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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연중기획-일어서라 IT]"차원 높은 IT고용정책 절실"


IT와 일자리 '고도방정식' 해법 = 융합+신산업 창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보기술(IT) 소외론'과 함께 첨단 기술인력의 고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T는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IT에 돈을 들여 어느 정도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까 하는 근시안적 생각을 버리고, 산업구조 재편과 IT를 활용한 신산업 육성 등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짧은 기간 IT의 부흥과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국내 대기업들이 IT를 기반으로 얻은 효율로 부를 축적하는데 집중할 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 및 산업 분야 창출로 고용을 확대하는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IT는 고용에 도움안돼" vs "10년전 얘기" 논란

최근 졸업 시기를 맞아 국내 실업자 수가 1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고용부문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고용 창출이 긴급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에서 "IT 기술의 발전은 고용 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새정부 들어 IT 정책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정보통신부가 흡수통합된 반면 '대운하 건설' '4대 강 살리기' 등 건설 프로젝트에 정책의 무게가 실리면서 'IT를 홀대한'다는 잡음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기업과 산업분야에 IT 기술을 적용하면 인력당 효율이 개선되면서 고용이 줄어든다는, 즉 IT 발전과 고용의 반비례를 증명하는 연구는 과거에도 심심찮았다.

그러나 IT 관련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시각에 반박하고 있다.

카이스트 김진형 교수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원자재가 아닌 사람이 재료가 되는 분야로, 전통산업과 융합에서 필요로 하는 개발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이사회 의장 역시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인력의 비중이 높지 않은 토목 분야보다 IT 산업이 고급 일자리 창출에 적합하다"고 반박했다.

국내에서 IT와 고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사이 미국에선 오바마 정부의 의뢰로, 광대역망 확충 등 IT 분야에 300억달러(한화 약 46조5천억원)를 투자해 94만9천여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IBM의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최근 일본 정부 역시 3년 간 IT에 3조엔(한화 약 48조5천억원)을 투입, 40만~50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계획을 구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책은 IT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의견을 계량적 수치로 반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에서 산출한 통계 역시 계산법이 분명치 않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IT로 신산업·서비스 창출…고용 견인해야

IT 투자에 따른 직접적인 고용창출을 논하기보다, 투자로 얻은 효율을 바탕으로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파생시켜 고용을 유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IT 특정 분야만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나, 수출확대에 몰입하는 정책으로는 고용 창출의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IT 분야 산·학·연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집중해온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폰, 통신 등 대규모 설비 기반 산업으로 더 이상 고용을 유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IT 제조업체들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통신 인프라는 한계에 이른 만큼 장치산업의 이윤이 새로운 IT 분야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골몰해야 한다는 것.

새 정부가 추진하는 IT와 전통산업의 융합정책은 전에 없던 새로운 산업 및 수요의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인 '저탄소 녹색성장' 역시 한국이 강점을 지닌 IT 기술과 결합으로 경쟁력을 드높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성옥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은 "국내외 IT 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린(Green) IT'를 활용한 녹색성장은 IT 산업이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를 IT가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 '환경문제 해결', '녹색성장과 경제위기 극복', 'IT 산업의 재도약'이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 산업의 발전과 함께 거대 이윤을 창출한 대기업들이 부품·소재·장비 등 중소기업들의 동반 성장 및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써야 할 때란 요구도 높다.

그동안 국내 IT 대기업들은 독자적인 성장에만 몰두해 핵심 소재의 해외 의존 등 후방산업이 취약해진 상태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역시 후진적인 형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매출 1천억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기업으로 거듭난 삼성전자가 상생협력실을 만든 건 불과 1년이 되지 못했다. 상생협력 모델만으로 세계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일본 도요타의 협력관계를 국내 대기업들이 도입하기까지는 적잖은 세월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장은 "참여정부 시절엔 상생협력보고대회를 열어 기업 간 상생의 '불씨'라도 살리고자 했지만, 현 정부에선 어떤 움직임도 살펴볼 수 없다"며 "대·중소기업 상생은 올바른 거래질서 확립과 중소기업 고용창출을 위해 정권의 변동과 관계없이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IT를 알고 고용을 논하라"…이창훈 교수

지난 수년간 IT와 고용의 상관관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정부기관 자문위원으로 활동해온 건국대학교 이창훈 교수가 IT에 소홀한 정부의 고용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IT에 대한 관심과 결집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IT·SW 뉴딜' 정책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 교수는 "이번 뉴딜 정책안에선 실질적으로 고급 고용을 유발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을 살펴보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관련 예산까지 삭감한다니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뉴딜 정책은 지식경제부 외에 각 부처와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고급 개발인력 수요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면밀히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 IT 뉴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젊은 개발자들과 국내 SW 기업들을 적극 투입해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단순 데이터베이스(DB) 관련 인력이나 영업·마케팅력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IT 기업까지 모두 중소기업으로 묶어 육성하려는 건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IT 각 분야의 분류와 관련 산업 및 서비스, 인력의 체계적인 DB화를 거쳐 어떠한 분야가 유망하고, 고급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이 교수는 건설·선박·자동차 등 전통산업과 IT의 융합은 '우리의 살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니는 전통산업과 IT를 결합해 새로운 SW 및 하드웨어(HW), 서비스, 인력을 창출하고 이를 패키지화해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요즘 컴퓨터공학과 학부생들은 IT 대기업의 영업·마케팅직이나 은행에 취직하겠다고 한다"며 고급 개발인력들이 쉽게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풍토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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