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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피해 보상한다더니"…승리 라멘집 가맹점주 ‘한숨’


'승리 게이트' 이후 매출 급감·구체적 피해 보상 제시 없어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승리 사건으로 매출이 이전보다 3분의 1정도 줄었습니다. 본사에서는 보상해주겠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보상안을 제안 받지도 못해 그저 답답합니다."

'승리(본명 이승현) 게이트'가 터진 이후 아오리라멘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가맹점들은 승리와 아오리라멘이 전혀 관계가 없다고 직접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홍보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 냉담한 상태다.

이로 인해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오리라멘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한숨을 쉬며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방문한 매장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기는 했지만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늦은 점심 식사를 하는 손님이 드물게라도 보이는 타 매장과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매장 관계자는 시름에 빠져 "'승리 게이트' 이후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찾은 강남 인근의 아오리라멘 매장 [사진=이현석기자]
21일 오후 찾은 강남 인근의 아오리라멘 매장 [사진=이현석기자]

같은 날 오후 4시 50분경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매장을 찾았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 매장은 평일 오후에도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제법 많아 일명 '황금 상권'으로 꼽히는 곳에 위치해 있지만, 40여 석 자리에 손님 세 명만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음식을 주문해 먹는 동안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지만 도중에 들어오는 손님은 하나도 없었다. 직원들 또한 한가로운 모습을 보여 저녁 시간을 앞둔 식당의 긴장된 분위기와는 사뭇 차이를 보였다.

인근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40여 개 좌석 중 3자리만이 손님으로 차 있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인근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40여 개 좌석 중 3자리만이 손님으로 차 있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승리는 지난 2016년 일본 전통 이치란 라멘을 벤치마킹해 일본식 돈코츠라멘 브랜드인 '아오리의 행방불명'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 들었다. 승리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1호점을 오픈한 후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아오리라멘'을 홍보했고, 아오리라멘은 '승리 라멘집'으로 유명해지고 인기를 얻게 돼 순식간에 가맹점 수가 늘었다.

2017년 7월부터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한 아오리라멘의 매장 수는 현재 국내 43개, 해외 7개 등 모두 50개로, 이 중 명동점과 홍대점은 승리 가족이 직접 운영했다. 또 승리 절친인 이문호 클럽 버닝썬 대표, FT아일랜드 출신 가수 최종훈 등도 가맹점주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승리가 사내이사로 있던 클럽 '버닝썬'이 경찰 유착, 마약 유통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뿔난 소비자들이 아오리라멘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가맹점주들이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승리가 올 1월 군 입대를 이유로 아오리에프앤비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했지만, '승리 라멘집'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곳인 만큼 아오리라멘을 향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더 싸늘해졌다.

평소 일본 라멘을 즐겨 먹는다는 A씨(28, 남)는 "일본 라멘의 경우 맛있는 가게가 많아 선택지가 많다"며 "굳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브랜드의 음식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31, 여)씨는 "개인적으로 승리와 관계가 없다는 본사 측의 입장을 믿을 수가 없다"며 "승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이 더 기분 나쁘다"며 비판했다.

아오리라멘 가맹점주들이 승리와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사진=아오리라멘 부평, 신림점 인스타그램]
아오리라멘 가맹점주들이 승리와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사진=아오리라멘 부평, 신림점 인스타그램]

이 같은 소비자들의 반응에 다급해진 일부 가맹점들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승리와의 선긋기에 나섰다.

아오리라멘 부평점은 지난 24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저희 매장은 승리씨와 친인척 관계가 없는 순수가맹점"이라고 공지했다. 신림점 또한 지난 22일 "전 빅뱅 승리와 신림점과는 전혀 무관한 관계"라며 "항상 맛 좋은 라멘을 손님께 제공하는 신림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맛으로 승부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또 일부 가맹점주들은 최근 승리 사태에 대한 아오리라멘 가맹본부의 보상안 발표가 있었지만, 갈수록 피해만 더 커졌을 뿐 구체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자 불만을 드러냈다.

강남구 매장의 한 가맹점 관계자는 "'승리 게이트' 이후 손님이 많을 때에 비하면 3분의 1정도 매출이 줄어들었다"며 "본사로부터는 추후 보상해 주겠다는 언질은 받았지만 구체적인 보상안을 제안 받은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앞서 아오리라멘은 지난 14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7일 가맹점주들에게 1차적 보상 방안을 제공했으며 사태 전개에 따라 추가적 보호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라며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아오리라멘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음에도 점주들이 보상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개인 소송을 거는 것 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점주는 권익 보호와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점주협의회를 구성하고, 점주협의회를 통해 임원이나 가맹본부의 잘못에 대한 협의 또는 법적 진행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아오리라멘 가맹점주 사이에 점주협의회는 결성되지 않은 상태로 집단행동이 불가능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점주 개개인이 객관적으로 손해를 증빙해 민사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며 "매출 감소는 미세먼지, 불황 등의 복합적 요인에게도 영향을 받으며, '오너 리스크'만을 원인이라 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보상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본부·본사 인원으로 인한 문제로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막기 위한 '오너리스크 방지법'으로 구제받기도 어렵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아오리라멘 가맹점주 대부분은 법률 시행 이전 계약을 체결해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종열 가맹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오너리스크 방지법'으로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계약서 내 관련 항목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며 "법안이 시행된 이후 계약서를 개정 작성한 아오리라멘 가맹점주는 법안 적용을 받을 수 있으나 가맹점주 대부분이 계약서를 다시 쓰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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