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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땅에서 우리 메일과 블로그를 쓰지 못하고…


'사이버 망명족' 갈수록 늘어…인터넷 역차별 깊어져

'88만원 세대'의 공저자 우석훈 박사(경제학)는 지난 4월 자신의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쓰기를 중단했다.

'베타테스트 중인 구글의 텍스트큐브로 옮겨갑니다. 저는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합니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를 지지합니다"라고 짧은 글을 남겼다. 우 박사는 현재 텍스트큐브에서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 망명'이 줄을 잇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회원 정보를 요청하는 건수가 늘면서 올해부터 '망명'을 선언하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수사기관이 인터넷 업체에 요구한 인터넷 로그기록, IP 주소 등이 포함된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건수가 2007년보다 15.8%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국가정보원이 인터넷 회선망을 통째로 감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네티즌들의 '망명'을 부추기고 있다.

올 한 해 이메일이나 블로그 등 '사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국내 이용자는 줄어드는 반면 해외 서비스의 이용자는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포털의 이메일 서비스는 올해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린 반면 구글의 G메일은 상승세를 보였다.

코리안클릭의 집계에 따르면 다음, 네이버, 싸이월드, 파란, 야후 메일 등은 연초보다 적게는 20만명에서 많게는 100만명까지 월간 순방문자수가 줄었다. 올초 엠파스와 사이트를 통합한 네이트를 제외하면 모두 줄어든 셈.

반면 구글의 G메일은 올 1월 월 순방문자 124만명에서 8월 현재 131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메일은 사이트 충성도가 높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눈에 띄게 큰 폭으로 늘거나 줄지는 않았지만 업체의 국적에 따라 그리는 함수값이 분명히 갈린 셈이다.

서비스 간 이동이 잦은 블로그에서 '사이버 망명'의 효과는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네이버, 다음, 티스토리, 이글루스 등 주요 블로그 서비스는 7월 현재 연초보다 모두 월간 페이지뷰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1억건, 다음은 3억건 정도 하락했다.

반면 구글의 텍스트큐브는 연초 28만건 가량으로 미미한 수치를 보였으나 7월에는 542만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현재 베타 서비스 중인 것으로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전문가들은 네티즌이 자신의 정보가 의도치 않게 국가기관에 제출될 수 있다고 각성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미네르바' 사태와, 검찰이 광우병 보도 관련 MBC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하는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증폭돼 불이 붙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외국 업체가 사실상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적법성과 상관 없이 네티즌들은 국가의 '손길'을 피하려는 이 같은 망명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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