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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블랙데이, 당신이 솔로인 걸 알고 있다?


"애인 없는 것도 서러운데…."

'무적의 솔로부대' 우수 회원 후배 하나가 14일 오전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블랙데이인 이날 아침에 한 포털업체로부터 "블랙데이, 오늘은 당신의 날입니다"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애인 없는 것도 서러운데 어떻게 알고 스팸질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런 날 홍보 문자를 보내다니…. 서러운 솔로들을 상대로 너무 노골적으로 마케팅한다 싶어 비정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받은 또 다른 친구에게는 신기하게도 그 스팸문자가 오지 않았다. 그 친구 역시 후배와 같은 포털 서비스를 사용하는 회원임에도 마케팅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호기심이 발동해 결혼한 친구와 약혼한 친구에게 물었더니, 두 친구 모두 그런 문자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이들도 해당 포털의 고객들이다.

재밌는 우연이려니 하고 웃어넘기려다가,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최근 인터넷 마케팅이 고도화되면서 단순 신상 정보 뿐 아니라 개인 성향 이나 생활패턴까지 수집하고 있다. 타깃 광고를 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생활 침해 논란도 적지 않은 편이다. 흥분한 후배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 스팸 문자가 무차별 살포된 게 아니라, 정교한 정보 수집을 토대로 한 타깃 광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번 블랙데이 스팸은 우연일 가능성이 더 크다. 아직은 그 정도로 정교한 마케팅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업체들이 연인이 있는지 여부를 분석해 타깃 광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상상 속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해외 유명 인맥관리사이트(SNS)들은 회원들이 자신의 프로필에 어떤 음악을 담아뒀는지, 어떤 상품을 구입했는지, 또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 교류하는지 등의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기 SNS인 페이스북은 이런 식으로 파악한 회원들의 성향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광고주들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또 구글이 최근 새로 마련한 광고 툴인 '관심 기반 광고'는 사용자가 인터넷 상에서 서핑한 내역들을 추적해 관심도를 분석, 각자에 맞는 광고를 인터넷 상에서 내보내준다. 사용자는 스포츠·여행·생활용품 등 600여 종류의 범주에 분류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업계는 모바일 영역 및 위치추적 기술까지 총 동원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웹 상에서 파악한 사용자 성향과 현재 사용자의 위치를 결합한 타깃광고가 휴대폰을 타고 실시간으로 오게 된단 얘기다.

예를 들어 인터넷 상에서 연인에게 줄 선물이나 데이트 코스보다는 솔로 커뮤니티나 미팅주선 사이트 등을 기웃거려 솔로라고 분석된 인터넷 사용자가 있다고 해보자.

그가 4월 14일 저녁 시간에 강남 한복판에 있다면 "강남의 유명한 ○○중국집에서 간자장 할인행사 중"이라는 친절한 문자메시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인터넷 업계의 동향을 살펴보면 그리 어려운 기술도,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물론 기업이 효율적인 광고를 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또 사용자들 역시 무작위 광고보다는 타깃화된 광고가 훨씬 유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인생정보'가 그들에게 송두리째 빠져나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지는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내가 블랙데이에 자장면을 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소름 돋지 않는가.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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