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묵]구글 사태에 대한 방통위의 딜레마


군 복무 시절, 보안 담당 A라는 장교가 있었다. 지금은 널리 쓰이는 '카메라 폰'이 한창 보급되며 인기를 끌던 때였다. 장교·부사관 등 간부들은 너도나도 구입했다. A는 "상급부대에서 '보안'을 위해 간부들은 카메라폰을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고 지침이 내려왔다"며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무리 군대라도 개인 의지를 쉽게 막을 수는 없었다. 여의치가 않자 상급부대는 '보안 구역'에 들어가기 전에는 별도의 함에 카메라폰을 두라고 하달했다. A장교는 그 지침을 제대로 관리해야 할 실무자였고 규정 준수를 간부들에게 종용했다.

그러나 업무로 통화할 일이 많았던 간부들의 불만은 컸다. 휴대폰을 밖에 뒀다 수시로 들락거리다가, 불편하면 보안 구역 내에서 쓰다가 A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본인 스스로도 불편을 느끼면서 실효성이 없는 지침을 지키고 단속해야 하던 A의 모습이 생각난다.

최근 구글의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거부' 파문을 보면 방송통신위원회와 A장교의 모습이 겹쳐져 안쓰럽다.

방통위는 24일 "(구글코리아의) 유튜브를 제외하고 제한적 본인확인제 적용대상 사이트가 모두 이를 시행하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 야후코리아 등도 동참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구글이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새로 바뀐 법이 시행됐는데 구글이라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의 법 그물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다. 실명제에 불만을 갖고 있던 네티즌들은 정부를 조롱하고 구글을 응원한다.

법 전문가들은 판단하기 애매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글이 방어 논리로 내세운 '업로드 제한 조치' '서버 해외 위치'에 대응할 법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글이 사실상 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조치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방통위도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이 예상된다. 규제의 논리도 빈약하고, 강행하자니 비난이 두렵고. 진퇴양난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인터넷과 법 사이의 속도 차이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마땅한 법 규정이 없어서 이러한 딜레마가 발생한 게 핵심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실명제를 확대했겠지만, 이를 시행함에 있어 인터넷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했는가 구글은 되묻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정식으로 출시하지 않았고 서버가 해외에 있는 구글의 G메일이 문제가 된다면 규제 법안을 새로 만들어서 해결할 것인가. 이번 사태에서 보듯 인터넷이라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존재를 법으로 일일이 다루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때마침 '미네르바' 박대성 씨가 무혐의로 풀려나면서 현 정부의 인터넷 규제에 방향에 대한 회의가 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확대 적용이 과연 인터넷의 기본 속성에 맞는가에 대한 고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최근 장교로 전역한 친구에게 요새 군대는 어떤가 물어봤다. 그가 있던 부대는, 카메라를 촬영하지 않겠다는 '보안 서약서'를 작성하고 휴대폰을 사용했다고 한다. 결국 자정의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할 일에 A장교는 '괜한 노력'을 쏟아 부은 셈이다.

구글은 인터넷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태어난 웹 민주주의의 순교자가 아니다. 그저 여타 기업들처럼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고 꽤 편한 서비스로 성공한 글로벌 인터넷 기업일 뿐이다. 특별히 도덕적이랄 것 없는 기업의 상식적인 결정이 돋보일 만큼 '특이한' 인터넷 환경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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