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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응휘]"유통채널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문화산업 기반을 형해화할 것"


인디 가수인 장기하는 작년에 인터넷 블로그로 자신의 그룹이 손으로 직접 제작한 싱글음반을 1만 여장 넘게 팔면서 얼굴을 내밀었고 네티즌들의 입소문 속에서 조금씩 알려지다가 얼마전 2009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올해의 노래', '최우수 모던록', '네티즌이 뽑은 남자 아티스트' 3개 부문의 상을 독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이 최근에 낸 정규앨범인 "별일없이 산다"는 발매된지 불과 2주일만에 1만장 판매를 돌파했으며 이달 초에는 일간 판매 1순위로 올라섰다.

아주 예외적인 인디가수의 예를 보편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널리 알려진 대중가수 백지영의 소속사는 금년 초에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두달도 채 안된 기간동안 백지영의 7집 앨범 타이틀곡 "총맞은 것처럼"으로 총 3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 때의 발표내용을 보면 온라인음원판매로 약 20억원정도 수입이 있었던 데에 반해 음반판매 매출액은 불과 5억 수준이었다. 나머지 5억은 각종 출연료 등의 수입으로 채워졌다.

콘텐츠가 디지털화되고 콘텐츠의 유통이 디지털네트워크인 인터넷으로 보편화됨에 따라 전통적인 콘텐츠의 전달경로와 유통매체는 전통적인 수익원의 위치에서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복제와 유통에 소요되는 경비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복제와 유통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이 출현했는데 굳이 복제, 유통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할 바보가 누가 있겠는가?

복제와 유통을 디지털 네트워크가 대치해가는 환경에서 음반판매고가 격감할 것은 세상 변화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결코 엉뚱하게 디지털 음원을 인터넷을 통해 유통하는 이용자들의 준법의식을 소리높여 외칠 일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변화된 유통환경에서 저작권리자들의 경제적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찾느냐 - 이용자들이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저작권리자들에 대한 적절한 댓가를 어떻게 편리하게 지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느냐 하는 데 있는 것이지 이미 시장에서 퇴출이 예정되어 있는 전통적인 유통사업자들의 기득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앞에서 본 두가지 사례에서 우리는 이제 디지털 음원 유통이 피할 수 없는 대세이며, 저작권리자들의 수익은 디지털 음원유통에서 얻어지는 직접적인 수익 외에도 저작인접권자들의 공연과 같은 기타 수익의 배분 등의 방식을 통해서 구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이같은 판단은 인터넷이 대중화, 보편화하던 시점에 이미 누구나 할 수 있었던 판단이었다. 디지털 환경을 통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려던 선구적인 서비스들이 P2P서비스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로 출현했고 사업자들은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 했고, 더 나아가 권리자들과 적절한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하려는 시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유통방식에만 사로잡힌 권리자들과 이미 무너져 가고 있는 자신들의 유통기반 조차 시한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유통사업자들은 소송이라는 방식을 최대한 활용했고, 언제부터인가 문화발전이 아니라 문화산업의 진흥육성부가 되어 버린 정책당국은 권리자-거대유통사업자들을 일방적으로 보호하면서 이용자들을 거대한 범죄집단으로 몰아대는가 하면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유통 방식까지도 제한하는 세계 초유의 제도까지 마련해 왔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디지털음원유통사업자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내용을 보면 거대유통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유통기득권의 보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축출하고, 시장의 독과점적 지배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의 가격결정권을 갖기위해 담합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고발이 있기 전에도 디지털 음원 이용자들은 디지털음원서비스의 가격이 도대체 어떤 근거에서 현재처럼 주어지는지 적지않은 의문을 가져왔다. 유통사업자들은 저작인접권 등을 운운하며 난해한 설명을 하려 하지만 도매가도 아닌 소매가격을 수요에 대한 고려나 사업자간 경쟁없이 일방적으로 획일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발상은 저작권보호와도 무관하며 시장경제체제를 부정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콘텐츠의 가격이 소비자의 기대수준을 인위적으로 벗어날 때, 소비자들은 시장의 정상적인 유통채널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인터넷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새로운 대안유통채널로 되돌아 갈 것이다.

거대유통사업자들의 탐욕은 이처럼 디지털 시장의 기반을 약화시킴으로써 근근히 이어온 우리 문화산업의 수익기반을 결정적으로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화와 저작권을 담당하는 정책당국이 공정경쟁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 ehch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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