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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남은 데이터 용량 이월 논란


스마트폰 데이터 용량을 이월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 쓰다가 남은 것은 다음 달로 넘겨줘야 한다는 겁니다.

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제공된 데이터를 한 달 사이에 다 소진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음성과 문자, 데이터를 섞어 월 4만5천원 짜리 정액요금제(음성 200분, 문자 200~300개, 데이터 500MB)를 쓰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음성은 기준량(200분)보다 많이 써서 요금을 더 내는데 반해 데이터는 절반도 못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니 소비자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이런 현상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가장 인기있는 SK텔레콤의 올인원45요금제(월 4만5천원) 사용자는 25%의 데이터 용량만, KT 라이트 요금제(월 4만5천원) 가입자는 45%만 쓰고 있었습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쓰는 만큼 내는 '종량제'가 비싸니 '정액제'로 바꿔 데이터 사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만든 스마트폰 요금제가 되려 부담이 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남는 데이터 용량은 다음 달에 가서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장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요금제를 당장 바꾸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먼저 남는 용량을 다음 달로 넘기는 것은 '반시장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AT&T처럼 요금을 75달러(8만5천원)로 올리고 데이터 무제한 정액제를 허용한다면 몰라도, 다음 달로 넘기는 건 이상하다는 것이죠.

음식점에 가서 공기밥과 설렁탕을 시켰는데, 밥 한 공기 추가하고 설렁탕은 거의 못먹었으니 내일 설렁탕을 더 먹게 해 달라는 말과 비슷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렇다고 데이터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요금도 함께 내린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를 당장 출시하는 일도 신중해야 할 듯 합니다. 지금은 온갖 전봇대 규제로 스마트폰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엑티브X (공인인증서)를 구동해야만 하는 불편한 전자금융서비스나 게임 사전심의 조항을 고치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도 자연스레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에서의 게임 사용이 늘면, 줄인 정액제 데이터 용량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죠. 나머지는 종량제로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폰 요금제는 조금 지켜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애플 아이폰이 출시된 지 6개월도 안 돼 소비자들의 무선인터넷 사용 패턴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마음은 급한 듯 합니다. '데이터 요금 인하'나 '무선랜(와이파이) 특구 공약'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으니까요.

더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쓰게 한다면 뭐가 문제이겠습니까.

다만 혹시 너무 의욕만 앞서거나 국민 세금으로 공짜 타령하는 건 아닌 지 꼼꼼히 살펴봐야 할 대목입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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