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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미] 미션 임파서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영화에서 탐크루즈가 연기했던 이단 헌트는 천장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각종 복잡한 보안장치들을 피하고, 깎아내린 듯한 절벽을 맨손으로 타고, 심지어 상하이 푸동의 초고층 빌딩들 사이를 가뿐하게 왔다갔다 하는 액션을 보여준다. 제목 그대로인 불가능한 임무를 완성해내는 그의 모습을 보는 관객들은 내가 주인공인양 뿌듯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그러나 만약 현실에서 이런 임무가 사회 구성원들 각자에게 부여된다면 어떨까? 현실에서라면 그러한 임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반복되는 시지프스의 고행을 계속하거나, 아니면 불가능한 임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노력할 수도 있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그러한 임무를 부여한 주체에게 분을 삭이며 궁시렁 댈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현실에서의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생각되는 제도중의 하나이다. 특히 이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에 매우 불필요한 제도이면서도 난데없이 나의 정보가 모두 까발려져야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불쾌한 제도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2년전 하나로텔레콤(현,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옥션, 지에스칼텍스 등의 개인정보유출, 오남용 등의 사태로 인하여 기업의 개인정보수집에 대하여 매우 심각하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일반 이용자들은 기업이 수집한 개인정보의 활용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통제하기가 매우 어렵고, 기업이 아무리 보안을 잘 한다 하더라도 해킹으로부터 100% 보증을 할 수 없다는 점에 기인한다.

물론 현대의 문명이 불확실성의 시대라서 그러한 이용자의 불안감과 위험성은 이용자가 현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우겨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이용자의 필요와 무관하게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서비스내용이나 보안의 정도에 대한 기준없이 강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인터넷게시판실명제하에서 일정 규모의 사이트들 전부는 게시글을 올린 사람의 정보를 게시글이 삭제된 때로부터 6개월이상 보관하여 가능하면 오래 개인정보를 보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하여 기업에게 개인정보를 가급적 짧게 보관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망법의 법이념과 심각하게 충돌되는 부분이다. 궁극적으로 인터넷게시판실명제는 불필요하게 개인정보제공을 의무화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실천적인 헌법상 개인정보관리통제권, 즉, 개인정보를 불필요하게 제공하지 않을 권리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둘째, 국가가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이 특정행위를 하는 시민을 색출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러한 색출행위 또는 감시행위가 올바른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다음의 4가지 요건들이 순서적으로 충족되어야만 한다. 1) 인터넷상에서 인터넷게시판실명제를 도입하지 않은 해외사이트에의 접근을 차단하여야 하고, 2) 인터넷서비스제공자에게는 개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감시를 위하여 필요한 기술적 조치들이 의무화되어야 하며, 3) 이용자에게는 이러한 특정행위가 금지행위로 규율되어야 하며, 4) 국가에게는 이러한 금지행위를 수색하기 위하여, 수집된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절차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인터넷게시판실명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해외사이트의 연결을 차단하는 것을 의미할 수는 없다. (물론 이러한 전제는 설혹 우리가 중국처럼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중국처럼 해외사이트를 마구 차단하는 인터넷정책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리 사회의 상식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다.) 앞에서 설명한 4가지 요건 중 가장 전제가 되는 인터넷게시판실명제를 시행하지 않는 해외사이트의 차단이 불가능하다면, 인터넷게시판실명제는 이러한 특정행위를 감시하고픈 국가기관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유투브는 우리나라의 인터넷게시판실명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국국가셋팅에서의 콘텐츠업로드, 덧글 서비스의 중단을 선언하였으나, 한국의 이용자는 IP를 해외사이트로 우회하지 않고서도 이용자 인터페이스상에서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국가설정을 쉽게 함으로써 미국의 유투브사이트(www.youtube.com)에 접속하여 매우 쉽게 컨텐츠를 업로드할 수 있으며 이 역시 합법이다. 즉, 이번의 유투브 사례는 전세계가 네트워크화된 인터넷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가 근거없는 믿음에서 비롯된 규제방법이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투브의 사례는 인터넷상의 규제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규제의 취지가 우리가 마땅히 지켜가야 할 가치에 대한 동의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되짚어주고 있다. 사회의 동의도 없고, 국제적인 규제기준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만의 규제는 우리내부는 물론이거니와 국제적으로도 웃음거리만이 될 뿐이다.

서울대학교 우지숙교수는 이미“정보통제권에서 식별되지 않을 권리로-네트워크프라이버시의 새로운 개념화를 위한 연구(2005년)”에서 “네트워크화된 환경에서 우리는 프라이버시와 투명성, 또는 프라이버시와 효울성 둘 다를 가질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프라이버시를 얻기 위해 기본적 윤리개념을 재고할 준비가 되었는지 아닌지를 결정하지 않고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한 기술적, 사회적 방법 등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네트워크 환경에서의 서로간에 상충되어 실현될 수 없는 가치들에 대하여 강력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우리 생활의 필요한 가치들을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하여 실현하는데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제도이다. 우리가 세계 다른 인터넷 사용자들과 다른 점이라면, 탐크루즈가 연기했던 이단 헌트와 같은 대단한 능력이나 가혹한 시대를 살아야만 하는 특별한 사정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2009년 4월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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