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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현대차, 1종당 100억 쓰며 충돌시험…'가장 안전한 차' 타이틀 노린다


1종에 4만5000 시간 들여 가상 시뮬레이션 후 충돌 테스트…'탑승객 안전' 최우선

[아이뉴스24 박영선 기자] "내 몸값보다 비싸네."

지난 12일 현대자동차그룹이 개최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현장. 차를 벽에 충돌시켜 승객 안전성을 평가하는 테스트에 앞서 사전 설명을 듣는 시간, 취재진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현대차가 충돌 안전 평가를 위해 투입하는 비용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더미가 탑승한 아이오닉 5가 변형벽에 충돌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더미가 탑승한 아이오닉 5가 변형벽에 충돌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충돌시키는 데에 멀쩡한 차량 한 대만 희생되는 것이 아니다. 각종 개발 비용이 크게 소요되는 것은 물론 차량에 탑승하고 있는 더미(인체 모형) 1세트(개) 당 가격도 억 소리 난다.

실제 충돌 시험을 진행한 아이오닉 5에 동석한 남·녀 더미는 개당 1억~2억원 수준이었다. 부착된 센서가 많아 보다 정확한 상해치 파악이 가능한 최고가 더미는 15억원에 달했다. "나보다 귀하신 몸"이라는 취재진의 자조 섞인 농담에 수긍하게 되는 동시에 현대차가 얼마나 안전에 '진심'인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번 시험은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 강화 64kph 40% 옵셋(준정면) 충돌'로 진행됐다. 이는 충돌 속도 64km/h로 차량 전면의 40%를 실제 차량을 모사한 변형벽에 충돌시켜 승객의 충돌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IIHS는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게 충돌 평가를 진행하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IIHS는 향후 조건을 강화해 뒷자리에 왜소 여성 승객을 대표하는 더미를 추가로 착석시켜 평가할 예정인데, 이에 이번 테스트는 강화될 조건에 맞춰 이뤄졌다. 양민호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이미 아이오닉 5은 IIHS 현행 시험 규칙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GOOD'을 받았지만 더욱 까다로워지는 평가법에서도 안전성을 증명하고자 이번 테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재진들이 충돌 테스트를 진행한 아이오닉 5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취재진들이 충돌 테스트를 진행한 아이오닉 5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시험의 핵심은 64km/h 속도로 충돌한 아이오닉 5가 얼마나 탑승객 안전을 담보하느냐다.

이에 현대차는 ▲더미가 착석한 쪽의 에어백 정상 작동 여부 ▲프리텐셔너(차량 충돌 시 안전벨트를 승객 몸 쪽으로 조여주는 장치)와 로드리미터(충돌 시 안전벨트 하중을 조절해 인체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 ▲사고 후 도어 락킹 해제 여부 ▲고전압 배터리 파손으로 인한 화재·연기 발생 여부 ▲고전압 절연저항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탑승객으로 대표되는 더미의 상해치는 어떤지 계측기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한다.

이번 옵셋 평가서 아이오닉 5는 전해액 누유나 화재·연기 발생 없이 모두 정상 작동했다. 벽면 충돌 직후 에어백을 비롯한 안전장치들이 바로 더미를 보호해 더미의 상해 수준도 준수했다.

현대차는 차 1종당 100회가량 충돌 시험을 진행한다. 실제 물리적 충돌 이전에 가상 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능을 검증하고 개선하는데 그 횟수는 3천 번에 달한다. 이렇게 충돌 안전에 쏟아붓는 비용은 1종당 약 100억원이다.

시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가상 시뮬레이션 한 건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1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이를 감안하면 차 1종당 가상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만5천 시간을 투입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매일 100회, 연간 3만 회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사고에서 발생하는 여러 충돌 사례 등을 분석, 승객과 보행자 상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 기술 도입에 따른 승객의 자세 변화에 맞춰 최적의 안전장치를 탑재하는 방안도 도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관계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가 이렇게 큰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는 안전성을 지속 높여 불가피한 사고에도 승객 상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는 "충돌안전성능은 자동차 산업 선진국에서 후발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활용할 만큼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패키지·차체구조·에어백과 같은 구속장치 등 모든 부분을 개선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현재 IIHS에서 최우수 등급인 TSP+와 우수 등급인 TSP를 총 26개 차량에서 획득한 상태다. 이는 현대차 역대 최고 수준의 평가 결과이자 사실상 글로벌 자동차 업체 1위의 결과이기도 하다. 백창인 상무는 "현재 순위는 폭스바겐(VW) 그룹이 27개종으로 1위인데 동일 차량임에도 연식 차이로 별개 차종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아우디 차량 7종이 중복으로 들어갔다"며 "현대차그룹은 기아 스포티지만 중복 카운팅 돼 이를 감안하면 당사가 1위"라고 밝혔다.

전기차 전용 차량의 충돌 안전성도 현대차가 특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배터리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자사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차량은 배터리 장착 부위에 손상이 없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현대차는 차량 정면 충돌 시 충돌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도록 범퍼 백 빔(내부 지지대)을 더블 박스 구조로 하고 측면 충돌 대응을 위해서 사이드실 내부에 알루미늄 압출재를 넣었다. 또 측면 충돌시 배터리 손상을 막기 위해 배터리팩 측면에 별도 멤버 구조를 구성, 사이드 실 연결 구조를 적용했다.

백창인 상무는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다양한 형태로 검증하고 있다"며 "차량 개발 초기부터 위험 발생 요인들을 사전 검토해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사고 시 가장 논란이 되는 화재 역시 작년 소방청 발표 기준 내연기관차 발생 비율은 0.018%인 반면 전기차는 0.01% 정도로 절반에 불과하다"며 "전기차라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선 기자(eune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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