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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미디어 다양성 측정에 실패한 이유는?


방통위원장 미디어다양성위원장 지명에 남는 아쉬움

미디어의 다양성이란 무엇이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일까. 측정이 갖는 본질적인 논란은 접어두고 새 방송법만 주목하자면, 우리나라는 '미디어다양성위원회'라는 걸 만들어 2012년까지 매체간 합산 영향력지수를 개발해야 한다. 신문·방송 겸영,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입이 허용되면서, 혹시 모를 미디어 독과점에 대비해 사후규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매체합산 영향력 지수 개발은 쉽지않다. 미국은 2007년 '미디어 다양성 지수'를 공식 폐기했고 독일은 특정 기업의 다른 기업 인수 심사과정에서 '여론 지배력 측정방식'이란 걸 고안했지만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에따라 SK 경영경제연구소 조영신 수석연구원은 "완벽한 측정 방식은 불가능하다"며 "우리나라의 미디어다양성위원회가 추진해야 할 최대 과제는 정교한 측정지수 못지않게 미디어 시장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 방법론이 독일보다 합리적이나 거부 당해

20일 방송통신위원회 후원으로 정보통신정책학회가 주최한 정기학술대회에서 조영신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미디어 다양성 지수'와 독일의 '여론 지배력 측정방식'을 비교하면서 개발 배경과 방법론, 문제점과 사회적 합의 여부를 진단했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2003년 지역 신문사들의 경영난을 해소할 미디어기업간 합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건별 심사'가 아닌 '블루 라인 테스트(지수)'를 개발하게 된다.

미법무부가 합병심사때 쓰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를 차용해 변형시키는데, 시장의 집중과 반독점 행위(의견의 다양성)간 관계를 인정한 속에서 시장을 획정하고 점유율을 파악했다. 이 때 FCC는 케이블방송이나 잡지, 위성방송 같은 전국 매체적 성격을 가진 것은 배제하고 지상파, 라디오, 신문, 인터넷만으로 한정했다.

점유율을 파악하는 데는 시청률 조사기관인 A.C닐슨의 소비자매체이용조사 결과를 활용해 매체별 가중치로 썼다. 이렇게 해서 FCC가 도출한 최종 가중치는 방송은 0.338, 라디오는 0.249, 일간신문은 0.202, 주간신문 0.086, 인터넷은 0.125였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3개 이하 방송국이 있는 작은 소규모 시장에서 합병이 이뤄지면 다양성이 감소하고, 9개 이상의 방송국이 있는 경우에는 다양성 지수의 변동이 크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FCC의 지수는 2004년 6월 24일 제3순회법원에서 2대1의 판결로 거부당했고, FCC는 1년의 논의끝에 수정안을 만들어 전국을 돌면서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결국 FCC는 2007년 다양성지수를 공식 폐기했고 대신 새로운 미디어 소유규제 개정안을 냈지만, 이 역시 상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조영신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다양성 지수는 현재의 선호도가 미래까지 장담할 수 있는 가(특정미디어 가중치에 대한 설득력) 등 근거 부족과 중소라디오 업체들이 학교내 라디오 방송과 전국송출 라디오 방송간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동일미디어에 대한 동일 가중치 부여에 대한 문제점)로 제기한 소송 등에서 지면서 결국 폐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다양성 지수는 신문잡지 시장의 강자인 악셀 슈프링어 그룹이 상업방송회사인 프로지벤자트아인스를 인수하는 걸 막기 위해 독일이 개발한 '여론 지배력 측정방식'보다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방식은 가중치 산출근거만 있을 뿐 명확한 공식이 제시되지 않았으며, 미디어 기업의 가중치를 모두 합치면 모집단의 값이 100을 넘게 되는 등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 방식은 2007년 11월 뮌헨행정법원에서 지지받는 등 악셀 슈프링어 그룹의 항소에도 불구하고 아직 연방카르텔청(KEK)의 미디어 기업간 인수합병 심사기준으로 유효하다.

◆사회적 통념 살펴야...'미디어다양성위원장' 지명의 아쉬움

조영신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 "독일의 경우 미디어기업간 교차소유를 함부로 허용해선 안된다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었고, 이에따라 독일 규제당국의 지수가 합병 거부에 활용되자 사회적으로 합의해 준 상태"라면서 "하지만 미국의 지수는 오히려 공격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유의선 교수는 "미국은 나라가 커서 로컬리즘이 중시되는 나라이고, 한 기업과 다른 기업 통합에 초점을 둬서 우리와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미국은 4년마다 하는 기업 집중도 평가때문에 2010년 다시 다양성 지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독일 사례는 '미디어 다양성 지수(매체 합산 영향력 지수)'를 잘 개발하는 것 만큼 여론의 합의와 수긍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위원장을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명'하고 미디어다양성위 위원장 궐위시 직무대행도 방통위원장이 '지명'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법제처에 제출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방통위는 "미디어다양성위는 법에서 방송통신위 내부에 구성토록 했기 때문에 위원장을 내부 위원 간 호선하는 방송통신심의위 같은 독립기구라 볼 수 없고, 방통위원장이 다양성위원장을 지명하는 것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디어다양성위원장이 책임질 '매체합산 영향력 지수 개발'이 불러올 피치 못할 사회적 논란을 예상하면,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지 우려되고 있다.

미디어다양성위는 새 방송법 국회 통과시 진통 속에 만들어진 만큼, (방통위원장이 지명하는) 다른 방통위 자문기구들과는 탄생 배경이나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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