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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응휘]그릇된 번호변경 강제정책은 빨리 버려야


3G(세대) 이동통신으로 전환할 때 번호를 010으로 강제 통합하는 '이상한' 정책이 결국 해를 넘겨서 또다시 방송통신위원회의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사안이 복잡하고, 공공정책의 원리들이 충돌하거나, 엄청난 재원투입이 필요한 경우라면 정책에 대해서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동통신 번호 강제통합정책처럼 소비자의 피해가 명백하고, 공공정책으로서의 목적과 정당성도 의문스러운 정책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1년이 넘도록 검토를 핑계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소비자도 자신이 오랜동안 보유하던 번호를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 세계 어디에서도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번호를 강제로 바꾸도록 강권하는 정책을 펴는 나라는 없다.

전통적으로 번호이동정책이란 번호를 바꾸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번호를 유지하면서도 통신서비스사업자를 바꿀 수 있도록 해서 사업자가 번호독점을 못하게 하고, 서비스경쟁에 나서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도 2세대 이동통신에서는 사업자를 변경하더라도 원래 자신의 번호를 유지할 수 있는데 바로 그것이 번호이동정책이다.

그러나 3세대 이동통신으로 전환할 때, 기존의 01x번호(011, 016, 017, 018, 019)를 010으로 몽땅 바꾸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지금의 번호 강제통합정책은 그런 점에서 번호이동 정책이 아니라 번호변경 강제정책이다.

어떤 사업자들은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스스로 번호를 바꿨으며, 강제로 바꾸라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라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모양인데 소비자들이 번호를 바꾸기 싫은데도 신규단말기를 쓰려 하거나 보조금혜택을 받거나 신규서비스 등을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바꾸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어 놓고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면서, 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지 전혀 납득도 못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번호를 바꾸어왔던 것을 가지고 '자유로운 선택'이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식이라면 독점시장에서 소비자가 독점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이란 말인가?

통신규제당국이 번호변경 강제정책을 특정번호를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의 지배력 전이를 막기 위해서 불가피했다고 설명하는 것도 정당성을 잃은지 한참 오래 되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3위 사업자부터 순차적으로 번호이동정책을 실시해 특정 사업자의 특정번호 독점도 진작에 없어졌을 뿐 아니라, 010번호가 시장의 50%를 훌쩍 넘어선지 오래인 지금 상황에선 도무지 말도 되지 않는 설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엇 하나 정책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폐기되어 마땅한 정책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1년이 넘도록 연구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걱정스럽다. 말할 것도 없이 그 기간 동안에도 수많은 소비자들은 또다시 영문도 모른 채 울며 겨자먹기로 번호를 바꿀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릇된 정책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그릇된 정책을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명목으로 지탱하는 것이야 말로 공공의 이익을 갈수록 더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번호변경을 계속 강제하면서 소비자에게 부가서비스로 기존번호 유지비용을 부담케 하려 한다면 그것은 정책실패를 숨기기 위해 실패의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케 하고 사업자에게 비용을 보전해주는 또다른 편법이 될 것이다. 기존번호를 계속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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