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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아내가 결혼했다' 발칙한데, 은근히 끌려든다


투톱 체제를 지향하는 감독 밑에서 뛰는 두 명의 축구 선수는 얼마나 불안할까. 언제 교체될지, 또 한 명의 주전이 먼저 골을 넣지는 않을지, 감독의 의중은 누구에게 가 있는지 재고 또 재게 된다.

이 불안하고도 황망한 상황이 나의 가정에서 벌어진다.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다른 남자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 나를 두고 또 '결혼한' 아내. 나의 외도의 용서되지만 아내의 외도는 이혼감인 한국사회에서, 고지식하게 살아온 남자는 고민한다. '헤어져?'. 하지만 이성과 달리 그의 몸과 마음은 그럴수록 더욱 더 아내를 갈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는다.

이중 결혼이라는 도발적인 소재를 그려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스크린으로 옮겨져 문자의 묘미를 영상화했다. 화가 나고,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점점 주인공 '인아'의 이상한 논리에 빨려들어가는 소설의 힘을 영화가 구현할 수 있을까? 의문에 대한 답은 일단 '예스'다.

하지만 소설이 독자를 이끄는 힘과는 다른 힘으로 영화는 관객을 끌어들인다. 바로 미워할 수 없는 손예진의 매력이다. 큰 눈동자와 반달눈의 눈웃음을 무기로,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은 상냥함과 가공할 섹시함을 내세운 손예진의 매력은 소설 속 '인아'의 지적이고 당돌함과는 다른 매력으로 승부한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와 '싱글즈'에서의 훈남 캐릭터에 '쪼잔함'을 더한 '덕훈' 역의 김주혁 역시 소설과는 다르지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손예진의 저버릴 수 없는 귀여움과 그에 말려들어가는 김주혁의 완벽한 KO패가 소설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호감을 가지고 있던 여자를 운명처럼 다시 만나고 연인이 된다. 여기에 '마치 백만개의 흡착판이 내 둔부를 빨아들이는 듯한' 황홀경을 선사하는 섹스 테크닉까지 겸비했다면 그녀는 100점이다. 무심하고 자유로울수록 더욱 그를 몸 달게 하는 그녀. 별을 따고 달을 따다 주는 것이 더 쉬울 것만 같은, 도무지 잡히지 않는 아내를 붙잡기 위해 그는 발버둥친다.

영화의 묘미는 절묘하고 과감한 대사들. 아내와 결혼한 남자를 찾아가 주먹을 휘두른 뒤 "첩년의 머리채를 잡아 뜯는 느낌, 쪽팔렸다. 죽고 싶을만큼"이라고 뇌까리는 덕훈의 대사나 축구와 결부해 야무지게 상대방을 설득하는 인아의 말들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미 소설을 통해 한바탕 휩쓸고 간 일부일처제에 대한 논란을 영화를 통해 다시 끄집어 내는 것은 필요없는 일인 듯 하다. 그저 가을 데이트용 영화로, 친구와 한바탕 수다의 화제로 삼기에 적당한 말랑말랑한 작품이다. 2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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