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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성]자꾸만 떠나는 IT 행정가들


소프트웨어 산업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노무현 前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국민과 이별한 이후 채 석달이 지나지 않아 이번엔 벤처 신화와 IT 강국의 초석을 놓았던 김대중 前 대통령도 영면했다.

그들의 공과야 어찌됐든, 국민들은 나라의 큰 어른을 잇달아 떠나보낸 데 대해 누를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을 흰 국화꽃 한송이로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IT인들은 죽을 맛이다.

현 정부 들어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소프트웨어 전담기관인 진흥원도 타 기관으로 통합됐다. 정통부 시절 업계를 꿰뚫고 있던 소위 '전문가'들은 찾아볼 수 없고 낯선 정책과장들은 수시로 바뀌어 정책이 중구난방이라 푸념한다.

실제 이달 말로 지식경제부에서 소프트웨어 정책을 담당하던 과장이 또 자리를 떠난다. 산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넘치던 그였지만 이 자리를 지킨 기간은 1년이 채 안된다.

그의 전임자도 업계에선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전임 과장은 새 정부의 중장기 소프트웨어 정책 기틀을 닦는 등 제도 개선에 힘썼지만, 그 역시 10개월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물러났다.

IT 산업은 기술의 발달이 시간단위, 분단위로 바뀔 정도로 변화가 극심한데다 산업 구조나 생태계도 다른 산업과는 상이하기 때문에 정책담당 공무원의 전문성과 감각이 절실하다.

그런데 담당자의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차치하고 부임 후 제대로 업계를 파악해 고민을 함께 해 볼라치면 이동 발령이 나버리는 것이다.

또 새 담당과장이 배정되겠지만, 이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업계의 고민에 동참하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 정책을 좌우하는 전담자들이 매번 1년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이 요즘 가뜩이나 위축된 업계를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이다.

공무원의 순환보직제로 인한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2년동안 벌써 3번째 새로 부임한 정책과장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해야 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새삼 떠난 대통령들을 떠올린다.

새 정부는 끊임없이 얘기한다. "IT를 홀대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펴나가는데 왜 자꾸만 '홀대한다'며 삐쳐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현실을 두고 IT 산업인들은 '이런 게 바로 홀대'라고 말한다.

"예전에 소프트웨어 개발도 해 봤거든요. 어려운거 잘 압니다. 그러니 내 있을때 최대한 예산 지원도 해드리고 '전담' 부처통해 힘 실어드릴께요"라고 말이라도 한마디 더해주던 전직 대통령이 더욱 그리운 것이다.

밤새도록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잠든 대통령을 추억하는 IT산업인들이 왜 그리 많은지 정부는 한 번 더 곱씹어 볼 일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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