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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성]구글에 취업한 한국 대학생들


지난해 여름, 구글 본사에서 실시한 인터십 채용 현장에는 전세계 유망 IT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이 중 한국 사람의 이름이 눈에 띈다.

한국계 미국인이 아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 대학생들로, 국제 공인 영어시험성적 1등급에 국내 유명 대학교에서 4.0 안팎의 평균 성적을 받아낸 수재들이다.

구글이 최근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예를 들었을 뿐, 세계적인 IT 기업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그래픽 하드웨어 업체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핵심 엔지니어링이나 연구개발(R&D) 등 두뇌부서에 한국 대학생들이 요소요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구조조정 한파가 휘몰아치는데다, 한국 역시 최근 5년래 최악의 고용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 유명 IT 기업의 핵심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따뜻한 소식이다.

하지만 이 이면엔 씁쓸한 현실이 자리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한국의 인재들은 넓게 보면 '국위선양'이지만 현실은 미국에서, 미국의 기업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인재가 됐다는 사실이다.

한국 사람은 모두 한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국수주의적 발언을 하려는게 아니다.

이들은 한국 내 IT 기술자로서의 미래보다는 미국 혹은 유럽에서의 미래를 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는 컴퓨터 공학자를 '공돌이'로 취급하지만, 해외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로 대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사실에 상당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유명 글로벌 IT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젊은 IT 인재들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 물질적, 정신적 공세를 퍼 부으며 본격적으로 '인재 사냥'에 나서고 있다.

실제 지난 달 말 유럽에서 열린 한 IT관련 국제학회에서 유럽의 IT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 및 IT 주도권이 명백히 미국에 있는 시점에서, 이를 뛰어넘기 위해 향후 유럽에는 고급 IT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신흥국가인 중국과 인도, 그리고 한국의 IT 인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 신흥국가의 IT 인재들은 유럽이나 미국의 IT 인력과 비교해 그 실력이 같거나 오히려 훨씬 우월하면서도 몸값도 높지 않다는 것. 따라서 유럽연합 차원에서 이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거나 높은 몸값을 제시하는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해 적극적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 유럽 IT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반면 얼마전 우리 새 정부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IT 산업인들의 어깨를 축 늘어뜨릴 발언만 늘어놓고 있다. 'IT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서 "국가 IT 컨트롤 타워는 필요없다"고까지 발언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의 이공계 외면 현상에 대한 대책을 내 놓으라고 교육부와 이공계 학계 전문가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구글과 IBM의 핵심 부서에 얼마든지 취업할 정도로, 유럽의 IT 업계에서 집중적으로 '인재 사냥'에 나설 정도로 우리 인재들은 뛰어나다.

이 맥락을 이어나가고, 더 육성하기 위한 정책은 이제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국내에서도 이 인재들이 미래를 찾을 수 있을만한 산업 여건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도 지나친 바램이라면 제발 IT인들을 힘빠지게 하는 발언만이라도 삼가해 주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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