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자산산업, 네거티브규제할 만큼 성숙한가


공정하고 책임 있는 거래의 장 조성이 먼저

[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 규제의 대세는 '네거티브(negative)'다. 법령에서 열거한 사항을 빼곤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이다. 규제 대상의 금지요건을 완화하고 사업적 자유를 주기 위한 선택이다. 다만 네거티브 규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대전제가 있다. 바로 관련 시장이 공정하고 책임 있는 거래의 장이라는 믿음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과연 대전제가 성립될까.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부족한 책임 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 기자가 만난 거래소 관계자는 "사업자 사이에는 신사업·서비스가 문제 될까 헷갈리면 일단 하고 보자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규제 공백을 활용한 사업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당연히 모두가 그렇진 않다. 건전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는 사업자가 더 많다. 그러나 언제나 물을 흐리는 건 미꾸라지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불법과 편법 등을 통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초기 벌집계좌 개설을 엄격히 감독·제한하자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비교적 모니터링이 약한 상호금융 등에서 벌집계좌 운영을 이어 나갔다. 벌집계좌란 이용자가 법인계좌로 원화를 입금하면, 회사가 입금된 금액을 확인해 이용자 가상계좌에 입금액을 표시해주는 방식이다.

법적으로 금지된 가상자산공개(ICO)가 편법을 통해 이뤄지기도 했다. '이더리움 시그니처'라는 프로젝트는 상장 전 스팸 문자 등으로 투자자들을 모아 선판매했다. 금지된 ICO를 사실상 진행한 것이다. 음지에서만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루나 폭락 사태에서 나홀로 입출금을 허용해 100억원에 가까운 수수료 이익을 얻었다.

이처럼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선 아직은 공정과 책임이 부족한 모습이다. 그런데도 규제 방식의 무게추는 네거티브 규제로 쏠리고 있다. 여당과 야당의 초점이 모두 가상자산 산업 진흥에 맞춰진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가상자산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약속했다. 여당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와 야당 가상자산특별대책TF도 가상자산 산업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율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가상자산 산업의 네거티브 규제를 반대하려는 것은 아니다. 네거티브 규제는 산업 진흥을 위해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시장의 공정과 책임이 없는 네거티브 규제는 불법·편법의 여지만 주는 꼴이 될까 우려된다. 이제는 산업 진흥을 외치는 한편, 이를 가속할 네거티브 규제의 대전제가 성립되는지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전제가 부족하다면 이를 보완하는 게 먼저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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