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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은 고기엔 밥 안줘?" …소비자는 봉


과장된 고객지원·은근슬쩍 요금인상에 분통

마포에 사는 김현기(가명)씨는 최근 SK텔레콤 종로 고객센터 T월드에 다녀온 생각만 하면 분을 삭이지 못한다. 고장 난 휴대폰 수리를 레인보우 포인트로 이용할 수 있다는 직원의 안내를 들었지만, 접수받고 해당 휴대폰 제조사 AS센터를 거치려면 이틀 가량의 시일이 걸린다고 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씨는 이틀을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T월드 인근에 위치한 팬택계열 고객센터를 방문했다. 팬택 고객센터에서는 간단한 고장으로, 부품 갈아 끼우는데 30분 정도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선 SK텔레콤 레인보우 포인트 사용이 안된다며 3만여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고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현금으로 계산한 김 씨는 "T월드와 팬택 AS센터까지 걸어서 10분밖에 되지 않는 거리인데, 포인트를 사용하는 가입자는 이틀을 기다리게 해, 사실상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하는 상술로 보여 마음만 상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케이블TV방송 HCN을 시청하는 박태영(가명) 씨는 며칠 전 아파트로 배달된 우편물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우편물에는 HCN 부산방송이 지금의 월 9천원(부가세별도)인 케이블TV 시청료(훼밀리플러스형)를 1만2천원으로 '정상화'한다는 안내문이 들어있었다.

안내문에는 그동안 일부고객에게 정상가 보다 할인해 판매하던 훼밀리플러스형에 대한 할인제도가 부득이하게 폐지돼 정상요금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9월 청구분부터 적용한다고 적혀 있었다.

박씨는 처음부터 할인된 요금제라는 설명을 듣지도 못했는데, 이제 와서 지금까지 할인해준 것처럼 하는 얘기에 어리둥절했다.

박 씨는 "케이블TV 요금이 통장에서 자동이체되는데, 요금제를 바꾸면서도 달랑 안내문 한 장으로 통보하는 꼴"이라며 "고객센터에선 지역채널에서 안내자막을 내보내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토로했다.

방송통신 기업들이 가입자 뺏기에 혈안이 돼 있으면서도 정작 자사 가입자에게 소홀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동통신 업계가 매년 수조 원을 쏟아 붇는 마케팅비의 대부분은 신규 가입자의 단말기 보조금으로 쓰인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십 수만원의 현금을 계좌에 넣어준다. 전화를 걸어 한참이나 귀찮게 초고속인터넷을 가입하라고 매달리다가도 자사 가입자인 것을 알면 바로 전화를 끊어 버린다.

방송통신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규제당국에서 단말기 보조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에게도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고 유도 하겠느냐"며 "일년에도 몇 번씩 이리저리 가입 회사를 바꾸는 메뚜기족보다 말없는 고객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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