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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디지털 뉴딜 계획, '용두사미' 우려


실현 가능성에 의문...가계 통신비 지출 포화, 근본적 혁신 필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13년까지 34조원을 들여 '인포메이션 울트라 하이웨이(양방향 초광대역 정보고속도로)'를 만들고, 이를통해 제2의 IT 강국으로 가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방송통신계 전문가들은 계획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들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정보통신부는 '10년까지 가입자망의 92%를 FTTH로 업그레이드하고, 모든 네트워크를 인터넷 프로토콜(IP)기반의 멀티미디어망으로 통합한다는 광대역통합망(BcN) 구축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08년 10월 현재 유선 전화망의 IP화 비율은 7%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사실상 끝나는 '12년 말까지 서킷(circuit)망인 유선전화망의 60%를 IP로 바꾸는 방통위의 '디지털 뉴딜 계획'도 사고를 바꿔 구체적인 실행플랜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다.

◆가계통신비 포화...사업자, 투자 여력있나?

정통부시절 BcN 사업에 참여했던 A씨는 "한국의 가계 지출에서의 통신비 비중은 근 7%대에 육박하고 있고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이 는 통신의 품질향상이나 서비스 추가를 통한 통신비 지출 여력이 없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제했다.

이어서 그는 "그러나 방통위 계획에는 이러한 현상이 고려돼 있지 않고 단순히 서비스의 향상과 서비스의 개선 및 추가를 통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원론적 내용만 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망을 현재보다 10배빠른 '인포메이션 울트라 하이웨이(초광대역융합망, 유선 최고 1Gbps, 무선평균 10Mbps 속도)'로 고도화하면 신규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사업자들의 투자를 촉진시킬 것으로 보지만, 너무 안이한 생각이라는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통위 관계자도 "투자는 사업자들이 기술트렌드와 사업성을 보고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서 "'방송통신망을 고도화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좋지만, '13년까지 총 34조1천억원(정부 1조3천억원, 민간 32조8천억원)을 쏱아부으면서 단계적 목표치에 너무 집중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PC통신에서 시작해 오늘날의 인터넷 서비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 보면 점점 더 빠르게 진행되고, 아무리 잘해도 법과 제도가 변화을 선도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법과 제도는 완벽보다는 변화에 기만하게 대응해 낼 수 있는 '융통성'이 더 중요한 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선 기술이나 제도가 좋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진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디지털 방송 커버리지·홈패스율 계획도 의문

방송계 전문가는 방송망의 디지털 방송전환 계획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방통위는 '10년까지 지상파방송에서도 방송을 보면서 전자상거래 등을 할 수 있는 양방향인프라를 구축하고, '12년까지 지상파 TV 디지털 방송 커버리지를 현재의 87% 수준에서 96% 수준으로, 디지털 케이블 TV 홈패스율(사용자가 신청만 하면 즉시 개통 가능한 망) 구성을 90%에서 95%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했는데,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방송계 전문가는 "방통위 자료를 보면 디지털 지상파방송 커버리지를 계산하면서 고층건물 등 장애물에 의한 난시청을 제외하고 방송망 확장에 따른 커버리지만 계산했는데, 말도 안된다"면서 "KBS가 자체집계한 데 따르면

지상파직접수신이 안돼 케이블TV를 보겠다는 사람이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51%"라고 반박했다.

◆요금제도 개선돼야...대학의 인터넷망 무료화 주장도

정통부시절 BcN 사업에 참여했던 A씨는 가계통신비 포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신규서비스를 활성화시키려면 인터넷 접속과 관련된 요금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ALL-IP 기반 '인포메이션 울트라 하이웨이'가 미래라면, 이 때 가장 중요한 게 인터넷 접속요금이란 얘기다.

A씨는 "인터넷 이용량이 증가해 사업자의 원가가 증가했으니 인터넷 접속요금을 인상하는 게 옳지만, 이게 쉽지 않아 지금은 IPTV나 인터넷전화 요금에 이용량에 대한 요금(데이터 유통 요금)을 추가해 편법으로 과금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IPTV든 인터넷전화든 인터넷상의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 불과한 만큼 달라질 이유는 없다"고 전제했다.

이에따라 그는 "지금대로 인터넷 접속 요금은 그대로 두고,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는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마다 별도 요금제를 만들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심해질 수 있다"면서 "이는 곧 막대한 신규망 투자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데이터 유통 원가는 인터넷 접속요금에서 모두 커버하고, 새로 등장하게 되는 인터넷 부가 서비스는 추가된 가치에 대한 과금만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A씨는 인터넷 접속요금에 대한 인상대책으로 기존 유선전화 요금의 흡수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 유선 전화가 인터넷전화로 전환된다는 가정에서는 유선전화요금을 인터넷접속요금인상분으로 흡수해 낸다면 각 개별 가정의 통신비 총액의 증가 없이도 기형화된 인터넷접속요금의 정상화에 상당부문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에따라 "현재 각 가정 가입자의 통신비는 더 이상 증가하기가 어려운 한계치에 도달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방통위는 이런 환경에서 이용자와 사업자에게 상호 공정한 원칙으로 충실하게 계획을 다듬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함께, 국내 대학에 대한 인터넷 접속환경 개선과 시험망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대학창업센터에 입주해 있는 B 사장은 "방통위가 한국의 중장기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면 이 기회에 국내의 대학들에 대한 인터넷 접속환경 개선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학들이 한국처럼 유료 인터넷을 이용했다면, 야후나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들은 일정 규모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대학내의 네트워크 환경을 이용해 서비스를 론칭했고, 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의 반발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몇몇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가 경쟁력의 기반을 희생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B 사장은 또 (방통위의 시험망 구축계획에 대해) "시험이라는 이름으로 집행된 여러 네트워크 프로젝트들이 별다른 성과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린 경우들이 있었다"면서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기존에 시험망의 목적으로 구성된 망(예를 들어 KOREN)을 써서 추가비용을 줄이고 기존 망의 활용 증대라는 두가지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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