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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트위터 '팔로'…해석의 자유로움


기자는 말을 가지고 씨름하는 직업이다 보니 단어, 용어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는 일이 잦습니다.

특히 외래어를 쓰면서 '이 말을 어떻게 쓸까'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외래어, 신조어가 언론의 취재 영역 중에서 가장 많을 IT(정보기술)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자는 '외래어를 무조건 순화해 써야 한다'는 과격한 국어 전용론자가 아니며 외래어를 포함, 신조어가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사에서는 대체가 가능한 외래어는 가급적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기사가 더 간결해지고 읽기 쉬워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선에서 외래어를 바꿔 쓰곤 합니다. SNS로 줄여 쓰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는 '관계 맺기 서비스' 등으로 바꿉니다.

가령 최근 D사의 보도자료 중 '이용자의 변화하는 니즈에 부합해 서비스 만족도를 더욱 높이게 되었다'는 부분은 '이용자의 요구에 맞춰 만족도를 높이게 됐다' 정도로 바꿔 써도 의미 전달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단순 명사가 아니라, 외래어가 서술어미와 붙어버리면 조금 더 복잡해 집니다. '다운로드했다' '서비스한다' '론칭했다' 이런 류의 서술어 말입니다.

이것이 문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 분석할 능력은 없지만 적어도 한국어를 쓰는 사람으로서 미감이 거슬리기는 합니다. 그래서 이런 표현은 각각 '내려받았다' '제공한다' '출시했다' '내놓았다' 정도로 바꿔 사용합니다.

그러다 최근 '난제'를 만났습니다. 최근 인터넷 분야의 얘깃거리 중 하나인 마이크로블로그 '트위터(www.twitter.com)' 기사를 종종 쓰다 보니 부닥친 문제입니다.

트위터에는 '팔로(follow)' 기능이 있는데 대체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팔로'는 한 사람의 트위터를 '좇으면(?)' 그 사람이 쓰는 글이 내 트위터에도 올라오는 기능입니다.

A가 B를 '팔로'하고 B가 C를 '팔로'하는, 서로 '팔로'할 수 있지만 싸이월드 1촌처럼 그것이 필수는 아닌 이른바 '다단계 구조'입니다. 언로를 쥔 강한 메시지 전파자가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린 모양이지요.

'팔로'한 이를 '팔로어(follower)'라고 하는데 이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단순한 명사이기 때문에 "나는 김연아의 팔로어다"라고 쓰면 됩니다.

그러나 '팔로' 자체가 '뒤를 잇다'라는 동사라서 한국어의 '했다'를 붙여 쓰기가 망설여집니다.

'follow'의 사전에 나온 의미는 '뒤를 잇다' '좇다' '따르다'입니다. 사전의 뜻대로 "버락 오바마의 트위터를 따랐다" "김연아 트위터를 좇았다, 뒤를 이었다" 이렇게 쓰면 영 어색합니다.

'이웃 맺었다' '관계 맺었다' 등으로 생각해 보지만 트위터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문법적 옳고 그름을 떠나 'follow'는 인터넷 세상에서 전에 없던 관계 맺기 방식이기에 바꿔쓸 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정확한 해석일 것입니다.

이미 굳어진 '콘텐츠' '페이지뷰' 'UCC' 같은 말처럼 IT 분야에서는 모국어로는 적확히 설명하기 힘든 개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의 경우는 국립국어원이 '꾸림정보' 등으로 바꿔쓸 말을 발견했지만 화자의 사랑을 받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꾸림정보'가 '콘텐츠'의 본질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팔로'의 경우에서 보듯, 국어 화자의 미감을 거스르지만 그것을 대체할 말을 찾기 힘들다는 점은 IT가 말보다 더 먼저 진화하는 고등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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