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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안' 압박에 애널리스트들 '유구무언'


'시장 흔들지 마' 감독기관들 압력…'소신 발언' 사라져

"인터뷰는 당분간 안 하기로 했습니다."

요즘 A증권사 B연구원은 기자들의 전화가 올 때마다 이렇게 응수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함구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자칫하다 부정적인 업종 전망이라도 나가게 되면 뒷수습이 두렵다는 이유다.

C증권사 D연구원도 요즘 외부 발언을 줄이고 있다. 얼마 전 낸 보고서에 대해 금융당국이 경고를 해 왔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시장을 흔들지 말라"는 '경고'에 일단 따르기로 했다. 앞으로 '소신발언'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

증권사 연구원(애널리스트)들이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있다. 금융당국과 증권업협회는 보고서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기업들도 주가가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만큼 자칫 관계 악화도 우려된다. 매도 리포트라도 냈다가는 해당 종목을 보유한 기관으로부터는 불호령도 떨어진다.

증시가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좀처럼 '팔라'는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전망 한 마디 하기 힘드네

최근 삼성증권은 2009년 전망 보고서를 냈다가 온라인상에서 전부 다시 내리는 '촌극'을 벌였다.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증권사 내부 컨센서스가 아닌 연구원의 개인적 판단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이 보고서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0.2%로 예상했다는 점을 진짜 이유로 보고 있다.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금융감독원이 내용에 대해 조용히 경고해 왔다는 것.

얼마 전 코스피지수가 500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2009년 전망을 낸 한 증권사도 금감원의 경고에서 무사하지 못했다.

증권업협회도 무시 못할 존재다. 얼마 전 금감원은 왜곡된 보고서 및 전망에 대해 증협의 '자율적 감독'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증권협회는 "9월 이후 시중 증권사에 경고를 내린 일은 한 건도 없다"고 대답해 왔지만, 연구원들로서는 부담되는 대목이다.

증협은 최근 국내 기업들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외국계 증권사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감시 눈길이 국내 증권사들로 돌아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동업자'인 업체와의 관계 악화도 연구원들에겐 염려되는 부분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업체에 불리한 보고서를 내면, 해당 업체에서 바로 항의와 반발이 들어온다"며 "심한 경우는 아예 애널리스트에게 자료를 주지 않는 일도 있다"고 귀띔했다.

◆내부서도 '몸 사려라'

이런 '삼중고'가 계속되자 일부 증권사에서는 '아예 문제가 될 일을 만들지 말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언론을 통해 전망치를 제공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인터뷰를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리서치 센터 내부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들은 이에 따라 이름을 숨기고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부정적인 전망이 나갈 경우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며 "익명으로만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사 내부 규제에서 자유로운 일부 연구원들도 "조금만 나쁘게 써도 업체에 꼬투리를 잡힐까 두렵다"며 염려하는 모습이다.

◆"자율성 침해"VS"당연한 조치" 의견 팽팽

이에 대해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연구원 개인의 자율성은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분석은 연구원 개인의 역량임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이에 대해 지나친 객관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사실을 왜곡한 것만 아니면 개인의 생각은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연구원들이 경험 부족으로 심한 왜곡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는 고위 증권 관계자들의 지적도 있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일부 리서치 센터장 말을 들어 보면, 경험이 일천하고 전문성이 없는 연구원이 많다고들 한다"며 "다들 성실하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일부 경험없는 연구원들이 그런 왜곡을 저지르는 경우들이 간혹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기자 leez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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