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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 걸림돌을 뿌리뽑자-하]산업진흥 위한 3대 테마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 프로젝트는 게임산업에 상당 부분 호재라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5년 동안 3천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산업 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서 게임산업 규제 강화 움직임이 엄존하지만 적어도 주무부서는 진흥에 분명히 무게중심을 뒀다는 의미기도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타 부처가 규제하려 드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게임산업도 진정으로 부작용 예방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한편 다 같이 (부당한 규제에 대해선) 싸워나가자"라고 독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호재가 발표된 지난 12월 3일 전후해 상장게임사들의 주가 에는 별다른 상승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과거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진짜' 지원 효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가 많다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시행됐던 중장기계획과 상당 부분 중복되는 점이 많다는 점도 이에 대한 전면적인 기대를 표하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부분으로 꼽힌다.

이는 이번 중장기 계획이 허술하게 마련됐다기 보다 그만큼 과거의 지원책이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해 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다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산업 종사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지원책도 좋지만 더욱 필요한 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초심'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진흥을 해야

한국의 온라인게임 산업이 전형적인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미성숙한 점이 많은 만큼 밑바닥부터 새롭게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는 "과당경쟁을 비롯한 산업 성숙기의 특징을 보고 정책을 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밑바닥부터 다지는 인내가 필요하며 자본을 투여한 인큐베이팅 형태의 지원이 다시 요구된다"고 전했다.

NHN 정욱 한게임 그룹장은 "선진게임강국에선 창의성 극대화 - 리스크 최소화라는 양대 과제가 양립하며 균형을 잡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그러지 못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북미 및 일본 시장에선 대형 퍼블리셔가 유망한 게임 IP를 보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성과물을 만들어낸다. 개발사는 창의를 바탕으로 IP가 될만한 성공작을 만들어내는 분업구도가 성립돼 있다.

정욱 그룹장은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작은 개발사들도 시장 생존에 급급해 보수적인 개발에 편중돼 있다"며 "최근 3년 정도 성공한 게임이 등장하지 않다보니 이러한 개발의 보수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필요한 것은 산업에 갓 투입되는 '젊은피'인 개발자들이 자본 유치의 부담을 덜고 창의력을 살리는 개발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

정욱 그룹장은 "사무실과 PC, 개발툴, 게임엔진, 네트워크 등의 인프라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형태의 인큐베이팅 모델이 다시 필요하다"며 "게임 제작에 소요되는 자본 규모가 날로 늘어나는 만큼 이러한 지원모델이 다시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송재경 XL게임즈 대표도 "박정희식 개발 모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국립게임과학원과 같은 모델의 지원시스템을 구축, 개발에 소요되는 기본 비용과 최소 인건비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 좋다"며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이 지원시스템을 통해서 한 두계의 세계적인 히트작만 나와도 그를 통한 부와 고용창출 효과가 있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원 시스템을 통해 '리스크 회피'에 골몰하지 않는, 기발하고 참신한 시도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당장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해도 후에 산업의 자양분이 되는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 직접지원은 그 관리 또한 엄정해야

이들이 주장하는 인큐베이팅 형태의 지원은 온라인게임 초창기에 행해졌던 인큐베이팅 및 사전제작지원제도와 같은 직접 지원 형태의 모델이다.

사전제작지원 제도의 경우 지원금을 받은 해당 업체가 공개서비스 단계의 상용작품을 내놓은 경우가 지극히 드물어 '눈먼 돈 따먹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후 사전제작지원 제도는 우수게임 공모전 등의 형태로 바뀌어 갔고 한게임, 드래곤플라이, 웹젠 등 우수게임사들의 요람이 됐던 인큐베이팅 센터도 게임산업진흥원의 상암동 이전과 함께 사라졌다.

김광삼 게임개발자협회장은 "상용화 단계까지 게임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았지만 몇 개의 게임만 나와줘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인큐베이팅을 통해 오늘날 상당수의 중견업체들이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며 그 효용을 높이 평했다.

그러나 초기산업이 아닌 성숙기에 진입한 게임산업에 이와 같은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다소 적절치 못하다는 견해도 있다. 공정무역이 강조되는 국제 시장에서 이와 같은 직접지원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때문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 보다 완충장치를 통해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그 성과 또한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

위정현 교수는 "정부와 게임사 사이에서 진흥원이 완충역할을 하며 해당 사업을 시행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가 돼야 할 것"이라며 "유료화 통해 성공 거둘 경우 반드시 일정 부분을 환수해 다음 후진 양성에 쓰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과거 인큐베이팅 및 사전제작지원제도도 이익금의 환수를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던 실정이다.

