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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로드맵' 두고 입장 바뀐 AMD와 인텔


"올 해 4분기에는 이 아키텍처를 적용한 쿼드코어 신제품이 나옵니다. 내년 1분기에는 제조 공정이 바뀐 신제품이, 하반기에는 식스코어 제품이 나올예정입니다."

이 말처럼 '몇 달 있으면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통상 제조 업체들에게는 절대 기밀 중 하나입니다.

신제품은 적어도 현재 제품보다 개선된 제품일 것이란 기대에, 출시 소식이 퍼지는 순간 기존 제품 판매량이 뚝 떨어지는 일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짧게는 1년, 길게는 3~5년의 신제품 출시 계획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세계 1위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입니다.

인텔은 매년 개최하는 인텔개발자회의 등을 통해 자신들의 기술 개발 계획을 미리 공개하고 신제품 출시 계획도 밝힙니다.

물론 인텔 제품은 완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탑재한 PC나 서버, 각종 디지털 기기를 제조해야 하는 완제품 제조업체들이 인텔과 기술 보조를 맞추기 위해선 로드맵 공유가 필수이긴 합니다.

이에 더해 인텔은 미리 제품 및 기술개발 로드맵을 공개함으로써 최종 완제품 구매 고객들에게도 기대를 갖게 하고 인텔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누려왔죠.

하지만 인텔 경쟁사로 꼽히는 AMD는 이와는 반대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인텔이 3년후에 이같은 제품을 내 놓을 예정인데, AMD는 어떤 대응 전략인가"라는 질문이라도 하면 "저희는 기술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습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오기 일쑤였거든요.

그러던 AMD와 인텔의 입장이 최근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적어도 6코어 이상의 멀티코어 프로세서에 한해서는 말이죠.

AMD는 지난 5월 6코어 서버용 프로세서 옵테론(코드명 이스탄불)을 발표한데 이어 앞으로 8코어, 12코어, 16코어 제품을 줄줄이 출시하겠다면서 화려한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방한한 AMD 아태지역 총괄 벤 윌리엄스 부사장은 "AMD는 6코어에 이어 8코어, 12코어 등 상상 그 이상의 기술들을 준비하고 시장에 내 놓을때만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자신있게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반면 로드맵 '원조'인 인텔은 현재 출시된 6코어 제온(코드명 더닝턴) 이후의 멀티코어 제품에 대해서는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두 업체의 입장이 바뀐데는 각각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AMD의 경우, 한때 32-64비트 호환 기술이나 듀얼코어 기술, 저전력 기술 등으로 인텔의 뒤통수를 치기는 했지만, 쿼드코어 프로세서 이후로는 시장 주도권을 인텔에 완전히 빼앗긴 상황입니다.

전에는 AMD가 기술을 공개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나 기업인들은 "이번엔 AMD가 어떤 기술로 인텔의 치부를 드러낼까" 기대를 했었지만, 이제는AMD에 대한 기대를 접어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AMD는 과감히 로드맵을 공개하고 나섰습니다. 이 로드맵을 보고 인텔이 막강한 자본을 쏟아부어 따라오면 어쩌나 두렵기도 할테지요. 그렇다고 꽁꽁 싸매면 그나마 남아있는 AMD에 대한 기대가 모조리 스러질 수도 있으니 AMD로서는 최후의 보루로 자신들의 로드맵을 공개하고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인텔은 느긋합니다. 6코어 이상의 제품 개발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본사에서 알려진 것이 없군요"라며 두고보자는 입장입니다.

경쟁사의 동향도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을테고, 사실상 시장에서의 게임은 이미 끝났다는 안심에서 비롯된 여유일수도 있을테지요.

아직 6코어 제품정도만 내 놓고 있는 인텔을, 이번 기회에 AMD가 미리 밝힌 로드맵으로 따라잡을 수 있을지, 두 업체의 기술 경쟁이 다시한번 기대되는 포인트입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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