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성수기요? 사라진지 오래에요"…수요침체에 고통받는 용산전자상가


판매자 대부분 온라인 판매 병행 불구 힘겨워…글로벌 수요부진에 손님 '뚝' 끊겨

[아이뉴스24 박영선 수습 기자] "이제 노트북 시장에 성수기라는 개념은 없다고 보면 돼요. 오픈마켓에서 행사하는 시즌이 성수기죠 뭐."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용산전자상가는 전자기기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전자의 '메카'로 불렸다. IT벤처 특수를 누리던 시기에는 이곳에서 장사하던 판매사들이 회사를 설립해 수 천억원의 매출 신화를 썼던 곳이다.

선인상가 전경.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수능이 끝난 과거 이맘때면 학부모와 학생들로 넘쳐났던 용산전자상가는 어느새 쇠퇴하고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29일 방문한 용산전자상가에도 '손님이 없다'는 곡소리만이 영광의 자리를 대신했다. 통상 수능이 끝난 시점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까지는 전자기기 수요가 급증하는 대표적인 성수기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을 위해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노트북·태블릿PC를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성수기'란 단어가 옛말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이른 점심시간 방문한 선인상가에는 손님 대신 물류 배달기사만이 오갔고 문을 닫은 매장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노트북·PC를 판매하는 A씨는 "예전에는 구정 이후, 11~12월 등 잘 팔리는 시즌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성수기라는 개념이 초토화됐다"며 "사람들이 오프라인에 나와서 전자기기를 사려고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다 보니 판매자 대부분이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 매장에 물건을 놓고 가게를 운영하되 온라인 채널을 따로 둬 그곳에서라도 수입을 올리는 방식이다. A씨는 "같이 장사했던 사람들 중 온라인 판매만 하겠다고 매장을 뺀 사람이 상당수"라며 "은행 대출 때문에 매출을 조금이라도 올려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남아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지금은 전자기기 전반의 수요 침체로 온라인도 사정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A씨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요즘은 온라인 판매도 별로 없다"며 "배운 게 이것뿐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인상가 내 노트북을 판매하는 매장 모습.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용산에서 27년째 PC를 판매하고 있는 B씨는 용산전자상가에 와서 구매하는 손님은 크게 두 부류라고 설명했다. B씨는 "카드가 없어 당장 현금으로 구매를 해야 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우리랑 오랫동안 관계를 맺었던 단골들이나 여기서 산다"며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노트북·PC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급하게 오프라인에 나와 구매하려 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온라인 최저가 찾아보고 가격 추이를 살피다가 십일절이나 빅스마일데이와 같은 오픈마켓 세일 때 구매한다"며 "가끔 연말에 공공기관에서 예산 소진하려고 구매하는 경우가 아니면 수요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스마트폰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곳에서 25년째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C씨는 "원래 지금이 제조사·통신사에서도 수능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스마트폰이 잘 팔릴 시기이지만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서도 갤럭시 스마트폰 사면 버즈 증정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그걸 찾는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아이폰을 찾는 수험생들이 가끔가다 오는 것이 전부"라고 덧붙였다.

나진상가에 위치한 휴대폰 매장들이 문을 닫은 모습. [사진=박영선 수습 기자]

사실 용산전자상가에서 휴대폰 매장은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나진상가 13동을 중심으로 모여있던 휴대폰 매장은 이미 문 닫은지 오래다. 간간이 보이는 휴대폰 매장은 선불·중고폰을 취급했다. 신용이 없어 후불 개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를 주 타깃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C씨는 "용산전자상가 내 휴대폰 판매점은 일반적인 동네 장사랑 다를 바 없다"며 "신도림·강변 매장에 그나마 손님이 있고 용산은 전자상가의 특수성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휴대폰 판매점은 수요 부진의 돌파구를 찾을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PC 판매점의 경우 온라인 판매로 오프라인 매출 부진을 메꾸려 하고 있었고 온라인 판매도 비교적 간편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매장에 물건을 두고 판매하다 온라인으로 그날 들어온 주문을 오후 2~3시 즈음 확인해 배송하면 된다.

반면 휴대폰은 온라인 판매의 위험이 커 쉽사리 병행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C씨는 "일반적으로 고가 요금제를 6개월 동안 쓰는 조건으로 휴대폰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며 "온라인의 경우 소비자 중도해지율이 훨씬 커서 판매자가 되려 통신사에 토해 내야 하는 위약금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선 수습 기자(eune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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