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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무료SMS 취합 제공 SW의 파장


'익스트림SMS'라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네티즌 사이에서 서서히 퍼지고 있습니다. 파란, G마켓, 하나포스, 엑스피드, 메가패스, KTF, LGT, SKT 등 인터넷, 통신 업체들이 고객에 제공하고 있는 무료 문자메시지(SMS)를 취합해 한 번에 발송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지요.

무료 SMS는 인터넷, 통신 업체들이 자사 고객을 위해 만든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신 업체는 자사의 인터넷을 쓰는 유료 가입회원에게만 무료 SMS를 제공합니다. SKT(네이트온), 파란 등 특정 인터넷 업체는 모든 회원에 무료문자를 이용 정도에 따라 차등 제공합니다.

이 두 인터넷 업체만 합해도 한 달에 SMS 약 200여 건을 무료로 쓸 수 있습니다. 각 사이트마다 돌아다니면서 로그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이 프로그램이 해소해 주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반갑습니다. '익스트림SMS'의 블로그에 오른 이용자 댓글은 칭찬 일색입니다.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난감한 노릇입니다. 이용자가 자사 사이트로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파란은 지난 해부터 이용자수를 늘리기 위해 사용 정도에 따라 문자메시지를 월 최대 수백건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파란 관계자는 "그게 다 마케팅 비용을 들여서 하는 건데 우리 사이트에 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네이트온 무료 문자는 수많은 네티즌이 사용하는 인기 서비스입니다. 네이트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말합니다. 회사 관계자는 "'업무방해'에 해당하며 아직 이용 정도가 미미하기에 두고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제제를 가하는데 드는 비용이 이 프로그램으로 인한 피해비용보다 더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위법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아리송합니다.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 제공하는 대고객 서비스를 누가 채간다면 업무방해일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근래 이메일 서비스는 타 계정에서 끌어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피해'를 입고 있는 파란에서도 다른 계정의 이메일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더 늘어 '업무방해'의 임계점을 넘으면 법적인 시비를 가릴 수 있을 때가 올까요.

이 프로그램의 개발자 김모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꽤 유용한데 혹시 해당 업체들의 난감함을 고려하지 않았는지 궁금했습니다. 김 씨는 부분적으로 인정했습니다. "통신사의 경우 유료 가입고객 대상 서비스라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파란 같은 곳은 그럴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개발 동기였습니다. 작은 프로그래밍 업체를 운영하는 김 씨는 '문자 보내기에 편할 것 같아서' 지인들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나와 주위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편하게 문자를 보낼 수 있다면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은 이용자의 불안이 높아져 인증서를 넣어 회사 이름을 걸고 내 놓고 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아마추어'의 작품인 점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김 씨는 "이용자가 편의를 느낀다 해도 회사가 손해를 본다면 제공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스마트폰과 아이팟터치에서도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버전을 대학생 후배들이 만들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만약 스마트폰에서도 '익스트림SMS'를 사용할 수 있다면? 참 복잡합니다.

개인 휴대전화 단말기용으로 나왔던 SMS가 웹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모바일 인터넷으로 들어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서 모바일 이통사 서비스를 통해 문자를 보내면 건당 돈을 내야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무료문자를 쓰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웹 이용자 1만명에 그치는 작은 프로그램이지만 '모바일 컨버전스'의 한 단면을 이 프로그램은 꿰뚫고 있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은 온라인과 모바일 인터넷의 구획이 현재 견고히 나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합법 여부를 떠나 적어도 '이용자 편의' 측면에서 이 프로그램의 아이디어와 마인드가 대기업의 그것들보다 훨씬 윗길을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마 풀뿌리 개발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 씨는 말합니다. "한국 기업은 당장 돈이 되는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다 보니까 개인용 유틸리티 제공이 많이 줄었다. 우리나라 개발자 능력도 뛰어난데 작은 유틸리티를 만들어 제공하면 좋지 않을까."

돌아보면 인터넷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여러 '풀뿌리' 개발자들의 유용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찾기 힘듭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이 프로그램의 등장이 반가운 점은 인터넷에서 거의 없어진 줄만 알았던 창의적 아이디어를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 모바일로 확장하고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이 지금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휘황한 '컨버전스'의 시대에 더 많은 풀뿌리 개발자들이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업도 '이용자 만족'이라는 대명제를 다시금 되새겨 풍족한 인터넷 생활의 텃밭을 가꾸었으면 합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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