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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눈물…"방송·인터넷 때문에 아파"


'564돌' 한글날…언어 정화 노력 이어지지만 '글쎄'

우리나라 방송, 인터넷 상 언어 오염을 개선하려는 민, 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원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방송부적합 유해 언어가 난무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꾸준히 심의, 제재조치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매달, 매년 제재조치된 방송프로그램 숫자가 비슷한 수준이다.

인터넷에서의 언어오염은 더 심각하다. '반가워'를 '방가'로 쓰는 축약형, '허걱' '헐' 등 의성어, 의태어 등뿐만 아니라 아예 '읍ㅎ℉'(오빠)처럼 외계어도 난무하고 있는 현실이다. '뷁' '쩐다' 등 신조어, 변조어들도 집계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쏟아지고 있다.

언어정화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민간의 캠페인 등은 이어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효과는 보이지 않는 상태다. 콘텐츠 생산자와 국민 전체의 개선의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부처의 통합적, 체계적 감독 및 교육체계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한글날 즈음에만 "한글을 사랑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다 한철장사로 서서히 사라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송 프로그램 언어오염, 방송사 의식개선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속 방송언어특별위원회(이하 언어특위)에 따르면 방송 프로그램에서 저속한 표현, 조어, 반말, 외국어 혼용 등 언어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7월 언어특위가 올해 '권고' 이상 제재조치를 한 지상파, 케이블 방송프로그램은 각각 11건, 13건이다. '권고' 이상은 언어 훼손이 심각한 수준에 해당한다.

지난 9월 MBC '세바퀴'는 출연자가 '한마디 때리죠' '벙져있어요' 등 저속한 표현을 사용해 '경고' 조치 됐다.

KBS '해피투게더3'는 출연자가 '눈빛이 야리꾸리 하다' '목 없는 사람 접어' 등 바른 언어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표현을 써 '권고' 조치 됐다.

케이블방송은 언어오염 수위가 훨씬 더 높은 편이다. '지랄' '미친년' 등 욕설뿐만 아니라 '뽕빼고 있네요' '골로 가겠어요' 등 낯 뜨거운 언어가 난무한다. 지난 4월 tvN '막돼먹은 영애씨', 7월 QTV '바나나' 등이 이 같은 언어를 여과 없이 방송해 '주의'나 '권고' 조치 됐다.

방통심의위 심의 제 51조 3항은 '방송은 바른 언어 사용을 해치는 억양, 어조 및 비속어, 은어, 유행어, 조어, 반말 등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심의위의 꾸준한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방송프로그램 상 언어 오염은 여전하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실 오인희 차장은 "방통심의위가 문제되는 방송에 대해 지적하지만, 우선 방송사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며 "방송은 파급력, 영향력이 크고 특히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그 영향력이 커 방송 부적합 언어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언어오염 해결에 '콘트롤타워' 필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 한글날을 맞아 전국 유·초·중·고교 교원 455명을 대상으로 학생 언어사용 실태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가장 많은 교원이 인터넷 언어오염을 청소년 언어오염의 주원인으로 꼽았다.(49.2%)

인터넷 상 언어오염을 지적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개선됐다"고 말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8월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한 곳에 모여 청소년 언어순화, 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범정부 대책을 마련한바 있다.

하지만 각 부처간 관련 사업이 체계적으로 조율, 감독되지 않은 현실에서는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인터넷문화협회 한 관계자는 "인터넷언어와 관련한 일관된 부서가 없어서 (각 정부부처가) 중복된 사업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똑같은 사업이 효율성이 떨어지는데, 한군데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고 제안했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일단 얼마나 문제가 심각한 지 알아본 후 사업을 진행해야 하므로 수도권 2천명 대상으로 인터넷, 휴대전화 상 언어사용 실태 조사 용역을 보낸 상태"라며 "이를 바탕으로 해서 청소년 언어사용 지침서 개발 등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무조건 순수 한글만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있어 주목된다.

조선문학문인회 최선옥 부회장(시인)은 "유독 한글날을 맞아서만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라고 하지만 그때 뿐"이라며 "우리말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쓰려고 노력하는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시대가 가는 상황에 맞게 쓰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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