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KBS 사태로 공영방송 제도정비 '촉구'


공영방송 사장 선임·면직 규정 손봐야

KBS 이사회가 지난 8일 공권력이 투입된 가운데 정연주 KBS 사장 해임제청 요구안을 통과시키자, MB식 미디어 판갈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야당과 진보 단체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으며, '공영방송의 제자리 찾기'라는 여당과 보수 단체의 지지도 잇따르고 있다.

갈등은 정연주 사장 해임으로 시작됐지만 종국에는 공영방송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촉구하게 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에 휩싸이는 공영방송 사장 문제.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볼 까.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면직 모두 논란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계 전문가 A씨는 "정부 여당에서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해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공영방송 사장은 정치적으로 임명돼 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지금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분야) 1급 참모였던 정연주 사장을 빼면 모두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출신인 정연주 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론특보 출신인 서동구씨를 KBS 사장으로 임명해 낙하산 논란으로 물러나자 2003년 4월 KBS 사장으로 임명됐다. 대선 직후 노 전 대통령은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를 '마음으로 가장 존경하는 언론인'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연주 사장 해임 추진 과정에도 비판이 거세다.

참여정부에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에 참석했던 B 교수는 "8월 8일 올림픽이 열리는 날 아침 일찍 공영방송사에 경찰을 투입해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 요구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5공 때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언론학박사)은 "KBS이사회가 해임권, 혹은 해임제청권도 갖고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이사회의 의결이 법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법은 KBS 이사회의 사장 임명 제청권만 보장하기 때문에 해임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설명이다.

◆공영방송 사장, 면직 규정 만들어야

지성우 단국대 법대 교수는 "대통령이 통치자의 입장에서 공영방송 사장에 대해 면직권을 가질 수 는 있지만, 대통령으로 오기 전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고 그 면직권은 다분히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데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의 독립성을 위해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면직 조건은 행정부 수장들 보다 엄격하게, 국회의원에 버금가는 정도의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면서 "현행 방송법에서 '임면권'이 아닌 '임명권'으로 돼 있어 소모적인 법리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 이남표 전문연구위원도 "한 번 임명된 공영방송 사장을 절대 해임시킬 수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공영방송 사장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혹은 사회적 장치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임명권은 대통령이 가지되 해임권은 국회 총회나 관련 상임위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통과시키는 방식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제도 개선돼야

황근 선문대 교수는 "지금처럼 KBS 이사회만 사장 추천권 가진 상황이면 100% 정파적이될 수밖에 없다"며 "추천위 규모를 키워야 하며, 각계 대표들이 많이 참여해 정당적 요인이 전혀 배재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논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BS 내부적으로 추천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성우 단국대 법대 교수는 "현재는 KBS 사장은 이사회에서 임명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는데, 이는 권력기관에 의한 수평적 권력 통제차원에서 보면 미흡하기 그지 없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KBS 이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하게 돼 있어 방통위와 이사회간의 권력 매카니즘이 꼬여간다"면서 "KBS 이사회에 독립 기능을 줘서 이사회에서 대립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토론할 수 있게 하면서 KBS 이사들이 직능별 대표성, 계층별 대표성, 연령별 대표성 같은 걸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S 사장을 추천하는 KBS 이사회가 대통령 산하기관인 방통위와 독립되면서 동시에 방통위와 국회를 통해 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전문가 C씨도 "공영방송사의 사장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며 정치적 인물이 앉아서는 안된다"며 "그런 의미에서 향후 제도 정비시 정치적, 재정적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능과 지역비례대표에 의한 KBS경영위원회(가칭)를 둬서 이로 하여금 사장을 임면하도록 하거나 사장임면 추천권을 행사하고 대통령이 이를 행하거나 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제도를 복잡하게 하는 것보다 여권이 책임지고 중립적이고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인사를 정치적 요구에 따라 임명하게 더 낫다"며 "오히려 절차를 간소화 하는 게 책임소재도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일부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방송계 전문가 A씨는 "어떤 제도도 완벽한 제도는 없다"면서 "흔히 말하는 친MB 계열이나 친정부적인 사람은 KBS 사장에서 절대 배제해야 한다. 후임 사장이 잘 못 오면 촛불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MB식 미디어 판갈이 가속화될 듯...공영방송 시스템 논의 필요

전문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법리 논쟁에도 불구하고 정연주 사장 해임을 강행하는 등 미디어 판갈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국가기간방송법을 필두로 MBC 민영화, 신문방송 겸영 허용 문제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방송과 통신융합에 따라 방송 규제기구와 통신기구를 통합하는 조직법을 만들면서 동반했어야 할 공영방송 시스템에 대한 법제도를 제대로 고치지 못한 게 화근이라고 보고 있다.

공익성을 강조한 구 방송위원회와 산업성을 강조하는 구 정보통신부의 결합구도 속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차별화된 법제도 정비가 뒤따르지 않은 게 무리였다는 것이다.

이번 KBS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영방송제도에 대한 재검토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김지연 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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