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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사업, 남은 과제는


과학실험 지속·각 분야 우주전문인력 양성 시급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씨가 우주비행을 마치고 무사 귀환함에 따라 한국은 우주 개발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 이 씨의 우주비행 임무 완수로 한국은 세계 36번째 우주인 배출국에 올라서며 대내외적으로 우주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잡음도 적잖다. 말 그대로 우주강국이 되려면 선결해야할 과제도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첫 우주인 배출 등 의미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는 유인 우주기술이 없다는 점 등 많은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번 우주인 탄생을 계기로 우주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국 우주개발 사업에 산적한 과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소연 씨를 단순한 '우주관광객'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1천800여 시간의 훈련과정과 18가지 우주과학실험 임무다. 여기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우주실험이 단 열흘 동안 이뤄진데다 실제 의미에 비해 다소 부풀려진 점이다.

실제 18가지 실험 중 물의 현상변화, 표면장력 비교, 식물성장 비교 등 교육실험 5가지를 1개로 계산하면 과학실험 14가지를 수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교육실험 같은 경우 학생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는 있지만 과학적 의미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적 성격이 짙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과학실험 실험 제안자들은 단 열흘 간의 우주실험에 대한 과장된 보도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험과제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1~2가지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과학실험을 하는 게 중요한데 지나치게 풍성하게 보이려고만 했다"며 "각 과제마다 우주에 올라가는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 후속연구계획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우주 과학실험, 후속연구로 이어져야

그러나 우주실험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이번 실험이 후속연구로 이어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우주인사업단장은 "과학실험을 보다 많이 하는데 욕심을 냈던 게 사실이나, 실험의 질은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실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주에 관심을 갖게 돼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생물실험으로 주목을 끌었던 초파리는 1천마리 중 약 700마리가 살아 돌아왔고, 세포배양기의 미생물, 줄기세포 등도 정확한 분석을 해야 알겠지만 육안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실험 관계자는 "첫 우주실험으로 장비개발, 인증, 실험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이제 이 씨가 가져온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방향성 있는 후속연구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적인 우주실험 결과는 이소연 씨가 귀국할 때 가져올 실험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기관 방문 등을 거쳐 5월 말~6월 께 워크숍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다양한 분야 우주전문인력 필요

우주인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우주관련 전문 인력 부재, 주관기관의 관리 능력 미흡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주관기관으로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인개발단(구 우주인사업단)은 총 14명의 인원으로 이번 사업을 진행했다. 14명에는 고산, 이소연 씨까지 포함됐다. 인력도 적은데다 담당 연구원들의 전공도 대부분 전자, 기계 쪽에 치우쳐 있다.

그렇다보니 공학 외에도 생물학이나 의학, 식품 등은 물론 홍보나 우주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주관기관의 조율이 미흡해 이번 사업에 참여했던 출연연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식품연구원이 한국 첫 우주인이 먹게 될 우주식품을 둘러싸고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보여온 것.

우주식품 개발은 2003년부터 원자력연에서 먼저 시작했으나, 2006년 5월 우주실험 공모에는 식품연이 먼저 참여하고, 원자력연은 12월 동참하게 됐다.

사업 시작부터 경쟁관계에 놓이게 된 양 기관은 성과를 두고도 갈등을 보였다. 식품연은 원자력연의 방사선 처리식품은 안전성 문제를, 원자력연은 식품연의 기술력 문제를 지적한 것.

식품연 관계자는 방사선 처리식품은 사람들이 안전성 문제로 꺼려 해 러시아엔 없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만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밥 등 4종의 우주식품의 경우 기술적인 면에서 식품 제조사가 이미 개발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향후 계획도 중복됐다. 두 기관 모두 2020년 유인화성탐사 사업인 'MARS 500'에 한국 우주식품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마스 500은 유럽우주청과 러시아 우주 승무원이 모의 우주선에 갇혀 지내는 모의탐사프로그램으로 520일간 음식과 물의 외부 공급 없이 비좁은 통 모양의 우주선에 거주하면서 화성탐사 우주인의 생체변화를 분석하는 것. 이후 오는 2025년 유인화성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문제는 불고기, 잡채, 비빔밥 등 동일 품목에 대해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 원자력연 관계자는 "러시아 측에서 우리 연구원에 참여를 요청해 올 11월 본 과제에 참여할 계획"이라며 "우주식품 외에도 장내 유산균 문제나 스트레스 저항 식품관련 우주인 건강, 우주육종 분야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연 관계자도 "원자력연이 참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식품연 참여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출연연간 문제는 우주인 사업 주관기관의 관리부실에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우주인 사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항우연은 발사체 등 하드웨어적인 것을 주로 담당해왔기 때문에 우주인이 먹고 씻고 식물을 재배하는 일 같이 소프트웨어적인 것에는 신경을 못 썼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주기술 선진국인 러시아나 미국의 국제규범이나 언어, 전통 등을 잘 알고 있는 전문인력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이해도가 높았다면 발사 한 달을 앞두고 탑승우주인이 교체되는 문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향후 우주개발은 어디로

정부는 2015년까지 독자적 우주개발 능력을 확보해 세계 10위권 우주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2017년에는 300톤급 발사체를 자력으로 발사하는데 이어 2020년에는 달 탐사 궤도위성을, 2025년에는 달 탐사 착륙선을 쏘아올린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이소연 씨와의 화상통화에서 "우주개발 계획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 우주정책과 최은철 과장은 "우주 관련 전문가들이 한 달 정도 우주개발 계획을 언제, 어느 정도 앞당기느냐를 두고 예상시간, 기술 범위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거액이 들어가는 2차 유인 우주인 사업이나 우주선 개발은 단기적으로는 일단 어려울 전망이다.

최은철 과장은 "우주분야에 들어가는 R&D 비용은 3천100억원 정도로 대부분 발사체, 위성, 우주센터 쪽에 치중돼있다"며 "국제협력을 통해 소규모라도 우주실험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에 따르면 국제 우주실험 협력은 결정성장, 재료과학, 생물의학, 유체역학 및 연소 등 크게 4가지 분야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공군의 우주비행사 배출 계획이나 항우연의 미국 주도의 달 탐사 계획 공동협력에 대해서는 각 기관에서 알아서 할 뿐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은 지난 8일 카자흐스탄에서 몇 년 내 젊은 전투기조종사를 선발해 우주조종사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항우연도 14개국 우주탐사기관 전문가 1천여명이 참가하는 지구탐사전략(GES)에 이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오는 2024년까지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기관마다 자기 예산을 들여야 하는 것"이라며 "정부차원에서는 아직까지 유인우주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임혜정기자 hea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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