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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케이블TV, '소년' 지나 '청년'으로 간다


유료 방송 시장의 강자…재도약 위한 숙제 남아

14년. 사람이라면 '초딩'티를 벗고 '중딩'이 되는 시기다. 열네살이면 응석을 부리는 것도 통하지 않게 된다. 자아 정체성과 인격을 형성하면서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를 외칠 만할 나이다.

1995년 3월 1일 케이블TV가 첫 전파를 탄 지 14년이 됐다. 케이블TV도 더 이상 어리기만 한 '뉴(new)'미디어가 아닌 것이다.

케이블TV의 현재를 보면 뉴미디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48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로 출발했던 케이블TV는 77개 권역에서 102개 SO가 서비스중이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숫자도 초기 24개 채널에서 165개 법인 220개 채널로 늘었다.(2008년1월3일 현재)

가입자 수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1995년 3월 본방송을 시작한 지 1년3개월만인 1996년 6월에 100만 가구를 달성했고, 지난 2003년에는 1천만 가구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가입자수는 1천511만(2008년 9월 현재).

IMF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았지만, 케이블TV 가입자 수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는 정부 정책에 따라 수 차례에 걸쳐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가 SO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특히 RO와 SO들이 지상파의 난시청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면서 시청자들은 점점 난시청 해소와 다채널의 이점을 즐길 수 있는 케이블TV 매체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양적인 성장은 케이블TV업계가 비로소 산업적인 기반을 닦는 계기가 됐다.

케이블TV업계는 2000년대 들어 통신 분야로도 사업 부문을 넓힌다. 2000년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것. 2009년 12월 현재 278만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사업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또한 2005년 2월부터는 양방향 서비스, 주문형비디오(VOD) 등이 가능한 디지털케이블TV 방송을 시작해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케이블 가입자수는 2008년 말 191만을 달성한 이후 현재 200만을 돌파했다.

2007년 9월부터는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까지 시작함으로써, 방송과 전화, 인터넷 서비스를 두루 제공하는 융합서비스 제공사업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시장경쟁력 확보, 저가 이미지 극복이 과제

케이블TV가 걸어온 14년이 탄탄대로만은 아니었다. 출범 초기 RO와의 가입자 확보 경쟁으로 SO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했고, 그 '원죄'는 SO의 매출 구조 정체, 나아가 PP 몫으로 돌아갈 수신료까지 깎아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실제 케이블TV 출범 초기 서비스 가격은 월 1만5천원이었지만, 가입자당 월매출(ARPU)은 오히려 7천원대로 떨어졌다.

채널수는 몇 배 늘어났지만, 1만원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ARPU는 SO가 디지털 방송으로 부드럽게 전환하는 데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2008년 IPTV 상용화로 유료방송시장에 위성방송에 이어 또다른 경쟁매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케이블TV업계는 KT, SK, LG 등 재계서열 10위 안팎의 거대 사업자들과 맞서야 한다.

포화 상태의 유료방송시장의 가입자 확보 전쟁이 마케팅 경쟁, 가격 경쟁으로 비화될 경우 낮은 APRU 구조를 가진 SO로서는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1천500만이 넘는 가입자 기반과 다양한 콘텐츠, 지역 밀착형 풀뿌리 마케팅, 우수한 성능의 HFC망 등 뉴미디어 선두주자로서 가진 노하우와 경쟁력을 십분 활용하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길종섭 KCTA 회장 역시 "여러가지로 조건이 좋지 않지만 낙담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케이블 사업자들의 위기 극복 역량과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케이블TV업계로서는 통신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QPS(방송+전화+인터넷+이동전화) 기반을 만들어 대규모 통신사업자들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케이블TV사업자로서는 경쟁매체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규모의 경제라는 양적 성장을 실천하는 한편, 지역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다가감으로써 질적 성장도 함께 추구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따라가지 않고 앞서갈 것"…길종섭 KCTA 회장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회장은 3일 기자와 만나 "케이블TV 업계가 좋은 역량을 갖추고도 끌려다닌 측면이 있었는데 앞서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길 회장은 케이블TV의 대표적인 역할로 성공적인 디지털 방송 전환을 꼽았다. 국민의 85%가 케이블TV로 방송을 보고 있는 국내 방송시장 현실을 감안해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케이블TV가 이끌고 가겠다는 것.

길 회장은 "경제위기로 인해 회원사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케이블TV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길 회장은 케이블TV 14년에 대한 평가만큼 그에 걸맞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케이블TV사업자들은 지상파를 대신해 난시청을 해소하는 데 크게 일조했고, 그런 측면에서는 케이블TV가 마땅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정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서 뉴미디어 전반을 아우르는 공정경쟁 환경 조성에 더욱 관심가져 주시길 기대합니다. 물론 케이블TV도 방송사업자로서 공익적 책무와 역할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겁니다. "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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