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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영장주의 회피?


범민련 등 진보단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소위 '간첩'으로 의심받는다면 6년동안 사무실과 집 전화 감청, 이메일 압수 수색, 휴대전화 위치추적, 우편물 검열, 인터넷 패킷 감청 등을 통해 24시간 감시받아도 되는 것일까.

그것도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2003년 한차례 통신제한조치허가서를 발부받은 다음, 이를 14차례 연장해 감청했다면?

수사기관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연장청구제도를 이용, 시간이 촉박한 감청 수사를 계속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법관의 허가없이 수사기관 맘대로 무한정 감청 수사를 연장할 수 있게 한 것은 국민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공대위와 범민련공동변호인단은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일부 조항이 위헌적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당 사건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가 제청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지법 제25형사부는 현재 범민련 사건의 1심 공판을 진행중이다.

범민련 측은 서울지법 제25형사부가 제청하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2월의 범위 안에서 기간 연장" 조문 논란

논란이 되는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은 '통신제한조치의 기간을 2월을 초과하지 못하고 허가의 요건이 존속하는 경우에 한하여 2월의 범위 안에서 통신제한조치 기간의 연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부분(6조 7항)이다.

여기에는 감청 횟수의 제한이 없어, 수사기관이 맘먹는다면 수십 번 기한을 연장해 감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이 조항을 이용해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출신인 이경원씨(43세)를 2003년 7월 30일 처음으로 통신제한조치허가서를 받은 뒤 총 37회의 기간을 연장해 6년동안 감청해왔다.

범민련 원진욱 사무처장은 "이 씨가 범민련 사무처장을 역임한 것은 2003년인데, 정말 간첩이었다면 예전에 구속시켰어야 했을 것"이라면서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사무실을 내놓고 명함을 들고 활동하는 이씨를 도장 한번으로 감청수사를 수차례 연장해 6년동안 몰래 지켜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구속시킨 것은 공안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범민련 공동변호인단 변호사인 조영선 변호사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감청수사의 기간을 30일로 정하거나 한다"면서 "이 조항은 압수수색 영장의 경우 그 기한을 명시하게 하고, 기간이 만료되면 영장을 반환토록 하며, 재차 영장을 통한 강제처분이 필요한 경우 영장을 재청구토록 하는 형사소송법의 영장주의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비밀보호법 한정위헌?

이 논쟁은 국가권력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통신자유를 제한한다고 했을 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하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국정원 등 수사기관은 통신제한조치(감청)을 재청구할 때마다 법관의 허가서를 발부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수사목적을 그르칠 수 있으니, 통신제한조치의 연장청구제도를 통해 신속하게 수사하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연장청구제도 자체를 인정하더라도, 횟수의 제한없이 감청수사를 연장할 수 있게 한 대목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조영선 변호사는 "현행 통비법상 통신제한조치 연장청구제도는 기간의 제한만 두고 횟수의 제한을 두지않은 수사편의적인 것"이라면서 "이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지녀야 할 방법의 적정성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또 "횟수에 제한없이 국민의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도 위배해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저촉되는 만큼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는 "일본이나 대만 등에서는 수사기관의 감청시 법원이 입회하거나, 감청관련 자료의 원본을 법원에 보내 수사기간 중 봉인해 있다가 사후에 해당 피의자가 청구하면 열람할 수 있게 한다"면서 "그러나 이 씨의 경우 6년동안 얼마나 감청했는 지 본인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헌재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을 한정위헌으로 판단할 지 주목된다. 감청 연장청구제도 자체는 합헌이지만, 횟수제한이 없는 건 위헌적 요소라는 얘기다.

법에 감청기간이 2월을 넘지 못하고, 2월의 범위내에서 연장할 수 있게 한 취지는 수사기관이 법원에 통신제한조치허가서를 재청구하지 않고 기간연장을 통해 2회 이상 감청한 것과 다르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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