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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HP 납품비리' IT시장 뒤흔드나


IBM 반사이익 기대…"IT 업계 전체 위축" 우려도

한국HP와 이 회사 유통 협력사인 정원엔시스템이 연루된 대형 납품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정보기술(IT)업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1일 한국HP 납품 비리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회사 임직원 9명과 전 본부장 등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전산 시스템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HP 납품 비리 건이 공개되면서 IT업계 관계자들은 이 사건이 미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된 한국HP의 향후 사업 방향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HP와 연관된 대형 IT 제품 구매 건이 있다면 '혹시 비리 혐의에 연루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 계약을 주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

심지어 한국HP의 내부 유통 협력사들도 "당분간은 영업에 심각한 타격이 오지 않겠느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HP가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해 온 중대형 서버 시장은 물론 2~3위를 달리고 있는 노트북과 데스크톱 PC, 프린터 사업 등 개인용 시스템까지도 이번 사건의 후폭풍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유닉스 서버 시장 대세, 한국IBM으로 기울 듯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인 '유닉스 서버' 시장의 향방이 주목된다. 과거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은 한국HP와 한국IBM,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이 분할 경쟁하고 있었다. 그러다 2004년 한국IBM의 수백억원대 공공기관 납품 비리 사건이 불거지면서 시장의 구조가 크게 뒤바뀌었다.

당시 한국IBM은 경찰로부터 공공기관 영업 중단이라는 초유의 징계를 받았다. 또 본사에서도 철저한 내부 감사와 영업 통제를 받게 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유닉스 서버 뿐만 아니라 x86 서버와 다른 IBM 제품군의 시장 입지도 덩달아 약해졌다.

2004년 한국IBM 비리 사건의 최대 수혜자가 바로 한국HP다. 한국HP는 2004년 이후로 라이벌 IBM과의 점유율 격차를 두자리 수 이상으로 넓히면서 멈출줄 모르는 독주를 계속해 왔다.

한국IBM은 1년 여전부터 겨우 후유증을 극복하고 한국HP와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HP의 유닉스 서버 납품 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두 회사의 처지가 뒤바뀌게 됐다. 한국HP로 몰렸던 수요들이 자연스럽게 한국IBM 쪽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으리란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한국IBM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한국IBM과의 거래를 늘려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면서 "돌이켜 보면 어떤 업체들보다도 정보에 민감한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이같은 상황을 일견 예측하고 공급선을 다양화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만에 하나 한국HP가 지난 2004년 당시 한국IBM처럼 공공기관 입찰 금지 등과 같은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면 이같은 시장 재편은 더욱 빠르게 이뤄지리라는 것.

이에 더해 한국IBM의 파워 프로세서 기반 유닉스 서버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인텔의 아이테니엄 사업까지 덩달아 피해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인텔 아이테니엄 기반 유닉스 서버를 가장 많이 판매하는 곳이 바로 한국HP이기 때문이다.

◆'두고 봐야 안다' 영향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이번 사건의 여파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한국HP는 전사적으로 '언론 및 대외 관계자와의 불가촉 명령'이 내려진 상태. 따라서 시장 구도에 대한 한국HP의 공식적인 입장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부 한국HP와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는 업체들은 "대형 시스템의 경우 매우 치밀한 성능 테스트와 다양한 심의를 거쳐 도입을 결정한다"면서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대형 시스템 구매 방향을 전환한다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내 놨다.

현재 한국HP가 진행하고 있는 농협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등 대규모 IT 시스템 공급건 역시 사건 하나로 백지화 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실제 사업에 영향이 크지는 않으리란 것이다.

그럼에도 이 관계자들은 이미지 실추로 인한 신뢰도 하락은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HP의 아킬레스 건이 될 것이라는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이와 함께 IT 업계 전체에 대한 기업들의 불신으로 이어져 전체 시장의 침체로 이어지면 안된다며 조속히 투명한 결과를 보길 원한다고 업계는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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