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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까지 불렀지만"…필수설비 공방 '점입가경'


방통위, 정책방향 갈피 못잡아

지난 3월 이후 전주·관로 등 전기통신의무제공설비(필수설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정책방향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필수설비 공동활용 문제는 KT-KTF의 합병인가 조건이었을 뿐만 아니라,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라는 방송통신위의 하반기 주요 정책방향의 구체적인 정책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럼에도 제도개선 전담반을 몇 개월씩이나 운영한 지금까지 사업자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지난 29일 오후 KT의 석호익 부회장, 조신 SK브로드밴드 사장, 이정식 LG파워콤 사장 등 최고경영진들을 불러 시도한 중재의 자리에서마저 이견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차례의 방송통신위원 간담회, 3개월 이상의 전담반 활동 등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못한 것이다.

기업들로선 '필수설비 문제'가 회사의 명운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해법찾기가 그만큼 어렵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규제기관이 사업자들의 '주판알튕기기'에 끌려다니며 정책 방향 및 집행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적절한 댓가를 지불하고 전주·관로를 빌려쓸 수 있게 된다면, 기업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무기로 공정경쟁할 수 있게 된다는 측면에서 방송통신위는 필수설비의 활용을 극대화하기로 정책방향을 잡은 바 있다.

◆인입관로 제공률과 지정문제 해결안 돼

방송통신위 및 업계에 따르면 ▲설비 여유율 정보를 웹으로 제공하는 것 ▲24시간 안에 설비제공 가능여부를 확인해주는 것 ▲전주 사용시 사전 신고이후 사용 등의 조건은 합의됐다.

건물에 들어가는 인입 관로를 어떤 기준과 조건 하에 빌릴 수 있게 하느냐는 핵심사안은 막판 쟁점으로 남았다.

인입관로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제도변화에 따라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시장에서 4천억~5천억원 가량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KT는 인입관로를 최대 45%까지 빌려줄 수 있다고 제안하는 동시에, 어떤 관로를 제공할 지의 여부는 KT가 정한다는 조건을 내놓았다. 반면 경쟁 회사들은 제공률은 25%까지 양보할 수 있지만, 사업을 위해서는 개방이 필요한 인입관로를 빌리는 쪽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방통위는 이와관련, 일괄적으로 제공률을 정하는 대신 기술적으로 가능한 예비율을 정해 기술기준으로 만드는 중재안을 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인입관로에 대한)KT와 경쟁회사들의 인식 차이가 크지만, 조금씩 의견 접근을 이루고 있어 조만간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KT가 전주·관로를 사유재산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SK와 LG 통신회사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경제적 병목설비이자 필수설비'라고 보는 시각 차가 뚜렷해 간극이 좁혀질 지 미지수다.

◆언제까지 떠넘기기만?...방통위가 정책 방향을 리드해야

업계 관계자는 "규제산업인 통신 분야에서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 사업자들에게 귀를 열어두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면서도 "정부가 이해당사자간 갈등 조정뿐만 아니라 공정경쟁과 경쟁촉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주요한 역할"이라고 말해, 사실상 방통위가 필수설비 논의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필수설비 제도를 포함 방송통신분야 행정규칙 73개를 고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정작 자신의 고유업무라고 말하던 방통위가 오히려 사업자들에게 휘둘려 정책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30일 하반기 전략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에 실국장들을 대폭 교체한 의미는 당면한 정책현안들을 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처리하라는 것"이라고 언급, 향후 방통위 사무처의 대응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호성 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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