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정부규제, 국내 게임사 역차별 키운다"

GSOK "역외 적용 어려워…기존 자율규제 힘실어야"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의무화 규제가 국내 게임사와 해외 게임사 간의 역차별을 키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에 사업장을 두지 않은 해외 업체에 대한 규제 적용에 한계가 있어 사실상 국내 게임사에 대한 규제로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법적인 규제 도입보다는 기존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와 14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예고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과 관련해 게임업계가 시행 중인 자율규제 의의를 알아보고,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관한 법 제도의 한계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 아이템 결과물에 대해 개별 확률을 공개하고, 확률정보 표시 위치를 게임 내 구매화면 등에 안내하도록 하는 강령을 2018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는 2015년 7월 첫 시행된 자율규제를 2017년에 이어 한 차례 더 강화된 것이다.

GSOK은 매달 1일부터 말일까지 이 강령을 준수하지 않는 국내외 게임물을 모니터링, 공표하고 있다. 현재까지 14차례 공표가 이뤄졌으며, 지난해 1년간 전체 준수율 평균은 약 80%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중국 게임사를 중심으로 자율규제를 준수하지 않는 해외 게임사들이 늘어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이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에서 '클래시로얄' '브롤스타즈' 등을 서비스 중인 중국 텐센트 자회사 슈퍼셀은 14회 연속 자율규제 미준수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14회 연속 자율규제를 미준수한 총기시대 역시 중국업체 펀플러스의 게임이다.

이에 공정위는 최근 게임 아이템을 포함한 확률형 상품 전반의 확률정보를 강제로 공개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확률형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앞으로 확률 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4가지 상품(A,B,C,D)을 랜덤박스 형태로 판매할 경우 각 상품이 공급될 확률을 A(25%), B(25%), C(25%), D(25%)와 같은 방식으로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규제는 실효성이 더 낮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 간 역차별만 키운다는 게 업계 등의 지적이다. 법적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국내 사업장이 없는 해외 업체들에 대한 역외 적용에는 한계가 있는 까닭이다.

황성기 GSOK 의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인터넷 서비스 규제는 역외 적용에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며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은 해외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적용 대상이 되더라도 사법 관할권의 제한으로 인해 실제 법률 집행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플랫폼 환경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국외 사업자를 국내법으로 규제하려는 것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국내 사업자는 해외 사업자와 비교할 때 경영상 제약을 받을 수 있어 역차별 문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자율규제는 시장 배제, 신뢰 박탈 등 소비자에 가까운 불이익을 사업자에 부여함으로써 공적 규제보다 전문성과 효율성이 더 높다는 주장이다.

황 의장은 "자율규제는 공적규제에 비해 신속하고 유연할 뿐만 아니라 시장에 기만하게 대응해 위반 시 시장 배제와 신뢰 박탈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규제의 포괄성과 탄력성, 전문성 등을 고려할 시 규제체감도는 더 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역시 "국내시장에서 확률 공개를 하지 않는 중국 업체와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국내업체의 경쟁은 매년 국내 업체에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 국장은 "입법 규제가 진행되더라도 중국 등 해외 게임들의 확률 공개는 사실상 집행이 어려우므로 확률값을 공개하지 않은 중국 업체의 국내 진출은 현재와 동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공정위 개정안을 통해 입법 규제가 진행될 시 국내 업체는 확률 공개가 의무화 되지만 해외 게임들은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아도 되므로 경쟁에 있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빠른 속도로 매출 순위가 뒤바뀌는 게임업계 특성상 국내 게임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해외 게임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지속적인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에 대한 언론 공표 압박으로 최근 중국 업체들이 확률 공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 규제 도입으로) 자율 규제를 통한 언론 공표가 사라지면 중국 업체들이 확률을 공개할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며 협회 차원에서 공정위 규제 도입에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공정위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해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변호사는 "개정안은 현물형 상품과 비현물형 상품 등 서로 상이한 각종 확률형 상품들에 대해 각각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함께 규율하고 있다"며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은 실물형 랜덤박스와 달리 게임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 당초 일정한 구성 비율 산정이 불가능한 경우가 다수라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정안의 규율 내용이 추상적으로 구성된 점은 명확성의 원칙 위배 소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정 불가능한 확률형 아이템을 자율규약 등이 아닌 법규명령에 해당하는 본 건 고시에 포함하려다 보니 어디까지 금지 또는 허용 행위인지 수범자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시행·안착된 자율규제가 있음에도 법적규제를 강행한다는 점은 필요 최소한도의 규제 원칙에도 반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번 개정 내용은 통신판매업자와 게임업자 등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정부 개입 및 규제는 필요 최소한도 범위에서 행해져야 함이 원칙"이라며 "규제영향분석서 기재에 따라 업계 자율규제가 실시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자율규제가 실시되고 있어 규제의 집행 가능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는 자율규제 필요성을 부인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이용자와 정부, 산업계 간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정부 부처와 게임업계, 자율 기구 등이 참석하는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하고 확률형 아이템 관련 합의점을 찾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나리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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