게임산업진흥원은 이익금을 환원하지 않은 기업들을 상대로 채권추심을 진행하는 등 뒷수습에 아직도 골몰하는 양상이다.

◆ 게임심의 제도의 선진화 시급

게임심의 환경 또한 산업발전을 위해 그 개선이 논의돼야 할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위졍현 교수는 "게임물등급위가 담당하는 게임심의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정서와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식' 수준의 게임만 나오게 된다"며 "현실에서 못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 게임인데 메뉴얼의 잣대로 규격화만 시킨다면 창의 구현에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욱 한게임 그룹장은 게임산업 발전과 심의의 연관성에 대해 "웃음거리였던 국산 영화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발전했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브신의 묘사에서 완곡하다 못해 지극히 어색하기 짝이 없었던 60년대 한국영화와 지금의 영화는 천지차이라는 것이다. 영화의 발전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됐기 때문이며 게임 또한 그 자유의 폭이 더 넓어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욱 그룹장은 "그 논란의 여지가 많은 GTA가 서구시장에서 8천만장 팔려나가고 있는데 우리의 문화적 토양에서 그러한 게임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인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카트라이더'를 개발한 넥슨의 정영석 로두마니 스튜디오 본부장은 주로 FPS 장르에서 심의의 주된 마찰 요인으로 꼽히는 피 색깔을 예로 들며 다소 경직된 심의 풍토를 지적했다.

또 "종종 FPS게임의 심의에서 총을 맞고 죽은 모습이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며 "심의가 반려될 경우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이 문제가 되는 지를 알기 어려운 것도 문제점"이라고 전했다.

산업종사자들은 공통적으로 민간 자율심의 이관이 이러한 문제점을 상당수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의 심의가 때로 비즈니스 모델을 제약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

권준모 게임산업협회장은 "가령 캡슐형 아이템의 경우 사행성이라기보다 게임의 본질 중 하나인 확률과 우연의 문제"라며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 심의기관이 등급연령대 결정에 참고한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꼬집었다.

김태곤 엔도어즈 개발이사는 "게임도 사회구성원들 간의 정서적 공감대에서 벗어날 순 없는 만큼 일정한 규제와 견제 장치가 있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또 "사행화 우려를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등급기관이 개입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만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위정현 교수도 "민간자율심의로 이관한 후 자칫 '사고'라도 날 경우 지금껏 추진해온 심의 유연화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며 "자율심의 전환과 이후의 관리에 정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당면과제' 자본 유입, 정책 지원 뿐 아니라 인식전환 통해 유도해야

최근 정부와 게임산업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진흥사업 중 눈에 띄는 부분은 게임평가시스템 구축과 완성보증보험제도.

게임평가시스템은 게임전문가, 학계로 구성된 평가단이 각 게임기업의 개발력과 재무안정성 등을 평가해 일종의 등급을 매기며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판단할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완성보증보험제도도 이와 같은 맥락의 투자지원책이다. 이는 은행과 투자자 등이 인정한 제작기간과 예산범위 내에서 콘텐츠를 완성할 것을 완성보증보험회사가 확약하는 계약을 맺게 하는 것이다. 예산을 초과하거나 제작이 중단될 경우 완성보증보험회사가 투자금액을 변상, 투자자들이 제작단계에서 선투자를 하는 것이 가능하게 한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게임산업진흥원에서 도입을 추진해 왔으나 그동안 제대로 사업 추진을 하지 못했던 사안이다.

아직까진 산업 종사자들은 당면현안인 자본 유치, 인재 수급 등의 현안에 대해 정부의 지원책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욱 그룹장은 "자본은 게임의 성공가능성이 높고 시장 전망이 밝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분이고 인위적으로 수급이 가능한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정상원 네오위즈게임즈 부사장은 "이공계열 우수학생들이 게임업계 진출을 기피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교육과정 개설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게임을 무언가 규율과 통제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만 해결돼도 이러한 당면과제의 상당수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정상원 부사장은 "무엇보다 이 산업이 비전이 있고 몸을 던질만한 분야라는 확신을 젊은 학생들에게 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게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과도한 규제를 지양하고 적절한 지원책을 간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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