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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방통위, 통신사 '부당약관' 대거 시정


"개통·장애·민원처리 때에만 고지만으로 개인정보 위탁가능"

규제권 다툼을 벌이던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백용호)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이례적으로 힘을 합쳐 통신회사들의 부당한 이용약관에 대해 사업자들의 시정을 이끌어 냈다.

양 기관의 협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문제를 제기한 지 한 달도 안돼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정책방향이 전환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공정위와 방송통신위는 5일 KT, SK텔레콤, LG텔레콤,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 등 5개 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 등 ▲이용약관상 개인정보 제공범위를 부당하게 확대하거나 ▲고객 의사와 무관하게 계약기간을 자동 연장하는 등의 불공정약관조항을 자진해서 수정하거나 삭제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조치로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TM)등을 위해 취급위탁점으로 넘길때 활용 및 제공범위를 명확히 한 점이 눈에 띈다.

SK브로드밴드 인터넷의 경우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SK텔레콤 와이브로는 '보다 활성화하고 촤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에 대한 단순 고지 만으로 고객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앞으로는 개통이나 장애처리, 민원처리 같은 계약 이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취급위탁할 수 있도록 바뀐다.

이는 현재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민사 및 단체 소송을 진행중인 소비자단체들의 입장이 적극반영됐다는 평가다.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약관 시정 등 단체소송을 진행중인 동서파트너스 김보라미 변호사는 "이로서 장기간 달려왔던 소비자단체소송이 얻고 싶은 바를 다 이루고 하나의 선례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이번 조치는 경실련이 지난 달 5일 정보통신 분야 불공정약관을 개선해 줄 것을 공정위에 요청하면서 공정위(11월 14일)와 방통위(11월 26일)가 해당 통신사업자들과 2차례 간담회를 거쳐 마련됐다.

5개 사업자는 경실련이 문제로 제기한 12개 약관내용 중 7개는 소비자이익을 침해하거나 불공정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진 시정키로 했다.

하지만 '서비스 이용중단 기간을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으로 한정'하는 것 등 나머지 5개는 사업자와 경실련측의 입장이 엇갈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불공정 약관, 어떻게 바뀌나

홈페이지 게시만으로 서비스 중지 안 돼

KT와이브로와 LG파워콤 인터넷서비스는 시스템 개선 공사 등의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할 때 홈페이지 게시만으로 일방적인 중지가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홈페이지 공지외에도 팝업창, 이메일 등 사전 통지 방법을 추가해야 한다.

규제기관들은 서비스 제공중단은 계약이행의 중요 내용임에도 홈페이지 공지만으로 가능한 것은 예측할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고 판단했다.

고객 동의가 필요한 개인정보 활용 및 제공범위 명확화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서비스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는 고객 동의가 필요한 개인정보 활용 및 제공범위가 불명확했다. '원활한 서비스' 나 '보다 활성화하고 최적화된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에 대한 단순 고지만으로도 고객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던 것.

하지만 앞으로는 개통·장애처리·민원처리 등 계약의 이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고지(통지)만으로 개인정보 취급위탁이 가능토록 약관조항을 수정해야 한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결재·배송 등 계약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외에는 개인정보 취급위탁 시 고객에게 알려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개인정보 제공사유를 추상적이고 불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게 개인정보 이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므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고 판단했다.

약정계약 만료시 자동연장 금지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서비스는 약정계약 만료시 고객의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는 경우 계약이 자동 연장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약정계약 만료 전에 계약종료 사실을 고객에게 사전 고지하는 절차를 마련해 소비자 선택권을 더욱 보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규제기관들은 약정계약기간 만료 시, 별도의 사전통지 없이 동 약정을 자동 연장함에 따라, 고객이 다른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계약갱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약관법 제6조 제2항 제1호)고 판단했다.

고객에 불리한 이용계약 철회사유, 객관적으로 개선

KT 와이브로는 서비스 품질이 나빠 고객이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극히 곤란하다고 사업자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고객이 이용계약을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철회 사유를 사업자의 일방적 판단이 아닌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로 수정해야 한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판단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객의 철회권을 상당한 이유없이 제한할 우려가 있다(약관법 제11조 제1호)고 판단했다.

사업자 게시물 관리 손배책임 면제 까다로와져

KT 초고속인터넷과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게시물의 내용 및 관리에 따른 모든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개선된다.

규제기관들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고객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배제돼 상당한 이유없이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한다(약관법 제7조 제2호)고 판단했다.

위치기반서비스 손배책임규정, 사업자 책임성 강화

SK텔레콤 위치기반서비스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위치기반서비스로 인해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자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책임을 지고, 그 책임의 범위는 통상손해로 규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법률의 규정대로 사업자가 자신의 고의나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손해배상범위를 통상손해로 제한하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규제기관들은 이런 조항은 경과실로 인한 책임을 부당하게 배제하고, 관련 법(위치정보법)에 반해 고의·과실의 입증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하며, 책임의 범위를 통상손해로 부당하게 제한한다(약관법 제7조 제2호)고 판단했다.

위치정보법에 의하면 고객(개인위치정보주체)가 위치정보사업자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위치정보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않으면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돼 있다.

소비자 소제기 관할법원 제한 없어져

LG텔레콤은 멤버십 회원 약관에서 소제기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관할 법원 제한을 삭제해야 한다.

공정위는 관할법원을 제한할 경우 고객은 소제기 시 부당하게 불리할 수 있다(약관법 제14조)고 판단했다.

◆공정위, 시정조치권 활용...방통위, 행정지도·약관인가에 반영

이번에 공정위와 방통위 중재로 개선된 5개 사업자의 7개 약관 중 KT(시내전화, 인터넷서비스)와 SK텔레콤(이동전화)의 약관은 방송통신위 인가대상 약관이고, 나머지는 아니다.

공정위 약관제도과 이상협 사무관은 "공정위는 행정기관이 인가한 약관에 대해 시정요청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시정여부를 모니터링하면서 불공정약관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와 건전한 거래 질서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개인정보의 부당 이용과 관련된 불공정 약관이 시정돼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방송통신위 최성호 통신이용자보호과장은 "공정위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약관을 개선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관계부처간 협조기반을 마련했다"면서 "방통위는 행정지도나 약관인가제 반영, 약관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통해 이용자 피해구제와 예방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실련 윤철한 부장은 "이번 조치는 정부와 사업자, 시민단체가 소비자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협의를 통한 개선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이번에 제외된 5개 약관상 개선을 촉구하는 동시에, 사업자들의 개선여부를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백종민 기자 cinq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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