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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빌 게이츠]IT 거인, MS와 작별하다


27일 공식 은퇴…자선사업가로 '제2 인생' 출발

30여 년 동안 '정보기술(IT) 시장의 거인'으로 군림해 왔던 빌 게이츠가 마침내 은퇴한다.

빌 게이츠는 27일(현지 시간) 근무를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경영에서 손을 뗀다. 이로써 지난 33년 동안 빌 게이츠의 영향권 아래 있었던 MS도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물론 빌 게이츠는 은퇴 뒤에도 여전히 이사회 회장 직함을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하루씩 MS로 출근한다. 하지만 그는 MS의 일상적인 경영 업무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고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MS에서 은퇴한 뒤 올 여름에는 휴가를 즐길 예정이다. 특히 8월에는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에 머물 계획이다.

빌 게이츠는 2개월 여 간의 재충전 시간을 가진 뒤 9월초부터 자선 사업가로 본격 변신한다.

◆1975년 폴 앨런과 MS 설립하면서 첫 발

빌 게이츠가 처음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33년 전인 지난 1975년이었다. 당시 19세였던 빌 게이츠는 자신보다 세 살 더 많은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다.

'작고 부드러운(Micro-Soft)' 그 회사는 최초의 PC인 알테어 8800용 베이직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는 일을 주로 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빌 게이츠와 MS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IT의 근간이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1981년 첫 등장한 IBM PC에 도스(DOS) 프로그램을 공급하면서 화려한 MS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물론 MS도 도스를 직접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빌 게이츠는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츠란 회사로부터 Q도스란 운영체제에 대한 권리를 매입했다.

이 때부터 빌 게이츠와 MS는 세계 컴퓨터 시장에서 실력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들의 PC에 사용될 운영체제 독점권을 MS에 넘겨준 IBM의 '결심'은 지금도 역사상 최악의 계약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 뒤 빌 게이츠는 1983년 윈도 첫 버전을 선보인 뒤 꾸준히 개발 작업을 진행한 끝에 1990년 3.0 버전을 선보였다. 윈도 3.0은 출시 2년 만에 1천만 카피가 판매되면서 윈도 시대의 화려한 개막을 알렸다.

특히 1995년 발표한 윈도95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빌 게이츠 역시 세계적인 부호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 1995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부자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린 이래 지난 해까지 13년 연속 그 자리를 지켰다.

올해 들어 절친한 벗인 워렌 버핏에 최고 부자 자리를 넘겨주긴 했지만 여전히 자산 가치 580억달러로 엄청난 부를 자랑한다.

◆인터넷 시대-반독점 공방 등 시련도 많아

물론 빌 게이츠가 탄탄대로만 달려 온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넷스케이프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하고 인터넷 시대가 본격 개막되면서 한 때 'MS 위기설'이 유포되기도 했다.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 한 발 앞서 자리를 잡은 넷스케이프가 MS를 제치고 인터넷 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었다.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빌 게이츠는 '끼워팔기'란 무리수를 두게 된다. 윈도95에 익스플로러를 기본 제공하면서 브라우저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빌 게이츠는 2000년 6월 한 때 미국 법원으로부터 회사 분할 판결을 받기도 했다. 빌 게이츠와 MS는 이 무렵 '악의 제국'이란 거센 비판에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그 과정에서 빌 게이츠는 친구인 스티브 발머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주고 2선으로 물러났다. 또 2004년에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4억9천700만유로라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게다가 윈도를 비롯한 각종 MS 소프트웨어들은 보안이 취약하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빌 게이츠는 2002년 '신뢰할만한 컴퓨팅(Trustworthy Computing)'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보안 강화를 이유로 당시 윈도 서버 2003 출시를 1년 가량 연기하기도 했다.

◆2006년 처음 은퇴 선언

빌 게이츠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08에서 깜짝 쇼를 연출했다. 은퇴 뒤 일자리를 구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참관객들에게 즐거운 볼 거리를 선사한 것. 연초부터 2008년 6월말 은퇴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은퇴는 이미 2년전부터 예정돼 있었다. 당시 빌 게이츠는 최고소프트웨어 아키텍처(CSA) 직책을 레이 오지에게 넘겨주면서 사실상 은퇴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빌 게이츠는 "풀 타임 일자리와 파트타임 일자리를 맞바꾸겠다"는 말로 자신의 결심을 구체화했다.

즉, 그가 몸담았던 MS를 파트타임으로 바꾸는 대신 자선사업을 풀타임 일거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은퇴는 2년 전 이미 예정됐던 수순이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MS의 풀타임 직원으로 근무하는 마지막 주에도 빌 게이츠는 여전히 분주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정상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27일 업무가 종료되는 순간 빌 게이츠는 MS의 핵심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서 완전히 빠지게 된다. 30여 년 동안의 직장생활 동안 처음으로 갖는 2개월 여 간의 달콤한 휴가를 즐긴 뒤 자선사업가 빌 게이츠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록펠러가 걸었던 길 걸을까?

화려했던 삶에서 의미있는 삶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빌 게이츠.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20세기 초반 스탠더드오일을 토대로 미국 최고 부호로 떠올랐던 록펠러를 연상케한다.

불법, 편법으로 부를 쌓아올렸던 록펠러는 말년에 록펠러재단을 설립하면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빌 게이츠 역시 윈도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독점 지위 남용 문제로 그다지 이미지가 좋지는 않은 편이다. 그가 지난 2000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것도 자선사업에 대한 애정 못지 않게 일그러진 자신의 이미지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선사업가 빌 게이츠'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빌 게이츠가 제2의 인생을 통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훌륭한 부자'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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