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정종오] 사이버 모욕죄에 대한 우려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하는 등 인터넷 유해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이 다분할 뿐더러, 법을 적용할 때 그 기준에 대해서도 적잖이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검찰의 자의적 법적용과 판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심각한 인권침해로 나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다뤘던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한 장면이 떠 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특별법의 성격을 띄고 있는 반공법을 두고 경비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7 실내, 경비원 대기실-낮

경비원들의 일상풍경. 기조가 형준을 앉혀 놓고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얘기를 나눈다.

기조:북조선에선 세금을 안내죠. 그것 하난 맘에 들어요, 그러면?

형준:삼조 이항, 북괴 찬양!

기조:그냥 인사조로 맞장구룰 치지? 네, 그렇겠군요. 응?

형준:삼조 삼 사 오항, 고무, 찬양, 회합!

기조:전 총련 일을 하느라 고국엘 못가요. 요번에 가시면 고향 소식 좀 전해 주세요.

형준: 지령 사항이 되죠, 그건 사조 일항.

기조:그래서 그 인간이 입국하면, 잠입. 친구의 고향에 내려가면 탐문 수집, 수케줄을 잘 맞춰 일본행 비행기를 타면, 탈출. 돌아와서 전화로 당신 고향 개고기 맛은 정말 일품이야, 그러면 통신 연락에 보고가 되는 거고. 이걸로 반공법 간첩죄 풀코스가 성립되는 거라구.

형준;(순진하게) 햐! 간첩 잡기 증말 쉽네, 응?

기조:허! 간첩은 잡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래니까…

영화가 풍자적으로 지적하는 것처럼 국가보안법은 정부에 의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악용됐고 한국 현대사에 큰 상처를 남긴 바 있다. 법조항에 대해 주관적 잣대로 걸고 넘어지면 안 걸리는 사람이 없었고, 간첩은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란 비판이 존재한다.

사이버모욕죄를 추진하겠다는 김 장관의 발언이 보도되자 일부 정치권과 네티즌들은 법 적용의 객관적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고 나섰다.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이 법에 의해 사이버 모욕죄가 필요에 따라 주관적으로 적용되면서 사이버 범죄자가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한 네티즌은 "모욕에 범위를 어떻게 정하시려고 생각하시나요. 개개인이 다 다를 텐데…"라며 법 적용의 자의성을 경계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할 일 많은 정부가)자유게시판에 쏟아지는 시시콜콜한 글들을 상시 감시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상당수 네티즌은 사이버모욕죄 추진을 두고 그동안 검찰이 '네티즌들에게 물린 재갈(광고불매운동 수사, 검·경의 인터넷전담팀 신설 등)을 노끈(사이버모욕죄)으로 확실히 묶어 버리겠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사이버모욕죄 신설 방침에 대해 적잖은 사람들은 '현 정부가 국민의 비판을 모욕으로 여기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정종오] 사이버 모욕죄에 대한 우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