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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돋보기] 무엇이 보편적 통신서비스 일까


5G 보편서비스 논란 근거 없어 … '보편적 역무'도 아냐

[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처음 보편요금제를 얘기할 때는 음성통화 200분에 데이터 1GB로 봤는데, 어느새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8GB를 넘었다. 이 용량을 2G시절 요율로 역산하면 1천3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보편적 서비스에 해당하는 통신서비스 비용을 지속적으로 줄여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이 보편적인 통신서비스에 해당하는지 논의할 필요도 있다."

지난달 8일 정부의 5세대통신(5G) 플러스 전략 브리핑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말이다.

유 장관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전후로 '통신의 보편성'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통신은 공공재적 성격의 보편 서비스라는 것. 특히 소비자·시민단체에서는 5G 서비스의 요금이 비싸니 이 서비스를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에서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에서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그렇다면 통신서비스는 보편적 서비스일까. 5G를 비롯해 보편적 통신 서비스는 무엇일까. 이는 유 장관의 발언처럼 무엇이 보편적 통신 서비스인지는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먼저 이 같은 '통신의 보편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정의는 없다. 현행법상 전기통신사업법 4조에 '보편적 역무(서비스)'라는 개념에서 통신의 보편성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해당 법에는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역무를 '보편적 역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민단체 등이 뜻하는 모든 통신서비스에 대한 '보편성'을 뜻하는 게 아닌 특정 서비스에 한해 법으로 규정한 제한적 의미다.

법으로 규정할 만큼 해당 역무 지정도 까다롭다. 보편적 역무는 대통령령을 통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정도 ▲전기통신역무의 보급 정도 ▲공공의 이익과 안전 ▲사회복지 증진 ▲정보화 촉진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는 유선전화 서비스, 긴급통신용 전화 서비스, 장애인·저소득층 등에 대한 요금감면 서비스 등이 보편적 역무로 규정돼 있다. 지역과 소득 등의 차이 없이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서비스에 한해 법이 정해 이를 제공토록 사업자에 강제하는 서비스인 것.

반대로 사업성이 없어 영리 차원에서 제공하기는 어려운 서비스라는 뜻도 된다. 대개 도서나 산간벽지 낙도 등 거주민이 적은 지역, 공중전화 등 이용이 떨어지는 서비스 등이 대상이다. 서비스 제공으로 오히려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아 손실을 정부가 나서 보전해줘야 하는 것들이다.

실제로 특정 서비스가 보편적 역무로 정해지면, 정부는 사업규모와 품질, 요금수준, 기술능력을 고려해 보편적 서비스 의무 제공사업자를 지정하게 된다.

가령 유선전화나 긴급통신은 KT가 의무제공사업자다. KT가 해당 서비스 제공으로 손실을 보게 되면 다른 통신기업들이 이를 분담해서 보전해준다. 2015년 기준 KT의 연간 손실보전금은 441억원에 달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초고속인터넷까지 대상를 확대할 계획이다.

◆보편요금제, 보편 역무와 별개로 법제화

통신의 보편성은 지난 2017년 '보편요금제' 추진 과정에서도 주목 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앞세웠으나 현재와 같은 데이터 요금제에는 기본료 개념이 없다는 지적이 일면서 데이터 요금을 낮춘 '보편요금제'가 대안으로 채택됐다.

현재 법제화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일정 수준의 음성 및 데이터 제공량을 포함한 특정 요금제 출시를 강제할 수 있는 게 골자. 현재 논의되는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형태다.

그러나 보편요금제의 '보편'은 보편적 역무의 개념을 따온 것이나 특정 서비스를 지정하는 보편적 역무와는 차이가 있다. 서비스에 따른 손실 분담 등 역시 논외다. 보편적 역무 지정이 아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일종의 가격규제인 것. 저가 요금제 출시를 강제, 경쟁 사업자 역시 유사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는 등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2017년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보편요금제안. 시장지배적사업자에게 월 2만원대 요금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한다.
2017년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발표한 보편요금제안. 시장지배적사업자에게 월 2만원대 요금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쓸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한다.

이는 유선과 달리 이통 서비스 자체를 보편적 역무와 같은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정부 판단에 따른 것. 대신 이통 서비스는 저소득층과 장애인에 대한 요금 감면 등을 통해 이 같은 통신의 보편성을 꾀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를 만드는데 관여했던 한 전문가는 "보편성은 '커버리지'와 '가용성'을 충족하는 관점에서 고려해야하는데, 3G·4G는 인구대비 보급률이 100% 이상으로 커버리지 문제는 없는 상황이고 이용자가 이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어디까지 정부가 관여하느냐가 결정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상 보편적 역무로 지정하기에는 (손실에 대한) 정산문제도 있어 복잡해 이 같은 보편요금제안이 나온 것"이라고 덧붙엿다.

또 특정 요금제를 보편 서비스로 제공하려면 이동전화 서비스를 법상 보편적 역무에 편입해야 하는데, 특히 이동전화의 데이터통신을 보편적 역무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는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진 바 없다.

과기정통부 고위관계자는 "보편요금제는 현행법상 보편적 역무와는 다른 개념"이라며, "유선통신서비스는 가까운 곳까지 회선이 구축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지만 무선통신은 특정 지역에 기지국을 설치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며 현행 보편적 역무 규정이 유효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국망도 없는 5G가 보편적 서비스?

이처럼 현 제도에서는 특정 통신서비스에 보편성을 부여하려면 먼저 법상 보편적 역무로 규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특정 서비스가 보편적 역무에 편입되려면 그 서비스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만큼 널리 보급돼있고, 사업자의 손실을 정부 차원에서 보전하는 체계 등이 갖춰져야 한다.

5G 네트워크를 이용해 운행되는 SK텔레콤의 자율주행자동차. [출처=SK텔레콤]
5G 네트워크를 이용해 운행되는 SK텔레콤의 자율주행자동차. [출처=SK텔레콤]

하지만 음성과 문자, 데이터통신을 결합한 이동전화의 경우 보편적 역무로 편입될만큼 성숙했는지에는 이견이 있다.

특히 양측의 이용자가 소통을 위해 교환망에서 일시적으로 설비를 점유하는 공중전화교환망(PSTN, 유선전화)과 달리 서버와 한쪽의 이용자가 소통하는 데이터통신은 보편적 역무로 볼만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특정 사용량을 정해주는 보편요금제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는 이유다. 통신의 보편성도 논란이다.

한 통신 관련 전문가는 "가령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볼때,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가는 교통비 등을 대신해 데이터사용료로 내게 되는 것인데, 이는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데이터통신이 활용되는 것이어서 보편적으로 사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편요금제와 같이 정부가 보편적인 데이터사용량을 사전에 정해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편적 역무 등 제도와 서비스 특성을 감안할 때 이제 막 상용화 된 5G에 보편성을 앞세워 저가요금제를 출시를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5G 전국망 커버리지는 오는 2022년에나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망 구축과 가입자 확보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정부가 지원 또는 보전해주는 게 아닌 상황에서 5G를 보편적 서비스로 보거나, 저가 요금제 출시 등을 강제할 근거는 없다는 얘기다.

통신이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해서 이를 공공서비스나 보편 서비스라 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은 규제산업으로 시장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지 않은데, 주파수를 정부가 경매를 통해 배분한다는 데 더해져 '통신의 공공재적 성격'이 강조되고 있다"며, "하지만 통신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민간 영역으로 정부 자금 지원 등이 없는 상황에서 공공재와 같은 공적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법적으로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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