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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활성화? 사업자는 죽을판, 정부는 싸움판


지난 2006년 기준 프로그램제공사업자(PP) 가운데 10억원의 매출도 못 올린 사업자가 전체의 36%를 넘었다. 종사자가 10인 미만인 사업자도 35%에 달했다. PP들이 사서 트는 프로그램 비율은 50%가 넘었다. 930개가 넘는 독립제작사 숫자는 양적 성장을 의미한다지만, 질적으로는 열악함 그 자체다.

케이블TV사업자(SO)의 가구당 수신료 수입은 월평균 6달러 수준이다. 필리핀만 해도 24달러라는 점은 우리 방송시장의 차가운 현실이다. 그나마 SO가 받는 수신료 가운데 14.7%만이 PP에게 흘러간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독립제작사 등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비율은 4.8%에 머물러 있다.

13일 국회 도서관에서 '(가칭)디지털 방송콘텐츠 진흥을 위한 특별법'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 자리는 '2008년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을 둘러싼 우리들의 자화상'으로, 씁쓸한 여운만 남긴 채 끝을 맺었다.

송종길 경기대 교수는 발제에서 "방송영상산업은 콘텐츠 산업의 가치사슬 핵심이면서도 정부정책이 네트워크 중심에 치중돼 방송콘텐츠 지원 육성에 관한 법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방송 산업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이 추진중인 특별법에는 정부가 방송콘텐츠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3년마다 방송콘텐츠 발전 및 진흥에 관한 중장기적 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주무부처 장을 위원장으로 하며, 방송콘텐츠 관계 정부기관 대표 및 관련 전문가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기본 계획 등을 추진, 심의 및 조정하는 방송콘텐츠진흥위원회 구성에 관한 내용과 방송콘텐츠진흥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업자는 여전히 죽을 판

특별법이 담아야 할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시급한 지는 이날 토론자들의 목소리에 여실이 드러났다.

최근 이창수 판미디어홀딩스 사장은 국회가 마련한 콘텐츠 활성화 모임에 초대됐다. 그러나 막상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3분이었다. 말로는 콘텐츠 활성화를 논의해보자면서, 실제로는 생색만 내려는 자리에 들러리를 선 셈이다. 이날 공청회 자리에서도 역시 적지 않은 의원들이 소개받고 인사한 뒤 어디론지 사라졌다.

이창수 사장은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지원프로그램이 많지만, 정작 단발적이거나 형식적으로 공모하고 적당히 나눠주기식이라 효과가 없다"며 "해외 촬영을 나가 10분 인터뷰하고 10달러를 제공한 것까지 일일이 영수증 챙기는데 시간을 다 허비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체계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과 투자가 일어나야 한다"며 “방송사들은 독립제작사들에게 2차저작권이라도 제발 달라”고 요구했다.

신현상 동아TV 사장은 "디지털 시대를 맞았는데, 너희들 문제가 뭐냐고 하는 자체가 비참한 생각을 들게 한다"며 "디지털 시대가 열리지만 단독 PP 등 영세한 사업자들은 투자할 여력도 없어 고화질(HD) 콘텐츠를 제작할 여력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석암 tvN 사장은 "지상파 TV에서만 방송하고 말게 아니라 2차, 3차 윈도에서 방영해 광고의존도를 낮추고 수신료 위주의 구조로 바뀌어야 하며 특별법을 만든다면, 콘텐츠 지원주체를 지상파, 케이블, 위성 등 플랫폼별 배분할 게 아니라 사업자 주체에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특히 "콘텐츠 부가가치가 높은 수출 부문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수출을 전제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선 간접광고 제약을 풀어주는 방안, 영화펀드의 40%를 영화에 투자하고 60%는 금융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투자수익에 면세를 해주는 방안, 저작권을 담보로 지원 받거나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 등 다소 파격적인 방안을 도입하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콘텐츠 진흥법을 만들더라도 막연히 '정부'가 주체가 되어선 곤란하며 방송통신위나 문화부라고 명시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디지털전환 비용은 주파수 경매를 통해 마련하고, 이를 디지털콘텐츠 활성화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은 아직도 싸움 판

'콘텐츠'를 가운데 둔 관계부처들의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정규 방송통신진흥정책과장은 "정부조직 개편시 콘텐츠 추진체계가 말끔히 정리가 안돼 있었다"며 "방송통신위는 규제와 진흥을 함께 담당하는 기관으로, 현재 방송콘텐츠 산업을 키우기 위해 콘텐츠 제작지원, 규제완화, 법제도 마련 및 시장구조개편 등 근본적 지원방안이 포함된 방송콘텐츠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선 (방송콘텐츠 시장)진입, 소유, 편성, 기술, 표준화, 광고 등을 모두 효율적으로 다뤄야 하며, 방송정책과 함께 콘텐츠 정책을 같이 연계해 펼쳐야 제대로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고 말해 사실상 방송 정책 및 콘텐츠 진흥 주무 기관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 김대현 방송영상광고 과장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 과장은 "문화부가 이미 콘텐츠 활성화 추진체계를 가지고 일원화해 잘 해나가고 있는데 방송통신위와 논란, 갈등이 일어나 행정 효율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공무원의 한 사람 입장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행정을 공부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지만, 방송통신위는 인가 등 중요한 권한을 다루는 규제기관이기 때문에 위원회 조직이 된 것이며, 진흥 업무는 신속성과 적시성이 필요해 독임제 부처가 행하고 있고, 선진국도 그런 것"이라며 "방통위가 관할하는 방송법에서조차 문화부 장관이 방송영상 진흥정책을 수립, 시행한다고 명백히 나와 있는 이상 더 이상 콘텐츠 소관문제로 불필요한 논란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방송 콘텐츠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중복투자를 하려 한다"며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수 천억원의 방송발전기금 활용을 위해 그런 건 아닌지, 그런 자세는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공청회를 지켜본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올 초 정부 구조 개편 전과) 바뀐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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