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최시중 위원장과 인터넷


"여러 일정이 있었지만, 쇠고기 협상과 촛불시위에서 가장 탈이 많았던 다음이 우리 상을 받는다고 하니, 한번 꼭 가보자 생각했습니다.(웃음)"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7일 저녁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 '2008 인터넷기업 송년의 밤'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 해 인터넷은 엄청난 사회적 논란에 휘말렸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댓글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의무화같은 인터넷 규제를 맡는 곳이다. 인터넷기업 송년 행사에 장관급 인사가 온 적도 없어, 최시중 위원장의 참석 자체가 뉴스였다.

이날 최시중 위원장은 인터넷 기업상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방송통신위원장상을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에게 줬다.

다음이 최고상을 받게 된 것은 심사를 맡은 방송통신위원회 출입기자단이 다음의 웹의 가치를 지향하는 노력에 높은 점수를 줬기 때문이다. 촛불정국 속에서 다음 아고라는 여론 왜곡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티스토리와 미디어다음 등을 통해 참여와 공유, 개방이라는 웹의 장점을 지켜낸 걸 인정받았다.

최시중 위원장은 5분으로 예정됐던 축사를 20분 넘게 하면서 지난 6월 OECD 서울장관회의 때의 기억을 되새겼다.

"지난 6월 OECD IT장관회의 때 (코엑스에) 왔었는데, 그 때 매우 많은 시위대가 모여 한 목소리로 '최시중 물러가라'고 외쳤습니다. 그것을 보며 외국 장관들이 '대체 저게 무엇이냐?' 고 물었는데, 그 때 '저것이 바로 한국이 IT 강국이 된 원동력이다. 세계의 어느 나라 시위대들이 시위 현장에서 UCC를 바로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고 하느냐? 대한민국 네티즌이 세계 최고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할 수 있었던 그 힘이 바로 인터넷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무한한 발전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IT 분야이고, 그것을 이끌어 가는 게 바로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이라면서 패기에 넘치는 인터넷 기업인들이 앞장 서서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날 촛불집회의 근원지(?)로 오해받았던 다음의 석종훈 사장과 나란히 앉아 "다음은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격려하면서 다독이는 모습도 보여줬다. 석종훈 사장은 행사를 위해 제주도 지사 송년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최휘영 NHN 사장은 방통위원장상을 받은 석 사장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줬다.

인터넷기업들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불필요한 오해는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인터넷에 대해 그렇게 편향적인 건 아니구나", "인터넷기업을 단순 부가통신사업자로만 보는 게 아니라 성장동력으로서도 관심을 갖고있구나" 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군 생활과 캄보디아에서의 경험을 말하면서 경제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는 대목에선 솔직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의 소통이 더 큰 하나가 되는 통섭(通涉)으로 나가려면, 최시중 위원장과 인터넷기업인들은 더 많이 만나고 대화해야 할 것 같다.

모두 인터넷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인정하지만, 제재 방법에선 온도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의 작은 사실 왜곡이 엄청난 국가 불이익과 국민 손해로 갈 수 있으니 제재도 필요하다는 입장과 인터넷은 생태계여서 정부의 규제는 겸손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갈리고 있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당분간은 인터넷을 둘러싼 바람직한 사회 규범을 만들자는 논의는 계속될 것이다. 뿐만아니라 인터넷은 망 개방같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융합시대의 새로운 규제틀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최시중 위원장과 인터넷기업인들은 더 자주, 더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