)를 싹 뜯어 고쳤다. 국회에서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제언했던 장치들도 거의 수용했다. 이런 움직임을 두고 단지 서류 몇 장 늘어나는 데 그친 조치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시선이 많다. 금융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속성을 갖는 한, 불완전 판매는 근절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마침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지만, DLF 사태 당시 뜨거웠던 여론과 비교하면 약한 게 사실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투자자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건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그렇지만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없어진 것도 아니다.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인 요즘, 그래도 느닷없이 고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상품은 실눈을 뜨고 봐야하지 않나 싶다. 투자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서상혁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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