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셋톱박스 CAS 분리 정책 논란


정부 "분리는 이용자 고려 정책" vs 사업자 "부작용만 커"

유료 방송의 가입자확인시스템(CAS) 모듈을 IPTV 셋톱박스에서 분리할 것인지 일체형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이지고 있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는 가입자 제한 및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 가입자 확인시스템(CAS) 모듈을 IPTV 셋톱박스에서 강제 분리한 쪽으로 기술 고시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KT, 하나로텔레콤, 다음의 오픈IPTV 등 IPTV 사업자들은 전파연구소가 지난 4일 마감한 'IPTV 방송설비에 관한 기술기준 제정' 전자공청회의 의견 코너를 통해 반대의견을 쏟아내며 비판하고 있다.

정부 측은 IPTV 셋톱박스에서 가입자를 확인하고 과금할 수 있는 CAS 모듈을 휴대폰 유심 칩처럼 셋톱박스에서 분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가입자들이 특정 사업자에 얽매이지 않고 셋톱박스를 자유롭게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정부는 국내 케이블TV 셋톱박스에도 똑같이 CAS 모듈 분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IPTV 서비스 사업자들은 CAS 모듈을 분리하면 오히려 ▲사업자 및 소비자 부담 가중 ▲정책실효성 한계 ▲사업자들간 호환 불가능 등의 부작용이 커진다면 모듈 분리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KT, 하나로텔레콤, 오픈IPTV 등은 CAS 모듈 분리에 따라 소비자들에 추가부담이 부과되며, 사업자의 일괄구입 및 보급으로 인한 소비자부담 완화 기대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지난 2004년 CAS 모듈분리 규제가 적용된 디지털케이블TV의 경우 셋톱박스 소매시장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도 지적한다. 장기계약에 따라 임대방식으로 제공하는 셋톱박스를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별도로 구매할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셋톱박스를 소매시장에서 구매하는 가입자는 없다"며 "미국식 오픈케이블 정책의 CAS 분리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KT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도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난 최근까지 상위 10대 케이블TV사업자(SO) 기준으로 분리형 셋톱박스는 37만대 가량이 판매돼, 보급률이 극히 저조한 상황이다.

IPTV 사업추진 회사 관계자는 "CAS 모듈 분리를 적용한다 하더라도 메모나 CPU, 각종소프트웨어에 대한 표준화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향후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사업자와 소비자의 불필요한 부담만 늘어나게 되는 조항인 만큼, 삭제나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파연구소 관계자는 "이미 1년여 간 연구반을 운영하며 논의를 거친 사안으로, 셋톱박스 CAS 모듈 분리는 그동안의 IT 산업을 사업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바꾸는 정책적 방향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의견에 대해 검토하겠지만, 사실상 이 조항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전파연구소와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방송통신위 관계자는 "사업자들 입장에서 일체형 셋톱박스가 이용자 잠금효과가 크다는 측면에서 CAS 일체형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체형 셋톱박스도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며, 해외의 특정업체에 종속된 CAS 기술에 대해 국내 연구개발의 필요성 등을 감안한다면 분리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분리형 셋톱박스 사용 유예기간을 3년으로 두느냐의 여부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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